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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그 이후-17대 총선 , 그 성과와 과제

‘진보적 장애운동 ’과제 남긴 17대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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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국면 활용 이전에 해야 할 일
초유의 탄핵정국 속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한국적 정치상황은 차치하더라도 전국적으로 20여 명에 가까운 장애 가진 후보들이 출마를 선언하는 등 ‘장애우 정치세력화’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17대 총선에서의 장애계 활동이 과거에 비해 훨씬 구체적이고 다양했으며 힘이 있었다는 평가다. 2004장애인단체총선연대는 비례대표 요구를 위한 1인 시위, 각 당과의 면담요구 활동, 정책 토론회 개최, 15인 장애우 후보 발표 등 정치권에서 대표성을 인정받기 위한 꾸준한 활동을 전개해,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여왔고,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역시 여성장애우 후보 초청간담회와 각 당의 여성장애우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면서 별도로 여성장애우 문제의 현안과 과제에 정치권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조직된 역량으로 선거상황을 좀 더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장애계의 태도 변화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라는 평가와 시대적 대세에 일조하기 위한 일종의 ‘형식적 태도’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이 서로 맞물려 있다. 선거국면을 활용하는 진지한 태도는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당사자가 직접 정책 형성과 결정과정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것과 힘있는 자들의 전유물이었던 국회와 정부 당국이 보다 적극적 관심을 갖게 되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일단 긍정적이지만, 그 안에 장애계가 추구하고 지켜야 하는 운동의 명분과 가치가 합의되어지는 과정에 있었는가의 문제제기다. 

뭔가 빠진 듯한 총선 활동
후보를 거명하고, 받아들일 것을 주장하고, 그래서 2명의 장애우 국회의원이 당선되었다는 건 장애계에 어떤 의미일까. 2명이 들어갔으니 어느 정도의 변화는 있을테지만, 그렇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정치세력화’란 의제에 가까이 갔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총선연대 김동범(한국장총 사무처장) 집행위원은 “각 당과 면담을 할 때 ‘해주겠다’는 분명한 이야기는 어느 곳에서도 없었다. 그래도 다들 충분히 알겠다, 반영하겠다고는 하던데, 결국 힘의 대결일 수밖에 없어도 밖에서 이렇게 주장하고 요구하지 않으면 될 것도 미루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며 총선연대의 활동이 낮은 수준으로 전개되었다 할지라도 의미 있음을 주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각에서는 “장애계가 그토록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어느 당에서도 장애우 할당제를 도입하겠다는 공식 입장은 발표하지 않았다”며 2명의 후보가 국회에 진출한 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장애계를 인정했다기 보다는 당 이미지를 위한 ‘전략적 측면에서의 고려’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을 출입했던 한겨레신문 기자 또한 ‘정화원 당선자는 비례대표 명단에 들어있지 않았다. 우리당에서 장향숙 후보를 1번으로 배정한 발표가 나오자 막판에 급작스럽게 끼워 넣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축배를 들 때인가
한편 민주노동당의 경우, 장애인위원회(준)를 띄우고, 장애우 정책안 마련에 직접 당사자들이 참여하고 발표했다는 점에서 훨씬 질적 발전을 꾀하는 활동으로 평가되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비록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선정 원칙 상 당원들의 추천을 받고 본인이 승낙하는 과정을 거쳐 투표로 순번을 정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장애우 대표가 비례대표로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실은 노들야학의 박경석 교장이 많은 당원들의 추천이 제의돼, 진보정당의 한 영역에서 자리매김 하는가가 선거 후반부에 주요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박경석 교장은 “지금까지 장애운동을 하면서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선택과 결단을 요구하는 것이었다”면서도 “이번 기회로 동지들과 함께 더욱 현장투쟁을 확장하고 강화시키며 진보적 장애운동의 조직건설에 진정으로 연대하고 싶다.”며 끝내 비례대표 후보 추천을 고사했다. 그는 “국회의원이 되어 장애운동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우들이 거리 투쟁으로 현장을 강화하고, 진보적 장애운동을 힘차게 전개해 나갈 조직건설의 활동가로 남는 것 또한 동등한 무게의 희망이라 생각한다.”며 생물학적 당사자주의에 입각해 개인 안배를 도모하는 정치적 활동은 당분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진보적 장애운동이 척박한 상황에서 장애대중과 함께 투쟁현장에서 조직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 아직까지 본인의 역할이라 생각한다”면서. 그러면서도 그는 장향숙 당선자에 대해 갖고 있는 기대는 있다며 “잘 하실 것으로 믿는다”는 말로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선거 국면을 맞이해 다시 한번 장애계에 ‘장애우 정치세력화란 무엇인가’하는 의제가 불거졌지만 실제 이렇다 할 논쟁과 쟁점의 부각은 거의 없었다. 한 두 사람이라도 진출하는 게 의미 있다는 단순 개념으로 접근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단체 대표 자격으로 개인이 입문하는 수준이 아니라 장애대중의 힘으로 정치적 힘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 거의 평행선을 가듯, 그냥 그렇게 지나치고 말았다. 게다가 공론화된 장을 통해 나름의 활동 평가를 하고, 이후 선거국면을 어떻게 활용해 장애차별의 현안을 해결할 것인가는 뒤로 한 채, 벌써 당선 축하의 축배를 들고 있다. 이게 총선을 마무리하는 장애계의 모습이다.

총선이 가져다 준 과제, 진보적 장애운동
이번 17대 국회에 39명의 여성 당선자가 배출되었다. 전체 의원수의 13%에 해당된다. 그간 여성운동의 가져온 결과이며, 발전이라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양적 확대가 질적 변화를 꾀할 수도 있지만 중산층이 대부분인 보수화 된 여성들이 기존 정치판에서 기층 여성의 삶을 대변할 수 있을까, 오히려 진보운동의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가치관으로,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할 것인가라는 점이란 것이다. 물론 여성이 갖는‘여성성’하나로도 인정받아야 하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면 될 수도 있고, 왜 남성들에게는 들이대지 않는 잣대를 여성에게만 적용하는가란 문제제기를 하는 쪽도 있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장애계에서 2명의 비례대표 후보가 당선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는 있을 것이다. 직접적이고 큰 반응은 아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조용한 ‘기대’는 비추고 있다.
여성운동진영에 제기되는 비판과 우려는 어쩌면 장애계에는 먼 미래에 해당되는 사안일 수도 있다. 그래도 한 발짝 더 나아가 있는 다른 운동진영의 고민에서도 한번쯤 새겨 보아야 하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주관적, 객관적 상황이 다르다’는 상황 논리에서 벗어나, 양적 발전만 모색하기보다는 오류를 최소화하고 지향점을 분명히 하는 것에 중지를 모아야 한다는 소수의 목소리는 그래서 소중하다. 새가 양쪽의 날개로 날아가듯, 17대 총선이 남긴 과제는 ‘진보적 장애운동이란 무엇인가?’란 화두로 이어지고 있다. 

글 사진 홍여준민 기자

작성자여준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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