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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지금 이땅에선-가축들의 반란

광우병과 조류독감은 우리가 던진 부메랑

본문

자본에 밀린 자연

 
호주의 드넓은 초원은 원래 수많은 캥거루들의 서식지였다. 그러다 그 자리를 소들이 차지하게 되었고, 아마 소를 밀어 넣은 축산업자들은 엄청난 수익을 챙겼을 것이다. 그런데 캥거루를 몰아낸 소들이 초원을 독차지하자 생각하지 못한 현상이 발생했다. 강렬한 태양에 바싹 말라 바람에 날리던 소똥이 먼지처럼 초원을 덮자, 광합성을 못하는 목초들이 고사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호주 당국은 부랴부랴 아프리카에서 코끼리 똥을 굴리는 소똥가리를 수입해 처리했는데, 캥거루 똥을 처리하던 호주의 소똥가리는 초원에 새로 등장한 소똥을 거들떠보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제 호주는 소똥 때문에 목축을 망치지 않는다는데, 해피엔딩일까. 목축 관계자들은 해피엔딩으로 평가하고 싶겠지만 캥거루는 전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개체 수 조절 명분으로 걸핏하면 총질하는 축구화 자본에 속절없이 희생되는 캥거루는 호주 대륙에 첫발 내디딘 원주민보다 먼저 차지했던 광활한 터전을 소 떼에 내주지 않았던가. 그래도 호주 사례는 해피엔딩이라고 치자.
농작물 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아프리카 개구리를 도입한 칠레는 어떠했던가.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눈앞에 둔 칠레는 다국적 자본이 지배하고 있는 농업국가다. 칠레에 개구리가 없을까. 그럴 리 없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칠레의 토종 개구리들은 전통 농업과 잘 어울리며 해충을 자연스레 방제했을 터이지만, 다국적 자본이 농토를 지배하면서 달라졌다. 농작물이 단순해지자 같이 단순해진 해충이 극성을 부리게 되었고, 거듭 강화되는 살충제도 효과가 없게 되자 급기야 개구리를 도입한 것인데, 그 개구리들이 말썽을 빚을 줄이야. 비 내리는 칠흑 같은 밤, 도로를 가득 메워 이동하는 개구리들을 밟은 차량들이 연쇄 추돌과 충돌하는 사고는 사전에 짐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칠레의 사례는 해피엔딩이 아닐까. 아프리카에서 그 개구리를 잡아먹는 동물을 추가로 도입했는지, 개구리 이동시기에 이동통로를 만들거나 차량 통제로 교통사고를 막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빈발하는 교통사고와 관계없이 아프리카산 개구리들이 해충을 효과적으로 구제한다면 칠레 당국자들은 해피엔딩이라고 자위(自慰)할 지 모른다. 교통사고에 비해 해충방제에 따르는 이익이 크다면 다국적 농업 자본은 흐뭇해할 것이므로.

생명을 재생산하지 못하는 농업
요즘 농촌은 자급자족을 목표로 두지 않는다. 자급자족에 필요한 농작물을 다양하게 생산하는데 품이 많이 들기 때문이 아니다. 먹고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돈이 되는 몇 가지 품종을 다량으로 파종하는 것이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경쟁을 해야 하니까.
지금은 다양한 씨앗을 갈무리해두었던 시절이 아니다. 농촌은 이미 자본과 기업에 지배되었다 .기업에서 공급하는 종자에 맞게 경작지를 획일화하기 위해 자금을 빌려 쓴다. 많은 소출을 위해 기업이 품종 개량한 종자는 유전적 다양성이 거의 없다. 농부는 종자회사에서 권고하는 농약과 비료를 지속적으로 살포해야 투자비 이상의 소출을 올릴 수 있다.
농업은 투기산업이 되었다. 사다 심는 종자는 환경변화에 대단히 취약하다. 적정 강수량, 일조량, 기온과 같은 조건이 잘 맞으면 기대 이상의 수확도 가능하지만 예기치 못한 기상변화는 농약과 비료를 투여해도 소출을 망칠 때가 많다. 경작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절 가능한 하우스를 건설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비용 이상의 수입이 보장되지 않으면 파산한다. 돈이 되는 작물에 관심이 높아가면서 농작물은 더욱 단순해지고 농촌은 자본의 예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파산된 농장이 통폐합되면서 거대해진 농업에는 진정한 생산이 사라진다. 농부의 땀과 물과 태양의 합작으로 일정 시간이 지나 한 톨의 씨앗이 수십 배로 늘어나는 생산은 요즘 농촌에서 보기 어렵다. 전기와 석유와 농약과 호르몬과 비료와 비닐과 농기계가 투입되는 농업은 생산보다 ‘변형’이다. 변형으로 얻은 소출은 투입에 비해 턱없이 적다. 게다가 다수확 종자는 재생산도 못한다. 씨앗을 맺지 못하므로. 그래서 종자를 그때마다 구입해야 한다. 억지로 종자를 받아도 소용없다. 씨앗 갈무리를 감시하던 종자 기업은 영악하게도 이듬해 싹이 트지 않거나 소출이 형편없도록 미리 조작해두었다.

