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이슈-스티븐 호킹 박사 폭행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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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킹, 폭행에 시달리다(?)지난 19일 저녁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의문의 상습적인 폭행에 시달리고 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호킹박사는 현재 케임브리지 대학병원에 폐렴으로 입원중이며 경찰이 호킹박사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가한 범인을 찾기 위해 조사중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며칠 뒤 호킹을 폭행한 사람은 재혼한 현재의 부인 일레인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우리에게 아주 잘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장애우에게는 동경의 대상이다. 과학의 발달로 중증의 장애우도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다는 희망을 준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데 상습적인 폭행을 당하고 그것도 현재의 부인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하니 충격이 적지 않았다. 더구나 루게릭 병을 잘 알지 못한다고 하여도, 화면을 통해 보는 호킹의 모습을 본다면 어떤 저항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폭행을 당하고 있다니 분노마저 일었다.
의문은 4년 전부터
우선 이 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한 영국의 ‘데일리 미러지’를 중심으로 사건의 개요를 살펴보자. 4년 전인 2000년 가족들과 의료진은 호킹에게서 발견되는 의문의 상처에 대해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 당시에도 팔목이 부러지거나, 얼굴에 상처가 나거나, 입술이 부르트는 의문의 상처들이 발견되곤 하였다. 신고에 따라 경찰은 조사를 시작하였으나 별 소득이 없었다. 호킹 박사는 경찰의 어떤 연락에도 응답을 하지 않았고, 호킹 박사와 부인인 일레인을 인터뷰하기 위해 집에 방문했을 때도 경찰을 고소하겠다는 말을 함으로서 경찰을 쫓아냈다.
이에 따라 조사가 흐지부지 되었으나 작년 8월 호킹 박사가 섭씨 40도의 땡볕 아래 정원에 방치되어 화상을 입고 의식을 잃어 병원에 이송된 사건을 간호사가 경찰에 신고함으로서 호킹 박사에 대한 의문의 폭행이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다. 특히 이번에 폐렴으로 호킹 박사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경찰은 호킹박사와 가족들에 대한 집중 관찰을 실시하게 되었고, 주변 간호사들과 가족들의 폭로에 의해 문제가 본격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호킹, 폭행 아니라고 부정
호킹박사는 지난 19일 ‘데일리 미러’지의 폭로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며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20일 캠브리지 대학측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그 다음 날 호킹박사를 돌보는 간호진의 한 사람이 일레인이 호킹 박사에게 상해를 입힌 가해자라며 경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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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의 증언에 의하면 일레인이 호킹을 면도해 줄 때 거칠게 면도를 하여 목에 상처를 냈으며, 그의 팔을 휠체어에 내동댕이쳐 팔목이 부러지게 되었다. 이와 같은 학대는 결혼 직후인 1995년부터 시작되었다는 증언도 있다. 또한 간호사들도 일레인에 의해 위협과 학대를 받았다는 주장을 하였다. 신참 간호사들은 호된 신고식을 치르는데, 호킹과 일레인이 옷을 벗은 채 성교하는 장면을 보도록 침실로 불려지곤 했다고 증언했다.
정신질환 혹은 사랑하기 때문에?
이 사건을 보면서 두 가지의 의문점이 생긴다. 하나는 자신의 가정을 버리고 재혼을 한 일레인이 왜 상습적인 가해를 했을까하는 점이다. 일레인은 호킹을 간호하면서 호킹과 사랑을 키워나가게 되었다. 그의 전 남편인 데이비드 메이슨은 현재 호킹박사가 사용하고 있는 음성지원박스를 개발하여 만들어 준 사람이다. 일레인과 호킹박사가 사랑하게 됨에 따라 두사람 모두 이혼을 하고 1995년에 결혼을 하였다. 그럼에도 결혼 직후부터 폭행을 가한 이유에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의문, 주변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호킹은 왜 폭행을 시인하지 않는 것일까.
일레인의 폭행과 관련하여 호킹의 전처와 자식들은 일레인이 ‘문하우젠 증후군(Munchausen Syndrome by Proxy)’이라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로 인해 호킹이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하우젠 증후군’은 어린이·중환자 등을 돌보는 부모나 간병인 등이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자신이 돌보고 있는 간병 대상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입히는 정신질환을 말한다. 문하우젠 증후군은 정신과 영역에서 주로 아동학대를 다룰 때 논의된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리처드 아셔가 18세기 모험소설 ‘말썽꾸러기 폰 문하우젠 남작의 모험’에서 병명을 따와 이름 붙인 것으로, 자신이 돌보는 아이를 아프게 해서 병원을 찾아가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보호본능을 대리만족 하는 정신질환을 일컫는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일레인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겠지만, 어떠한 상황에도 폭행은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다.
드러내기 어려운 가정폭력
또한 백만장자이고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인 호킹 박사가 왜 폭행에 대해 시인을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적 상황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족 내 폭력에 대해 문제제기 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 문제 제기가 이루어질 경우 가족과의 단절로 인한 신체적, 물질적, 심리적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점 등이 작용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족에게 폭력을 당하면서도 버림받을 것이 두려워 진실을 왜곡하는 사례는 기존의 상담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상담한 사례들을 모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여성장애우 권리침해 중 절반이 폭행이었고, 시설장애우 권리 침해 중 절반도 폭행이었다. 이렇게 신체자유의 권리 침해 중 직접적인 폭력은 5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가족에게서의 권리침해 중 가정폭력은 불과 6.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가족에게서 겪는 폭행을 문제시하지 않는, 아니면 일부러 외면하는 장애우 스스로의 태도 탓일 수도 있겠다. 간혹 개인적 관계에서 슬쩍 가족으로부터 당하는 언어적, 태도적, 심리적 폭력을 경험한 이야기가 오가기는 한다. 하지만 가부장적이고 가족책임주의 복지체계 속에서 장애 가진 사람이 공식적으로 “나의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말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가정폭력, 인식제고 필요
한 유명인의 가정폭력 문제를 접하면서 장애우에 대한 가정폭력이 사회의 관심으로 인식되기를 바래본다.(아직 정확한 조사결과도 나오지 않았고, 스티븐 호킹 박사 자신도 전면 부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사실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
가정 폭력-특히 강자에 의한 약자에 대한 폭력-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 왔으나,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고, 사회 속에서 더불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폭력을 당한 사람들이 제대로 문제제기 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제기 후 가족에게 버림받고, 사회로부터도 외면당한다면 가정 폭력을 참고 견디는 것이 더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 이동석(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차별금지법제정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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