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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몇 가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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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제도가 도입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듯이 젊은이들이 양심을 속여 가며 너도나도 대체복무를 신청하고, 군대는 텅텅 비게 되고, 국가안보가 근간에서부터 흔들리고, 급기야는 젊은이들의 도덕적 해이로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지게 될까?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풀고 가지 않을 수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돈과 권력에 의지해 은밀하게 병역을 피해갔던 병역기피자와는 다르다. 병역거부자들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다만 스스로의 양심에 어긋난다고 여기는 집총과 군사훈련 대신 비무장훈련과 사회봉사를 통해서 그 의무를 이행하고자 할 뿐이다. 현재 공익근무요원들이 사회복지기관의 요청에 의해 복지시설에 배치되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 이렇게 비전투분야에서 군복무를 대신하는 젊은이들이 공익근무요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위 방위산업체라 불리우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산업기능요원도 있고, 석·박사 과정 중에 연구활동을 통해 이바지하는 전문연구요원도 있다. 상근예비역 또한 일정기간 지역사회 공익적 활동을 수행하며, 3세계로 파견되는 해외봉사협력요원도 가능하다. 이렇게 한국의 병역제도는 20여만 명의 비전투 대체복무 인력(전체의 30% 가량)을 운영할 만큼 징병제를 골간으로 하는 많은 나라들 가운데 매우 유연하고 다종다양하다. 그만큼 운영의 폭이 넓고 국가방위인력의 활용에 있어 여유가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 여유는 국가안보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고 있다.
대체복무제도와 군복무자에 대한 ‘사회적 형평성’은 어떠할까? 이미 오래 전부터 병역제도의 형평성은 심각하게 무너진 상황이었다. 어떻게 2년 넘게 최전방에서 군복무를 수행한 사람과 3년 간 월급 받으면서 집에서 출퇴근하는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과 비교가 되겠는가? 이것은 이 땅의 젊은이 당사자들이 요구해서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다. 정부차원에서 70여만 명에 달하는 군 병력 자원을 우선적으로 군사적 국가방위 분야에 배치하고도 20여만 명 정도의 잉여인력이 생기자 이들을 국가행정보조, 사회공공서비스 영역에 투입했던 것이다. 사회적 형평성은 오래 전부터 그 원칙과 기준을 상실한 지 오래인데, 마치 병역거부자들이 형평성 문제의 주범이 되어 마녀사냥이 진행되고 있다. 사회적 형평성의 근본적 해결은 국가적 차원에서 새롭게 논의해야할 사회의제이다.
이웃나라 대만은 양심적병역거부 인정과 대체복무제도의 도입, 이에 따른 국가안보 불안요소와 군복무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국가가 앞장서서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군을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인적자원의 효율적 재배치 계획에 의해 대체복무제도를 신설하고, 이 제도 하에 군사훈련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포함시켰다. 병역거부자들은 인권을 보호받으며 주어진 사회봉사를 매우 성실히 수행함으로써 사회복지시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었고, 더 많은 대체복무인력을 요구하게 되었다. 하지만 대체복무인력은 언제나 정원미달이라고 한다. 젊은이들이 길고 어려운 봉사활동보다는 군복무를 훨씬 선호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정부가 나서서 대체복무 유입을 위해 복무기간을 줄이는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한다고까지 하니 지금 우리로서는 꿈만 같은 일이다. 지난 60년 간, 1만여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이 꿈을 꾸다가 죽고 갇히고 비난을 받아왔다.
이제는 기회를 한번 주어봄직도 하지 않은가? 만약 대체복무제도 시행 후 안보위협과 사회혼란이 야기된다면 제도적 보완을 통해 충분히 개선해 나갈 수 있지 않은가? 감옥에서마저 성실한 교도행정 보조 인력으로 교도소로부터 인정받는 젊은이들에게 전과자라는 꼬리표를 꼭 붙여야만 하겠는가? 진정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갈 곳은 오로지 감옥말고는 없는 것일까?

    글 오태양
여호와의 증인 신자를 제외한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 공개 선언자인 그는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어 병역거부자들이 사회공동체로서 기여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또 그들이 공동체 일원으로 함께 하길 바라고 있다. 그는 현재 사단법인 좋은벗들에서 활동 중이다.

 

작성자오태양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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