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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초점] LPG정책 무마하려는 보건복지부

이젠 정녕 정부를 신뢰하고 싶다-쉽게 말 바꾸는 정부의 장애우 차량 월간 사용량 제한 움직임

본문

 
 


〈LPG 세금 지원 인상분 재검토라니...〉

얼마 전 부안이 계엄 지역과 같은 상황이라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부안사태를 둘러싼 지역주민의 입장은 왜곡된 지역선정과정과 보상·주민투표에 대한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속에 정부를 신뢰할 수 없는 극한 상황이 되면서 이러한 사태를 만들게 되었다. 불과 며칠 전에도 수능 복수정답 허용으로 인한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이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정부가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순간순간의 위기만을 모면하기 위해 원칙도 없고 소신도 없이 힘센 집단의 이익만을 담보하는 역할에 충실한 정부는 결국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지난 11월14일. 장애계에는 부안사태만큼이나 정부를 불신하도록 만드는 사건이 조용히 시작될 것 같은 움직임이 있었다. 장애우들이 잘 쓰고 있던 차량용 LPG연료에 세금을 인상시키겠다고 정부가 나섰던 지난 2000년, 장애계는 힘겨운 싸움 끝에 어렵사리 LPG 세금 할인 정책이라는 타협점에 이르게 되었고 2001년 시행 이후 불과 2년 만에 정부가 LPG세금 인상분 지원 사업을 재검토하자고 장애계에 들고 나온 것이다.

〈LPG 추가부담 철회하겠다?〉

정부는 LPG세금 인상분 지원예산(에너지및자원산업특별회계, 이하 에특)이 매년 급증하고 있고, 차가 없는 장애우와 휘발유나 경유차량을 이용하는 장애우 사이에서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며, 장애우복지사업 일반회계와 에특회계간 예산비효율성(일반회계에 비해 에특 예산이 너무 많다), LPG연료를 과다사용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는 문제를 들어 2004년 1월부터 월간 사용량을 제한하자는 내용의 제안을 내비치고 있다.
현재의 차량용 LPG 세금 할인 정책이 결정되었던 2000년에도 모두 거론되었던 이야기들이고 그러한 점을 모두 고려해서 탄생했던 절충안이 바로 현재의 "복지카드"이다. 2000년 9월 당정협의를 통해  장애우들에 대해서는 현행의 LPG사용에서 추가적인 부담이 없도록 하고 향후 연간  당 70원씩 인상되기로 한 차량용 LPG세금에 대해서는 전액 정부가 지원하겠다"라는 약속이 시행(2001년 7월부터 시행)된지 불과 2년 만에 정부가 스스로의 약속을 뒤집는 제안을 들고 나선 것이다.
 
〈LPG 사용하는 장애우는 환경오몀의 주범?〉

곰곰이 되짚어 보면 2000년에도 정부는 장애우들에게 여러 가지 모습으로 불신과 실망을 안겨줬었다. 에너지 가격 합리화 정책이 탄생된 배경부터 그렇다.
90년도 장애우차량에 대한 LPG 사용이 허용된 이후 장애우에게는 값싼 LPG 사용이 피부에 와닿는 유일한 시책이었다. 그러나 승합차로 가장한 승용차들(RV차량)에게 LPG가 허용되기 시작했고, 98년 IMF 시기에 휘발유 가격이 대폭 상승하면서 LPG차종이 서민들에게 인기를 끌게 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자동차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LPG차종을 개발하고 생산하도록 했던 정부가 휘발유를 통해 거두어 들여야 할 세금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LPG차량의 생산을 중단시키겠다는 정책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이 정책은 그 동안 개발비를 투자했던 자동차 생산업체들의 저항에 부딪히게 되었고, 정부는 결국 힘없는 납세자인 서민들보다는 대형업체의 손을 들어 LPG차량의 생산을 지속하는 대신 LPG에 휘발유만큼의 세금을 부과하는 쪽으로 정책의 가닥을 잡았던 것이다. 당초 RV차량에 LPG를 허용 할 때 정부는 LPG가 청정연료라면서 휘발유보다 환경오염이 덜하다는 홍보를 했던 바 있다. 그러나 LPG 세금 인상을 놓고 장애계와 싸움이 시작되자 산업자원부는 LPG가 대기오염을 유발시키기 때문에 사용을 억제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여태까지 장애우들에게 공해 물질을 사용하도록 해왔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RV차량 확산을 통해 LPG차량의 개발과 생산을 촉진하던 것은 또한 무엇인가?
결국 그 동안 정부가 시키는 대로 조용히 대기오염물질인 LPG를 태워왔던(?) 장애우들이 부담을 떠안게 될 상황이었다. 연료비가 오르면 꼼짝없이 집에 갇혀 있어야한다는 생각에 장애우들은 거리로 뛰쳐나왔고 LPG차량으로 광화문 사거리를 가로막는가 하면 추석연휴 직전 서울역 광장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허울을 벗어라〉