 
생산 기계가 되어버린 생명들
생명을 재생산하지 못하는 농업은 축산업으로 전파되었다. 지붕 한 켠에 축사를 내어 소 한두 마리 쇠죽 끓여 키우던 시절, 학자금 밑천이던 소는 식솔이었지만, 소에게도 우권(牛權: 소들의 권리)이라는 게 있었지만, 소를 식솔로 여기지 않는 거대 축산업은 우권(牛權)도 인정하지 않는다. 오직 돈을 위해 밀폐한 대형축사에 많은 수를 한꺼번에 사육하면서 소는 우유나 고기를 만드는 기계가 되고 말았다.
발정난 소를 종우와 짝짓게 허락하던 농심은 벌써 사라졌다. 녹인 냉동 정자를 솜방망이에 묻혀 찔러주는 읍내 인공수정사가 등장하면서, 첨단 소는 기업에서 개발한 수정란이 착상된 결과물이 되어 버렸다.
축산자본은 미리 생식기를 꺾어놓은 황소 앞에 발정기에 든 암소를 한 마리씩 지나가게 한다. 무심하던 황소는 발정 난 암소를 뒤에서 끌어안지만 생식기가 꺾여 교미하지 못한다. 대신, 황소에 장착한 인주가 붉은 흔적을 남기고, 축산자본은 인주 묻은 암소의 자궁에 우수품종의 수정란을 착상하는 것이다. 소는 자신의 유전자와 관계없이 엉뚱한 송아지를 낳고, 특정 목적에 부합되도록 품종 개량된 송아지는 유전적 다양성을 잃는다. 하지만, 축산자본은 개의치 않는다. 밀폐 축사에 가두어 조건을 맞게 획일 사육하면 양질의 우유와 고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챙길 수 있다고 믿을 뿐이다.

