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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서울 창동 푸드마켓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 수요자 중심의 나눔터 푸드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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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열된 식료품을 팔지 않는 가게
지하철 4호선 창동역사 근처엔 비슷한 것 같으면서 조금 다른 가게가 있다. ‘서울 푸드마켓’이라는 이름의 이 가게는 25평 남짓의 공간에 식료품을 진열해 놓은 것이 여느 동네 수퍼마켓과 비슷해 보인다. 그래서 처음엔 수퍼마켓인 줄 알고 물건을 사러 들어온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곳은 진열된 식료품을 팔지 않는다. 나눔의 공간이기 때문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준다.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푸드마켓(Food Market)은 운영자가 식료품 관련 기업이나 개인에게서 식료품을 기탁 받아 결식아동, 독거노인, 재가장애인, 무료급식소 등에 일괄 분배하는 푸드뱅크(Food Bank)에 수퍼마켓의 기능을 보완한 것이다. 기존의 푸드뱅크 역시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음식물이 버려지기도 하고 운송비도 들었다. 그러나 푸드마켓의 경우에는 기탁 받은 즉시 바로 배분할 수 있으며, 소비자가 직접 찾아오기 때문에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또, 기존의 푸드뱅크가 공급자 중심이었다면, 푸드마켓은 수요자 중심의 입장에서 수요자들이 원하는 식료품을 취향대로 제때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제대로 차려진 밥상을 위하여
이러한 장점 때문인지 200가구로 시작한 푸드마켓 회원은 1년도 안 돼 3,500가구를 넘어섰다. 하루 평균 200명이 다녀간다. 많은 날은 300명 정도까지 된다니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이곳의 회원들은 모두 서울에 사는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들로 주로 환갑이 넘어 혼자 사시거나 노인부부만 사는 어르신, 그리고 이동이 가능한 장애우들이다. 이들을 위하여 최장원 과장은 아침 일찍 트럭을 몰고 농협공판장부터 들른다. 어제 저녁까지 농협공판장의 진열대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채소들을 트럭에 담아오기 위함이다. 농협공판장은 지난해 3월 6일 푸드마켓 개장 이후 꾸준히 채소를 기탁하고 있다. 이렇게 기탁 받은 채소는 새로운 손님을 맞이하기 위하여 다시 한번 다듬어지고 손질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 보면 본래 양에 비해 확연히 줄어들기 마련이지만, 푸드마켓에 찾아오시는 손님들에게 제대로 차려진 밥상을 제공하기 위한 일이기 때문에 손품이 가장 많이 드는 일이지만 항상 이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손질된 채소는 한사람이 가져갈 분량만큼 나누어 포장한다. 채소가 많이 들어온 날은 풍성하게 포장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날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나눠 담다보면 그럴 수 없는 날이 더 많다.

부족한 식료품의 빈자리를 채우는 훈훈함
‘밥심’으로 사는 우리네 식탁에서 가장 중요하고, 따라서 푸드마켓에서 인기품목일 수밖에 없는 쌀 역시 매달 200kg~300kg 정도밖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2kg씩 포장하더라도 회원의 3%도 안 되는 100가구 정도만 이용할 수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쌀이라도 들어오는 날엔 전쟁터가 따로 없다고 한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다보니 진열대에 오르는 즉시 눈 깜짝할 사이에 동이 난다. 쌀을 가져가지 못하게 된 사람들이 실망하는 모습을 보면 괜스레 죄송한 마음만 든단다. 기업체와 개인들이 정기적으로 쌀, 야채, 김치, 라면 등을 공급하고 있지만 매장에 진열된 식료품은 늘 부족하다. 회원 수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만 가는데 경기 탓인지 기탁자가 많지 않은 까닭이다. 그래서 오전10시 개시 전에 식료품을 고르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란다. 사실 개장 초에 일주일에 한번씩 이용할 수 있도록 했던 것도 식료품이 매번 부족하기 때문에 한달에 한번 다섯 가지 품목 이내로 제한되었다. 그러나 멀리서 이 곳까지 찾아오는 어르신들에게 야박히 대할 수만은 없는 일. 혹 다섯 가지를 넘기더라도 슬쩍 눈감아 드리기도 한단다. 마지막 손님에겐 덤을 드리기도 하는 훈훈함이 부족한 식료품의 빈자리를 채운다.

함께 해서 행복한 사람들
부족한 식품의 빈자리를 채우는 사람들은 상시인력 네 명과 자원봉사자들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없었다면, 네 명이 식품을 운반하고, 손질하고, 포장하고, 진열하는 일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은 인근 부녀회나 여성단체 회원들로 식품을 다루는 손길에서 주부다운 따뜻함과 정성이 묻어난다. 처음에는 혼자 오시던 어르신들도 늘 따뜻이 맞아주는 것을 보시고 이웃에게 알려 함께 오시다 보니 이제는 단골가게일 뿐만 아니라 동네 사랑방 같은 느낌마저 든다.

개장 1주년
이제 푸드마켓이 새해를 맞이했다. 개장 1주년도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처음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부족함이 많다. 이제 성공의 나머지 열쇠는 기탁자들에게 달려있다. 음식물을 공급하는 업체와 지역사회가 관심을 가지면 보다 자주 식료품을 나눌 수도 있고, 몸이 불편해 이곳까지 오지 못하는 분들이나 멀리 금천구나 화곡동에서부터 오시는 분들을 위해 더 많은 곳에 푸드마켓을 열 수 있을 것이다.
또, 푸드마켓이 지역사회에 보다 밀접히 연계되어 있는 만큼 개별 기탁자들의 작은 정성도 크게 쓰일 수 있다. 실제로 보름에 한번씩 배낭에 참치캔 몇 개, 과자 몇 봉지 등을 담아 와서는 말없이 물건만 전해주고 가는 개인 기탁자도 있다. 이러한 분들이 전하는 식품은 진열대가 텅 비지 않도록 채우는 것만 아니라 운영자들이 지치지 않도록 힘을 주고 있었다.

새해 소원은 ‘풍년’
가격표가 붙어 진열된 다른 가게의 식료품과 똑같은 것일 터인데, 푸드마켓에 진열된 식료품들은 남달라 보인다. 기탁하시는 분들의 따뜻한 마음과 푸드마켓의 정성스런 손길이 담긴 식료품들이기 때문이리라. 식료품을 고르는 손길들은 이미 그것을 알고 있는 듯 진지하다. 새해 소원으로 올해는 보다 많은 사람들과 행복을 나누는 가게에 풍년이 들기를 기원한다.


글· 사진 조은영 객원기자

 

알림
※ 푸드마켓에서는 후원단체를 모집한다. 직접 식품을 기탁하거나 기부금을 받아 쌀 등의 식품을 구입하는 기탁방법이 있다.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전화 한 통화면 푸드마켓 직원이 음식물을 받으러 달려간다. 또, 기업의 경우 법인세법시행령 제19조와 소득세법시행령 제55조에 의하여 기탁식품 전액(장부가액)에 대해 세금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다.

* 이용자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거한 수급자로 한정되어 있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국민건강보험증, 신분증을 반드시 본인이 지참한 뒤 방문하여야 하며 몇 가지 양식을 작성하면 푸드마켓 회원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차후 방문 시에는 이 회원증과 음식을 담아올 장바구니만 지참해가면 된다. 서울 푸드마켓 개장시간은 평일 오전10시 오후5시, 토요일 오전10시 오후1시, 일요일은 쉰다.

연락처
서울푸드마켓 ☎ (02)907 1377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 ☎ (02)771 3460~5

 

작성자조은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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