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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장애인연금제도, 논의의 물꼬 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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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과 함께 장애계 양대 현안인 장애인 연금제도 도입과 관련된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 7월 28일 한나라당 중앙당사에서는 이원형 의원 주도로 장애인연금법 간담회가 열렸다. 한편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이 중심이 돼 만들어진 ‘장애인연금법제정공동대책위’는 별도의 연금법을 마련,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 연금제도를 둘러싼 논의는 국회와 복지부의 장애인 수당을 현실화해서 연금을 대체하겠다는 입장과, 국민연금에 무기여 장애연금 제도를 신설해서 장애 기초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 그리고 별도의 연금법을 제정해서 기초연금과 생활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요약되고 있다.

과연 바람직한 장애연금 제도는 무엇이며, 또 현시점에서 장애 연금 제도가 도입되어 시행될 수는 있는 건지 그 가능성을 점검해 보았다.

    수당 지급 대상 확대하는 복지법 개정안 제출

지난 7월 28일 한나라당 중앙당사 소회의실에서 열린 장애인연금법 간담회는 결과적으로 연금 제도 도입을 위한 간담회가 아니라 현 시점에서는 연금제도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간담회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 참석자들 평가다.

왜냐하면 한나라당 의원들과 복지부 관계자 그리고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날 간담회의 결론이 연금대신 수당 지급 확대를 위해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으로 모아졌기 때문이다.

이 날 간담회는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이원형 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그 동안 무기여 장애인 연금법 제정을 추진하였으나 현재 시점에서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따라서 무기여 장애인 연금법은 장기 과제로 돌리고 현실 가능한 장애인 복지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면서 무기여 장애인 연금법 제정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사유로 "장애 연금 제도를 도입할 경우 공대위측 주장 1년에 4조3천억 원, 입법 정보관실 분석자료, 모든 장애인에게 차등 없이 연금을 지급할 경우 7조3천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이 정도 예산을 조달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주목되는 부분이 이원형 의원이 대표 발의해서 국회에 제출한 ‘장애인 복지법 개정안’이다. 이 이원의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은 복지법 44조 장애수당 조항에 단서조항을 추가하는 것인데, 현재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정도와 장애인의 경제적 생황수준을 고려하여 장애인의 소득보전을 위해 장애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는 조항에 단서조항을 붙여 "다만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생계급여의 수급권자인 장애인과 차상위 계층으로 1급 2급 중복 3급 장애인에게는 장애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 라는 조항을 삽입해서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의 개정안은 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를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강제화하고, 수당 지급 대상을 현재의 기초생활보장법 수급권자 1, 2급뿐만 아니라 모든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장애인에게 지급하고, 여기에다 차상위 계층 1급 2급 중복 3급 장애인에게도 장애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어 현재의 수당제도에 비하면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말하자면 이 의원의 복지법 개정안은 현재 연금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이 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인만큼 연금 대신 기존에 있는 수당 제도를 확대해서 우선 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소득보전을 해주자는 취지인 셈이다.

이 의원의 복지법 개정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이 의원실 박남수 보좌관을 만나보았다.

"장애인 실태조사를 보니까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이 16만원이라고 나와 있는데, 공대위에서는 이 비용을 모든 장애인에게 다 주자는 거다. 지금 장애인 등록자가 133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등록장애인 모두에게 연금을 지급하면 학계에서는 4조 정도, 복지부에서는 7조 정도가 추가로 들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 연금을 지급하려면 재원조달을 목적세로 할 것인가, 아니면 일반 세금으로 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공대위 측에서는 이 재원조달을 목적세로 하자는 거다. 그 중에서도 부유세에 붙여서 사회형평성을 높이자는 거다.

하지만 이렇게 경기가 안 좋은데 부유세까지 신설하면 내수 경기는 더 침체될 거 아니겠나? 그래서 재원조달에 대해서는 합의를 못했다. 그렇지만 장애연금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하자는 것이다.

현재 장애인복지법은 시혜적인 부분이 크다. 그런데 연금법이라는 것은 권리다. 그래서 복지법에서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자는 측면이 강하고, 수당을 줄 수 있다고 되어있지만, 이것을 주어야 한다고 바꿔야 하는 거다. 그래야 권리가 되는 거다. 우리는 장애연금법을 제정하는 거나 복지법을 단계적으로 개정하는 거나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 수당지급을 강제화하고 금액을 늘리겠다는 취지로 들리는데, 그렇지만 수당과 연금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나?

"장애연금법을 주장하는 분들은 국민연금을 2층 구조로 가자는 건데. 연금의 취지는 기여를 통해서 노후보장을 받는 것이다. 장애인들은 기여를 하지 않아도 연금을 받자는 건데, 이렇게 되면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기냐면, 장애인은 기초연금과 장애연금을 동시에 받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연금대신 실제적으로 수당 지급 대상과 금액을 현실화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수당에도 불합리한 점은 있다. 대상을 제한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 법이 시행된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 개정안이 시행되다보면 언젠가는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개정안대로 수당 제도를 확대해서 대상 장애인에게 월 평균 16만 원 정도를 수당으로 주면 3∼4천억 원 정도가 더 필요하다. 공대위에서 요구하는 것은 4조에서 출발하자는 건데, 우리는 3∼4천억 원에서 출발하자는 것이 다를 뿐이다."


