성년후견제도, 그것이 알고 싶다 ②
본문
*행위무능력제도(한정치산·금치산 선고)라는 게 있지만…
요건상의 문제
현행 우리 민법은 판단능력이 부족한 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치산자와 한정치산자를 규정하고 있다. 이들 제도는 한편으로는 「무능력자 본인의 보호」에 중점을 두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거래안전의 보호」도 배려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정치산자가 되기 위해서는 실질적 요건으로 「심신이 박약하거나, 재산의 낭비로 자기나 가족의 생계를 궁박하게 할 염려」가 있어야 하고, 금치산자가 되기 위해서는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어야 있고, 형식적 요건으로는 양자 모두 「본인, 배우자 , 4촌 이내의 친족, 후견인 또는 검사」의 청구가 있어야 한다. 이처럼 민법은 금치산자와 한정치산자의 구별을 정신적 판단능력의 정도를 기준으로 하여 「심신상실」과 「심신박약」의 두 유형으로만 구분하여 의사능력을 상실하거나 감퇴된 자를 획일적으로 이분하여 처리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한정치산·금치산의 경우 판단능력을 판정하기 위해서는 장시간의 입원과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하므로 고액의 감정비용이 소요된다. 그래서 한정치산·금치산 선고가 필요한 경우가 발생해도 주저하게 되고, 심판 청구에서 선고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문제점 때문에 쉽사리 한정치산·금치산 제도를 이용하지 않는다. 또 심신상실과 심신박약이라는 요건이 엄격하기 때문에, 여기에는 해당되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고령자나 장애우의 경우에는 이용할 수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절차상의 문제
형식적 요건 면에서 보면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후견인 또는 검사」의 청구가 있어야 하므로 법원에서 사건을 심리하던 중에 당사자에게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 선고의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선고할 수는 없다. 위 사람들에 의해 반드시 청구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또 실제로 이러한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살기보다 일반 시설이나 쉼터 등에서 보호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시설의 장에게는 청구권이 없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가족과 연결되지 않는 사람의 경우 이러한 행위무능력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또 가사소송규칙 제33조는 ‘가정법원이 한정치산 또는 금치산선고의 심판을 할 경우에는 사건 본인의 심신상태에 관하여 의사에게 감정을 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반드시 감정을 해야 한다(필요적 감정). 그러나 법원은 그 결과에 기속되지 않는다. 즉, 법원은 의사의 감정결과를 참고로 할 뿐 독자적으로 선고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한정치산·금치산의 심판절차는 가사소송법 라류 사건으로서 가사비송 사건이기 때문에, 가사소송법 제45조 규정상 본인이나 사건관계인의 심문은 필요하지 않으나 실무에서는 신중을 기하기 위해 청구인이나 사건 본인의 가족을 참고인으로 심문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건 본인이 어느 정도 자신의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본인의 의사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는다.
효과상의 문제
한정치산 또는 금치산선고를 받게 되면, 한정치산자의 경우에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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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는 무능력자의 자기결정권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한정치산자나 금치산 선고를 받을 경우, 피선거권은 물론 선거권도 인정되지 않는 등(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8조 1호 및 제19조 1호), 많은 법률에 의해 무능력자로 분류되게 된다. 더구나 심판이 확정되면 그 내용을 공고하고(가사소송규칙 제37조), 사건 본인의 호적사무를 관장하는 자에게 통지하여(동규칙 제7조 제2호), 본인의 호적에 기재된다(호적법시행규칙 제20조 1항 제6호). 무능력자의 공시를 위해서 이지만, 이로 인하여 본인은 물론 그 가족들에게도 사회적 차별감을 느끼게 하고 요보호자를 비밀로 한다. 따라서 정상적인 개호를 통한 재활의 기회는 막게 되는 것이다. 이밖에도 금치산, 한정치산처럼 용어에서 느껴지는 좋지 못한 의미때문에 제도의 활용을 꺼리는 측면도 있다.
**후견인제도는 타당한가
민법상 후견인에 관한 규정
우리 민법은 한정치산자나 금치산자의 후견에 대해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의 선고가 있는 때에는 그 선고를 받은 자의 후견인을 두어야 한다」고 규정하고(제929조), 후견인으로는 무능력자가 기혼자인 경우에는 그 배우자가 후견인이 되고(제934조), 배우자가 없는 경우에는 선고를 받은 자의 직계혈족, 3촌 이내의 방계혈족의 순서로 후견인이 된다(제933조). 여기서직계혈족 및 방계혈족에는 모계혈족을 포함하는 것으로 본다.
후견인의 순위에 관해서는 「제932조(미성년자의 후견인의 순위) 내지 제934조(기혼자의 후견인의 순위)의 규정에 의한 직계혈족 또는 방계혈족이 수인인 때에는 최 근친을 선 순위로 하고, 동 순위자가 수인인 때에는 연장자를 선 순위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935조 제1항).
이에 따라 금치산선고를 받게 되면 기혼자의 경우에는 배우자가 후견인이 되고, 배우자가 없는 경우에는 직계혈족 또는 3촌 이내의 방계혈족이 법률에 정하는 순서에 따라서 후견인이 되겠지만, 굳이 금치산 선고를 받게 하지 않고도 가족이 실제로 요양 또는 감호를 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으므로 금치산선고를 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한정치산 또는 금치산선고를 하면 그 사실이 호적에 기재되므로 이를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가족들이 오히려 선고의 청구를 기피하는 것이 보통이다. 설령 금치산선고가 내려져서 후견이 개시된다 해도, 법규정에 의해 자신의 의사나 능력과는 무관하게 자동으로 후견인이 된 사람들이 많은 수고와 고통을 감내하면서 후견인의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할 것인지도 의문이기도 하다. 결국 이들이 후견임무를 게을리 한다고 해도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고, 그렇다고 이들을 제재하여 후견인에서 해임하더라도 금치산자의 복리를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현행 후견제도는 금치산자의 요양·감호 의무를 가까운 가족 또는 친족에게 강제로 맡기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다음 호에 계속
글 이영규(한양대 법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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