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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몸을 해방시켜라(1)

몸에 대한 숭배

본문

  몸, 권력이 되다
예쁜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ꡐ이왕이면 다홍치마ꡑ란 말도 있듯, 예쁜 것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예뻐지려면 시간과 노력, 경제적 비용이 뒤따르는 현실이니까 더더욱 그들의 공로를 인정 안할래야 안할 수도 없다. 그래서 이쁘고 몸매 좋은 사람들은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으로 칭송되기까지 한다. 물론, 어쩌면 그런 치하는 마땅하다. 아름답고 건강함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것이라면, 그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니까. 또 투자와 노력을 통해 새롭게 자아를 발견하게 되는 것을 어찌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겠는가. 그러니 사람들은 마땅히 그들을 존경해야 하고 사랑해야 한다. 그야말로 우러러보고 배워야 하는 모든 이들의ꡐ짱ꡑ이다. 그래서 이제 그들의 말 한마디에, 몸짓 하나에 온갖 신경이 쏠리고 따라하기를 반복한다. 그들은 그 후광을 바탕으로 연예계로 진출하거나 단지 그 하나만으로 자신의 영역에서 독보적 사랑을 받는 존재로 둔갑한다. 몸은 어느새 권력이 되어버린다.


자본없이 불가능한 몸짱, 얼짱
그런데 그 시선을 나에게 돌리면?
그 기준선을 갖고 나를 바라보면 나 또한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일까? 축 쳐진 뱃살에 삐져 나온 살들과 거칠어진 얼굴, 네모난 얼굴선, 쌍꺼풀 없는 눈매, 뭉툭한 콧날…. 아, 그런 것들을 발견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자괴감과 패배감으로 이어지고, 곧바로 성형외과와 다이어트 식품, 약품을 찾게 되는 것 아닐까. 기업 또한 이 때다 싶은 기회를 놓지 않는 법. 교묘한 상술전략을 통해 빨리 자신의 몸을 위해 투자하라고, 그렇게 사는 것만이 건강하고 윤택한 삶의 질을 회복하는 거라고 꼬득인다. 이에 편승해 신문의 문화면과 방송의 오락프로를 도배하는 건 ꡐ웰빙족ꡑ이라는 신생 계층. ꡐ내 몸을 아끼고 사랑하며 건강하게 살겠다ꡑ는 의지는 돈과 시간의 여유 없이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그 무엇으로 자리잡지만,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처럼, 거기서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2004 웰빙족 페어가 열리고, 디지털카메라 업체는 길거리 얼짱 대회를, 유아용품 판매업체는 임산부 얼짱 대회를, 게다가 몸짱 전문 온라인 일간지 ꡐ몸짱뉴스ꡑ까지 등장해 몸짱에 대한 국내외를 아우르는 정보와 뉴스를 제공하고 있는 현상을, 단지 몰아치는 열풍에 약한 한국적 유행이라고만 치부할 수 있는 문제일까.
청소년들의 하위문화로만 치부되던 얼짱, 몸짱 문화는 현상만을 감각적으로 두각 시킨 언론과 기업의 상업 전술에 휘말려 어느새 대한민국의 문화와 이슈를 이해하는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잡았다.

비정상이 아니라 다름이다
그러다 다시 시선은 투철한 직업의식(?) 탓인지 ꡐ장애 가진 사람들의 몸ꡑ에 꽂힌다. 장애 종류와 정도에 따라 가지각색의 모양새를 띄고 있는 ꡐ장애가 있는 몸ꡑ. 과연 우리는 이걸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학자들 사이에서는 오래 전부터 몸을 통한 정치․사회․문화적 현상을 해석하고 진단하는 작업이 있어왔다. 그 정점에 서 있는 것이 아마 여성학일터인데, 최근 뇌병변장애 여성의 차별을 주제로 논문을 썼던 박하영씨는 ꡒ예쁜 것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은 인간 스스로에게 또 다른 억압구조를 가져올 뿐ꡓ이라고 말문을 텄다. 그녀는 ꡒ여성의 경우, 몸짓, 얼굴표정, 걸음걸이 등이 여성성을 규정하는 대표적인 것으로 인식되어지는데, 이게 뒤틀릴 경우, 꽉 끼는 브래지어, 거들, 몸교정 속옷, 하이힐 등 자신의 몸을 억압하면서까지 정상이라는 범주에 들어가려고 애쓴다. 어쩌면 몸을 억압하는 도구들로 통제가 가능하다 할 수 있다.ꡓ고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뇌병변장애 여성에게도 교정 상품을 통한 통제가 가능할까? 그녀가 주목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장애는 그저 ꡐ다른 몸ꡑ으로 구분될 수 있지만, ꡐ정상ꡑ이란 개념을 덧붙여보면, 장애여성 특히 뇌병변장애 여성의 몸은 ꡐ비정상ꡑ이라 할 수밖에 없다. 교묘한 배제와 편견이 가시적이고 직접적인 차별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실은 이런 ꡐ정상, 비정상ꡑ을 구분하는 문화적 현상이 장애우를 차별하는 내제적 기제가 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 방송에서 왕따가 심각한 양상을 보이자,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초등학생에게 ꡒ너희들 중 왕따를 당하는 친구들이 어떤 친구들이냐?ꡓ라고 질문하니 곧바로 ꡒ있쟎아요, (장)애자, (장)애인이요!ꡓ라고 답하는 현실이 그녀의 주장을 뒷받침 해주는 단적인 예 아닐까. 얼짱, 몸짱 신드롬은 이미 한쪽 방향으로의 쏠림만을 인정한다. 규격화된 틀을 만들어놓고 그 선에 들어오지 못하면 서슴없이 ꡐ배제ꡑ하는 쪽으로 서서히 방향전환 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세종대 이사장은 교내에 세워진 모자상(사진)을 제작한 김동우 교수에게 조각상을ꡐ팔등신상ꡑ으로 바꾸라고 지시했단다. 그리고 이를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이 때문에 매일 정문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데, 웃지 못할 이 코미디 같은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ꡐ규격화된 몸에 대한 숭배ꡑ가 어떻게 우리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지 새삼 확인시켜주는 사건이다.

 얼짱, 몸짱 문화에 다름을 인정하는 가치가 있을까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는 미인(美人)은 연대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못생긴 사람들은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남의 마음도 헤아리고 손 내밀 줄 알지만, 얼굴 예쁜 사람들은 그것만으로도 도도하게 자신을 과시하기 때문에 옆 사람의 상황이 어떤지 돌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쁜 얼굴과 몸매 좋은 사람들을 폄하하고 단순화시키려는 뜻이라기보다는 ꡐ우리가 어떤 가치를 경계하고 취할 것인가ꡑ하는 성찰이 필요하다는 메시지 일게다. 얼짱, 몸짱에 담긴 집착이 자칫 소비주의, 자본주의, 개인주의에 머무를 수 있다는.
몸을 해방시킨다는 것은 저마다 다른 몸에 대한 애정, 자신감, 몸에 대한 숭배로부터 가능하다.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고 인정하는 것, 획일화된 것으로부터의 ꡐ저항ꡑ하는 것.
그 중심에 장애 몸이 있다.

글 홍여준민기자 / 사진제공 미디어 오늘


 

작성자여준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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