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생명공학과 장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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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꾳세상을 위한 모임은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회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
든 모임이다.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이기도 한 그를 사람들은 시민과학자라 칭한다. 이공계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면 대게 학계나 연구직 활동을 하게 되지만, 그는 소비자인
시민의 곁에 있기 때문이다. 저서로 파우스트의 선택 등이 있다.
줄기세포, 과연 난치병 환자들이 희망인가
줄기세포? 도대체 줄기세포가 무엇인가.
언론에 소개된 전문가는 부작용 없이 불치병 난치병을 말끔히 치료해줄 것처럼 이야기하던데 그렇게 좋은 세포를 왜 빨리 보급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시민단체와 종교계에서 윤리적이지 않다고 반대한다는데, 환자를 치료하겠다는데 왜 비윤리적이라는 걸까.
듣자니 난자를 어떻게 해서 배아를 복제하고, 복제한 배아로 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인간복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도무지 어려워 모르겠다. 딴 데도 아니고, 시민단체와 종교계에서 반대한다니 문제가 있긴 있는 모양인데, 현대의학도 치료할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해 양보할 수 없는 것일까. 각종 사고와 환경오염으로 발생하는 불치병 난치병에서 예외인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
배아복제로 줄기세포를 분화하는데 성공하여 일약 세계적 스타가 된 서울대학교 수의대학 황우석 교수는 ꡒ영화 「슈퍼맨」의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가 다시 하늘을 날고 댄스그룹 ꡐ클론ꡑ의 강원래 씨가 일어나 춤을 출 수 있게ꡓ 될 것으로 대학생들 앞에서 예견했다. 생명공학은 앞으로 ꡒ광우병 등 질병에 저항할 수 있는 동물을 실용화하고, 사람과 동물 간 이종(異種) 장기이식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며, 줄기세포를 이용해 손상된 척수 신경세포, 심장근육 등을 되살리는 세포치료술이 가능해질 것ꡓ을 전망했다. 오남용으로 인한 위험과 부작용이 염려되어 생명윤리에 대한 과학자의 올바른 인식과 철학을 강조한 황우석 교수는 ꡒ인간 난자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배양 기술을 통해 언젠가 불치병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게 될 것ꡓ이라면서 이와 같은 세포치료술을 ꡐ꿈의 21세기 기술ꡑ로 명명했다.
생명윤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어 시민단체와 종교계 사람들의 조언을 구한다는 황우석 교수는 누가 보아도 생명윤리까지 겸비한 학자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과학기술부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직접 나서 노벨상 수상을 위한 시민위원회를 종용했는데, 그는 미국의 열띤 기자회견을 마치고 금의환향하는 자리에서 왜 그 훌륭한 배아복제 연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을까. 해마다 60조원의 수익을 한국의 바이오산업이 독차지할 것처럼 언론들은 코스닥 투자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는데, 떠들썩했던 언론들은 황금알 낳을 후속 연구를 마다하는 연구자의 속사정을 왜 보도하지 않는 것일까. 고통을 벗어나려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희망은 유보되어야 하는가.
다른 수많은 생명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배아 복제
1급수에 사는 플라나리아는 몸을 20분의1로 잘라도 모두 개체로 재생된다. 꼬리가 잡힌 도마뱀은 잽싸게 몸을 돌려 제 꼬리를 잘라 달아나지만 꼬리는 다시 재생된다. 사람의 손톱과 머리카락도 자꾸 자란다. 몸에 관련된 줄기세포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7일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연구진에 의해 ꡒ머리카락이 많은 사람의 두피에 있는 모근에서 줄기세포를 추출, 피부세포와 혼합한 뒤 털이 없는 쥐에게 이식하니 털이 왕성하게 났다ꡓ고 발표했다. 줄기세포로 대머리를 치료할 가능성이 타진된 것이었다. 대머리만이 아닐 것이다. 화상치료는 물론 미용을 생각하는 성형에 이용될 피부도, 운동선수의 무릎연골은 물론 멋진 코와 귀의 물렁뼈도 적당한 줄기세포만 있으면 얼마든지 제조해낼 수 있을 것이다.
불치병과 난치병은 물론 성형에도 신기원을 이룰 줄기세포는 어떻게 구할 수 있나. 황우석 교수처럼 배아복제로 얻어야 하나. 반드시 그렇지 않다. 다른 방법도 있다. 시험관 아기를 잉태하게 해주는 불임클리닉에는 냉동된 배아가 많은데, 냉동 후 5년이 경과한 배아를 활용해 줄기세포를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성체의 몸에서 찾아낼 수 있다. 머리카락이나 피부를 재생하는 줄기세포, 피를 만드는 줄기세포, 그밖에 많은 줄기세포들이 질병 치료에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연구자들에 의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줄기세포가 가장 좋을까. 부작용 없이 효능이 뛰어날 뿐 아니라 가장 저렴한 치료를 보장하는 줄기세포는 무엇일까. 연구자들에 의해 가능성만 타진되고 있을 뿐 아직 거의 아는 것이 없다. 다만 연구 과정에서 생명윤리와 안전의 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을 따름이다.