빠른 성장 위해 동물성 사료

 
프리미엄 우유가 쇼핑센터 식품매장을 석권하면서, 3년만에 첫 임신하여 10년 동안 우유를 내주었던 전통 젖소는 퇴출되었다. 생후 2년이면 임신하고 3년간 전통 젖소의 1.5배 많은 우유를 펑펑 쏟아주는 수정란 젖소로 대체되었다. 첨단 젖소는 사육조건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온도, 습도, 사료, 성장호르몬과 항생제까지, 적기에 적량 투여해야 경제성이 보장된다. 원유를 받아 가는 자본은 소비가 늘지 않은 이상 1.5배 양산된 원유를 다 받아가지 않는다. 엄선 수집해서 1.5배 비싼 값으로 쇼핑매장에 내놓는다.
작은 목장을 희생시켜 성장한 대형 목장은 경쟁에서 이기려면 남보다 적은 비용을 들여 많은 수익을 올려야 한다. 최소 공간에서 최대 수익을 뽑으려면 소를 빨리 성장시켜야한다. 그런데, 빠른 성장을 위해서는 ‘동물성사료’가 제격이었다. 동물성사료를 먹은 소는 질병에 약하지만 3년만 버텨주면 된다. 최첨단 젖소는 1년이면 임신하고 효율이 떨어지는 3년 생이면 도태시키는 마당이다. 속전속결이 장점이 되는 상황에서 비육우에게 제공하는 육질사료는 안성맞춤이다. 뼈가 여물기 전에 몸이 불어 발목이 부러져 죽는 경우가 발생하지만, 수익은 극대화된다. 죽은 소는 아깝게 버리지 않는다. 사료공장에 보내면 과립 육질사료로 바뀌어 되돌아오니까.
되새김질을 불필요한 에너지낭비로 분석하는 축산자본은 콩과 옥수수로 만든 분말 사료를 육질과 배합한다. 쇠죽과 달리 악취가 진동하는 배합사료의 배설물은 파리, 모기를 불러들이지만 살충제로 해결하고, 소들이 움직이면 성장이 늦을 뿐 아니라 육질이 질기므로 좁은 공간에 몰아넣어 밧줄로 묵는다. 본성이 억제돼 생기는 스트레스는 잠으로 해결하도록 한다. 사료 실컷 먹은 후 실내등을 끄면 소들은 잠에 빠질 거고, 그만큼 살도 잘 찌지 않겠는가.

물질욕망의 자본주의가 만든 광우병
사슴을 미치게 하는 스크레피는 비교적 흔한 질병이다. 어린 나이에 도축된 사슴이 스크

 
레피에 걸렸는지 축산업자는 모른다. 그래서 도축된 사슴의 육질은 내다 팔지만 버리는 내장은 아까워 다시 팔게 된다. 육질사료로 팔면 일석이조니까. 영국의 과학자들은 스크레피에 감염된 사슴의 내장을 먹여 소가 광우병에 걸렸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알려진 바 대로라면, 프리온이라는 뇌 단백질이 변형되면서 소는 어린 나이에 미쳐 죽는데, 그게 바로 광우병이다. 미쳐 날 뛰다가 집단 도살되는, 그 끔찍한 현상을 목격한 영국인들은 자국 쇠고기를 먹지 않았다. 그러자 농업장관이 텔레비전 앞에 나섰다. 영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며 4살배기 딸과 영국산 쇠고기가 들어간 햄버거를 맛나게 먹었다. 그 후 10년이 지나, 광우병이 의심돼 소각장에 태워 죽인 소의 99.9%는 영국에서 희생됐다. 그리고 변형된 프리온은 인간 광우병으로 옮겨졌고, 죽은 사람의 대부분은 영국인이었다.
소는 스크레피에 걸린 사슴의 내장을 먹어 광우병에 걸렸을까? 인과관계를 중시하는 과학은 감염경로를 그렇게 추정했지만, 동물의 스트레스는 짐작하지 않고 간과하고 있다. 본성이 억압된 환경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프리온이 변형된 것은 아닐까.
인간 광우병의 원인이 정말 과학자들이 유추하듯, 광우병 걸린 쇠고기를 먹었거나 소 부산물로 만든 화장품을 사용했기 때문일까? 사람은 본디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해왔다. 고기를 찢는 송곳니보다 채소나 곡물을 자르고 가는 앞니와 어금니가 월등히 많은 사실을 보라. 인류학자들은 수렵채취 사회에서 육식의 비중은 매우 낮았다고 증언한다. 대략 송곳니와 어금니의 비율과 유사하다. 고기를 많이 먹으면 사람에게 여러 가지 질병이 온다. 사람의 장기는 채식에 어울리는데 인간 광우병은 지나친 육식과 관계 있는 건 아닐까.
소와 마찬가지로 구제역에서 자유롭지 못한 돼지도 밀폐된 공간에서 대량 사육된다. 사육환경이 불량한 것도, 사료가 부자연스러운 것도, 유전적 다양성이 위축된 것도 마찬가지다. 돼지가 잡식성이라 그런지 아직 광돈병을 듣지 못했지만 사람도 드물게 구제역에 걸린다고 한다. 본성을 억압시키며 사육한 돼지의 고기는 안심할 수 있을까.
산란용 닭이나 튀김용 닭도 마찬가지다. 최소 공간에서 최대 수익을 뽑아내기 위해 밀폐된 축사에 최대한 밀집시키는 닭도 유전적 다양성이 거의 없다. 마당을 발로 파며 곤충을 쪼아먹는 닭들은 영하의 날씨라고 얼어죽지 않는다. 질병이 돈다고 모두 죽지 않는다. 하지만, 쌓인 눈으로 지붕이 뚫리자 몰살하는 닭은 조류독감으로 전멸하는 닭처럼 환경변화에 대단히 취약하다. 이미 그렇게 품종 개량되었기 때문이다.