온몸으로 저항하던 장애우들에게 정부가 던진 당근도 있었다.
바로 허울 좋은 "이동수당"이었다. 차를 가진 장애우들에게 월 3만원 수준의 수당을 주겠다는 것이다. LPG세금이 인상되고 나면 차를 가진 장애우가 추가로 부담하는 인상액은 월 8~10만원으로 예측되는데 그 돈에서 3만원씩을 수당으로 돌려주겠다는 정부의 발상에도 동의할 수 없었거니와 현금급여를 차를 가진 장애우에게만 준다는 것이 장애우들의 저항감을 가져올 것이라는 이유로 장애계가 거부하자 이번에는 그 3만원을 차 없는 장애우들에게까지 고루 나누어 주겠다고 했다. 차를 가진 장애우에게서 월 10만원을 더 빼앗아서 정부가 생색을 내면서 월 1만원 수준의 교통수당을 나눠주겠다는 정부의 형평성 있는(?) 정책에 차가 없는 장애우들도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불신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부는 이런 졸속 대책을 통과시키기 위해 형식적인 의견수렴 절차인 공청회를 기획했고, 공청회가 열리는 서울상공회의소를 전경들로 둘러싸고 걷는 모습이 똑바르지 못하고 수상한(?) 장애우들을 색출해서 공청회장 진입을 원천봉쇄했다. 그렇게 선택받은 사람만이 들어간 공청회장은 이미 머리 짧고 건장한 대한민국 청년들(사복전경)로 1/3의 좌석이 채워져 있었다. 장애계와 대화로 문제를 풀자던 정부의 모습이었다.

〈평균 이상 사용하는 장애우는 지원할 수 없다〉

LPG 세금 인상액을 보전하는 에특 회계 예산의 증가는 정책을 결정했던 초기에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해마다  당 70원씩 올라가는 만큼 예산도 기하급수에 가깝게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 예산은 장애우들이 사용한 만큼 카드사와 정유업계가 정부에 미리 냈던 세금을 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예산을 편성할 때 부족하게 잡지만 않으면 정부가 손해 볼 일은 아니다.
차가 없는 장애우나 휘발유, 경유차량을 소유한 장애우와의 형평성도 장애우계는 예전과 다름없이 일관된 주장을 가지고 있다. 장애우차량에게는 LPG가격만큼 휘발유와 경유도 할인을 해주든가, 유류 불법 유통이 걱정되면 일반회계에서 별도의 지원예산을 책정해서 비슷한 수준에서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든가. 다만 LPG차량을 이용하는 장애우에게서 세금을 더 걷어서 다른 장애우들에게 나눠주는 것은 재론할 가치가 없다. 그나마 차라도 유지하는 장애우는 차도 없는 장애우보다 소득이 나은 것이라는 정부의 가정은 장애우가 이용 가능한 대중교통이 전무한 현실을 고려할 때,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 소득의 절반 수준에서 자기 소득의 30%를 차량 유지비로 지출해야하는 장애우들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발상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월200 의 사용량 제한 역시 이미 오남용 방지를 위해 1일 4만원 이하, 2회까지의 충전이라는 제한을 수용한 합리적인 장애우들에게 "평균치(월간 200 )까지만 할인해 주고 평균이상의 LPG를 사용하는 비효율적인 절반의 장애우들은 책임질 수 없다"는 고효율적인 정부의 발상으로 들릴 뿐이다.
이제 더 이상 장애우에게 "정부의 어려운 입장을 이해해 달라"는 말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신뢰할 수 있는 정부는 장애우의 처지를 이해하는 정부이다.
LPG정책과 관련하여 이미 장애우계는 정부의 어려운 입장을 이해해서 2000년 요구하던 "장애우차량에 대한 LPG 휘발유 경유 완전면세, 충전횟수 및 충전량 완전철폐, LPG 차량 비소유 장애우에 대해 일반회계 예산을 편성해 교통 수당지급"에 대해 양보해왔다. 강자인 정부에게 약자인 장애우들이 여기까지 양보했으면 충분한 것이 아닌가.

글 남세현(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팀장)

작성자남세현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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