황우석 교수가 ꡐ꿈의 기술ꡑ로 추켜세운 ꡐ인간 난자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ꡑ는 분명한 인간생명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한 환자의 치료를 위해 하나 이상의 사람 생명을 초기에 파괴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황우석 교수는 242개의 난자를 희생시켰고 30여명에 해당하는 배아를 파괴했다. 또한 ꡐ인간 난자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ꡑ는 아직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배아줄기세포를 치료에 이용할 특정 세포조직을 분화시켜야 하는데 투여한 줄기세포가 모두 특정세포로 분화하는 게 아니다. 분화비율이 현저히 낮다. 비경제적이라는 뜻이다.
일단 특정 세포조직으로 분화되면 더는 변하지 않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심장이나 척추세포로 분화된 줄기세포가 주변 환경에 따라 암세포로 돌변할 수 있다. 따라서 아직 임상에 적용할 수 없다. 오남용이 우려되므로 시민단체와 종교계의 의견을 듣는다고 했지만 이번 배아복제 연구에 앞서 황우석 교수는 시민단체와 종교계는 물론 어떤 생명윤리학자와도 사전 협의를 진행한 적이 없다.
줄기세포를 분화시키는 연구가 꿈의 기술이 승화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므로 한국의 생명산업에서 한해 60조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일부 언론의 주장은 현재 허위에 가깝다. 세가지 방식으로 유도할 수 있는 줄기세포는 방법에 따라 극복하기 어려운 생명윤리의 한계가 있으며 눈부신 연구 성과로 실용화 가능성을 높인다 해도 예상되는 막대한 비용부담으로 계층에 따른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
유전자 조작된 다른 동물의 체세포, 사람과 맞을까
황우석 교수는 16명의 건강한 여성이 기증한 난자를 무려 242개의 난자를 연구에 활용했는데, 생명윤리 의식이 사회적으로 높은 외국의 연구자는 그렇게 많은 난자를 한꺼번에 구하지 못한다. 전문가가 독점하는 기술의 오남용을 규제하는 각종 제도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확보한 까닭에 연구자의 말만 믿고 어떤 여성도 자신의 난자를 쉽게 제공하지 않는다. 윤리적 검증을 사회적으로 거치지 않고 자본에 의해 불임클리닉이 도입된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아이를 낳게 해준다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필요 이상의 배란이 과다하게 자행되는 분위기가 아닌가. 황우석 교수는 ꡐ세계 최초ꡑ를 유난히 강조했지만, 이는 난자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저급한 사회적 생명윤리 의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젊고 건강한 여성의 난자에 그 여성의 체세포 핵을 치환하여 복제한 배아로 황우석 교수가 유도한 줄기세포는 신경세포로 다시 분화되었다. 당시 텔레비전 화면은 척추가 끊어진 개가 엉거주춤 걷는 모습을 보여주며 교통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환자의 치료 가능성을 가시적으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화면에 등장한 개는 그 연구와 무관했다. 개에 사람의 신경조직을 넣었다면 틀림없이 부작용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황우석 교수가 줄기세포로 분화한 신경조직은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을까. 아직 불가능하다. 다른 사람의 세포조직이 나타낼 거부반응을 아직까지 제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는 환자의 체세포 핵을 이용하여 줄기세포를 유도하고 그 줄기세포로 필요한 세포조직을 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환자의 체세포 핵이므로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아직 불투명하다. 환자가 242개 이상의 난자를 기증받기 어렵기 때문만이 아니다. 성공적으로 난자들이 기증돼 충분한 양의 특정 세포조직을 분화한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환자의 나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분화시킨 세포조직의 치료 가능성이 낮을 수 있다.
치매나 당뇨병과 같은 퇴행성 질환은 대개 나이 들어 발생한다. 발생하는 대부분의 암도 퇴행성 질환이다. 나이가 든 세포의 핵은 퇴행성 질환을 예고하는데, 노인성 환자의 체세포를 난자에 치환하여 얻은 줄기세포는 황우석 교수가 유도한 줄기세포와 달리 그리 건강하지 못하다. 따라서 퇴행성 질환을 앓는 노인의 줄기세포는 효능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어떤 생명공학자는 유전자조작 기술로 환자 줄기세포의 특정 유전자를 건강한 유전자로 바꾸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환자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유전자 조작은 기원이 다른 유전자에 잘 들락거리는 특성을 가진 바이러스 DNA를 매개자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전자조작 농산물에서 연속 드러나고 있듯이, 유전자 조작 기술의 위험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특성에 따라 뜻하지 않은 질병이 환자 자신은 물론, 환자 주변의 사람들에도 퍼뜨릴 수 있다.