욕심으로 변질되는 인간의 문화
계란 노른자를 즐겨먹던 한 여자아이가 생후 7개월만에 이상이 생겼다. 국부에 털이 나온 것이다. 갸우뚱하던 의사는 예외적 현상으로 보았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월등히 커가던 그 아이는 3살에 월경을 시작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사람들이 조사해보니, 계란을 많이 낳게 하려고 양계장에서 여성호르몬을 과다하게 투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슷한 사례를 종합병원에서 보자. 초등학생들에게 난소암이 적지 않게 발생한다. 각종 암,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성인 질병이 이제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것도 너무나 많이.
유기농산물을 뜯어먹는 멧돼지는 농약 묻은 과일을 건드리지 않는다. 하지만 양변기를 쓰는 탓에 자신이 눈 똥에 파리가 달라붙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크고 번쩍거리는 과일을 찾아 먹는다. 과일 나무에 성장호르몬을 발라 농약 치고, 출하할 때 왁스를 바른다. 상온에도 썩지 않는 소시지를 먹는 아이들은 고기 없는 식단은 외면한다. 채식 위주였던 전통 식단에 고기를 썰어 넣는 엄마는 바쁘다기보다 귀찮아서, 아이들이 원한다고 출처 불분명한 인스턴트식품을 먹인다.
어린 나이에 10억원을 벌었다고 자랑하는 사회는 기저귀 찬 아기가 신문 들여다보는 광고에 현혹된다. 우리말도 제대로 구사할 줄 모르는 아이에게 영어부터 가르치는 교육열은 영재교육을 빙자한 선행학습에 거액을 투자한다. 정신은 물론 육체도 여물지 않은 아이들을 붙잡아 앉혀놓고 성장호르몬을 뇌로 입으로 강제 주입한다. 성인병만이 아니다. 주의가 산만한 아이, 난폭한 아이, 자폐아, 아토피성, 질병을 안고 사는 아이, 왕따 당하는 아이들이 전에 없이 늘어나는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남보다 제 아이를 더 빨리 더 성적 좋게 키우려는 욕심과 관계없을까. 본성을 무시하는 축산업은 아이 발목 잡는 선행학습과 무엇이 다른가.

광우병, 조류독감은 인간이 던진 부메랑
최근 불거진 광우병과 조류독감은 필연적인 부메랑이다. 호주 목축을 위협한 소똥이나 칠레의 교통을 마비시킨 아프리카 개구리처럼 자업자득이다. 돈을 위해 가축과 생태계와 아이의 본성을 왜곡한 데에서 비롯된 부작용이다. 늦기 전에 본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다. 제 철, 제 고장의 유기농산물로 직접 조리해 먹어야 탈이 없다. 뛸 땐 뛰고 놀 땐 노는 아이가 자신의 방향을 스스로 찾아 공부할 때 신이 나고, 행복하고, 몸도 마음도 건강하다. 본성이 그렇기 때문이다.
한데, 구제역 광우병 퍼지자 불고기 구워먹는 장관들에 의해 조기입학과 우열반 편성이 검토되는 현실이 참으로 걱정스럽다.

 

글 박병상(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대표)
풀꽃 세상을 위한 모임은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회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다.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이기도 한 그를 사람들은 시민과학자라 칭한다.

작성자박병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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