유전자 조작한 미니돼지를 무균 사육하여 사람의 장기를 대신하겠다는 황우석 교수의 희망은 같은 맥락으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돼지의 체세포 핵 내에 존재하는 내인성 바이러스는 무균사육으로 제거되지 않으며, 돼지 몸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다가 사람의 체내에서 심각한 질병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돼지와 같이, 종이 다른 생물의 세포조직이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할 경우 환자는 물론 그 보호자들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돼지의 내인성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환으로 변해 환자의 몸에서 빠져나와 인류 사회에 만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환자의 체세포 핵을 치환한 줄기세포의 미토콘드리아는 환자의 기존 미토콘드리아와 다르다. 미토콘드리아는 난자 세포질을 통해 모계 유전하는 까닭이다. 기존 세포와 다른 줄기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치료 과정과 이후에 예기치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만일 사람이 아니라 소와 같은 동물의 난자를 이용해 얻은 줄기세포라면 그 문제는 더욱 심할 수 있으며 아예 이종의 세포조직이나 장기라면 미토콘드리아 차이로 인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환자의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줄기세포보다 건강한 사람의 배아로 얻은 줄기세포로 치료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조직 적합성을 맞추기 어렵지만, 수많은 줄기세포를 유도하여 줄기세포은행에 보관해두고 부작용이 없는 줄기세포를 찾아 활용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줄기세포를 위해 배아를 일부러 복제할 필요는 없다. 불임클리닉에 냉동 보관 중인 ꡐ잔여배아ꡑ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임신 출산에 성공하고 남은 배아는 보통 5년간 냉동 보관하는데, 5년이 경과된 후 부모의 동의를 거치면 폐기처분한다. 기왕 폐기할 배아라면 줄기세포로 활용하자는 발상이다. 잔여배아로 유도한 줄기세포는 복제한 배아보다 생명윤리의 저항이 적을 것이다. 하지만 저항이 없지는 않다. 폐기될 운명이라고 해도 분명한 생명이 아닌가. 장기 이식을 위해 뇌사자의 신체를 기증하듯 불치병 난치병을 위한 살신성인으로 치부할 수 있을 것이므로 용서한다고 치자.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잔여배아로 유도한 줄기세포도 배아복제 줄기세포와 마찬가지로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포분열이 왕성한 모공과 척수와 같이, 줄기세포는 환자의 몸에서 유도할 수 있다. 환자의 몸에서 유도한 줄기세포를 활용하여 유도한 특정 세포조직은 매우 안정적이라고 한다. 이런 줄기세포를 ꡐ성인줄기세포ꡑ라 하는데, 이와 같은 성인줄기세포는 생명윤리를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특정 세포조직으로 분화하는데 양적인 어려움이 있다. 관련한 비용이 적지 않은 점도 여느 줄기세포와 다르지 않다.
배아복제, 자본에 놀아나는 또 다른 폭력이 되지 않기를
구체적인 연구 성과도 없이 그저 꿈의 가정을 근거로 확대 해석한 줄기세포는 현재 거품에 가깝다. 극복해야할 난제도 수두룩하지만, 난제를 극복한다 해도 혜택의 범주는 매우 협소할 것이다. 노인들의 퇴행성 질환의 치료에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청소년이나 장년의 퇴행성 질환이나 사고로 인한 척수장애에는 치료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장애는 사회적으로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 소아 백혈병이나 당뇨병과 같은 퇴행성질환은 환경을 개선하여 발생 원인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로 시스템을 안전하게 개선하고 대기와 음식의 오염을 방지해도 청소년과 장년층의 불치병 난치병은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이미 발생한 청소년이나 장년층의 퇴행성 질환은 성인줄기세포 연구로 질적으로 극복가능하고, 연구 결과에 따라 잔여배아로 양적인 문제를 앞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 경우 경비는 사회적으로 부담하는 원칙이 선행돼야 한다.
문제는 자본에 의한 질병의 인위적 양적 확산이다. 대머리를 반드시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규정할 것인가. 성형은 어느 선까지 치료로 인정해야 하나. 질병 치료와 무관한 성형을 위해 생명을 파괴하는 줄기세포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지불능력은 퇴행성 질환자보다 미용에 관심이 높은 젊은이에게 월등하다는 점이다. 의료자본은 돈 벌이가 신통한 분야를 위해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질병의 범주를 확장시키고 싶을 텐데, 미용을 위해 배아를 복제해도 무방한 것일까.
배아복제와 그에 따른 줄기세포 분화연구는 부가가치를 계산하는 한, 거품을 전제로 한다. 지금은 생명공학의 거품을 걷어야 할 때다. 사람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배아복제보다 후손의 건강한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팔을 걷어야 한다. 불치병 난치병을 유발하는 오염된 환경을 그대로 두고, 위험성을 증폭시킬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배아를 복제하고 파괴하는 행위는 후손의 처지에서 볼 때 용서받기 어렵다. 이제 언론도 환자들도 좀 냉정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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