박 보좌관은 덧붙여서 "수당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복지법 개정안은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수당 지급액을 16만원부터 시작하자는 건 국회에서 더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별도의 장애연금법 제정해야 한다라고 공대위 주장

이러한 이원형 의원 측 입장에 대해 장애인연금법 제정 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는 "국기법 대상 이외의 차상위 계층의 1, 2, 3급(중복장애)에게 장애 수당인 5-7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부분 개정안은 그 소요되는 예산에 비해 아무런 효과가 없는 생색내기 전시행정이기 때문에,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장애 수당이 아닌 제한적이고 연차적인 장애수당 지급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면 왜 장애인 단체들은 수당이 아닌 연금 지급을 고집하는 것일까? 원론으로 돌아가서
현 시점에서 왜 장애인 연금이 필요한지 그 이유를 알아보자.

가칭 "장애인연금법"을 만든 나사렛대학교 재활학부 우주형 교수는 제안 설명에서 장애연금이 필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다.

먼저 현행 국민연금법에 의할 때, 보호되지 않는 장애영역이 존재함으로써 이들 장애인들은 연금수급권자가 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연금법상 장애연금 수급권자가 되려면 국민연금가입자(원칙적으로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국내 거주 국민)로서 가입기간 중에 발생한 장애인 경우에만 가능한데, 그래서 국민연금미가입자가 장애를 갖게 되는 경우 또는 국민연금가입자가 되기 이전에 장애를 가지게 된 경우에는 장애연금의 지급대상이 되지 않는다.

또 장애인은 장애라는 특성으로 인하여 일반적으로 추가적 비용의 발생과 소득활동의 감소를 수반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를 보전해 줄 보편적인 수당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게 우 교수 주장이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에는 장애수당 등이 규정되어 있기는 하나, 그 대상을 장애인 일반이 아닌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제한함(장애정도도 1-2급 장애로 한정)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사회수당이 아닌 사회부조(공공부조)의 하나로 이해하여야 한다.

즉 장애수당이 사회수당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려면 자산조사나 소득조사 없이 장애라는 사회적 위험이 발생한 모든 국민(즉 모든 장애인)에게 제공되어야 하는데, 현행 장애수당제도는 장애인 모두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수당제도로 볼 수 없다는 게 우 교수 얘기다.

우 교수는 이어 장애연금이 필요한 이유로 장애인의 열악한 현실을 꼽고 있다. 2000년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8만원으로 도시근로자 가구소득(2000년도 2/4분기 233만원)의 4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또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률은 28.4%로 전국민의 실업률(2000년 6월) 4.2%에 비해 6.8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것은 장애인의 소득 수준이 한국 사회의 평균적인 도시근로자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사실상 장애인 대부분은 경제활동이 저조하거나 비경제활동자인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중증장애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뇌병변장애인, 정신장애인, 정신지체장애인의 경우 실업률이 40∼60%에 달하는 것으로 볼 때, 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지원대책은 절실하고 지원책이 연금 지급이 되어야 한다는 게 우주형 교수 주장이다.

그밖에도 장애인이 장애로 인하여 소요되는 추가비용은 월평균 15만8천 원 정도로 조사(2000년 실태조사) 되었는데, 장애인의 경우에는 소득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이러한 추가비용 발생이 상존하는 것이므로 이는 보편적인 장애수당으로서 보전해주는 것이 사회적 연대책임을 바탕으로 하는 복지국가의 원리에 합당하다고 우 교수는 말하고 있다.

그러면 만약 장애인에게 연금이 지급된다면, 구체적으로 얼마의 추가 예산이 필요한 걸까?

우주형 교수의 계산법에 따르면 장애 연금은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의 발생을 보전해주는 "기본급여"와 소득감소를 보전해주는 "생활급여"로 구분하여 지급해야 하는데 기본급여에 소요되는 예산은 약 2조원이고 생활급여 예산은 약 2조3천억 원, 합해서 연간 소요예산은 약 4조3천억 원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는 게 우 교수 주장이다. 이런 우주형 교수의 주장은 연금제도 도입을 위한 공대위의 기본입장이기도 하다.

장애연금법 제정을 통한 연금 제도 실시를 촉구하는 공대위의 논리는 분명하다.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당연히 국가로부터 장애 연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대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뇌성마비장애인연합 최명신 사무국장의 말이다.

"우리의 주장은 일차적으로는 1, 2급 장애인 중에 국민연금이나 기초생활보장법 수혜를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에게 연금으로 생활급여와 수당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그런 다음 모든 장애인들에게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장애연금은 잘살고 못살고 때문에 받는 것이 아니다.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받는 것이다. 시작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장애연금은 사회적 합의보다는 정부의 정책적인 의지가 필요한 것이다. 정부가 약속한 정책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민주당, 보건복지부도 마찬가지다. 돈이 없다는 이유다. 그렇지만 그 이유는 말도 안 된다. 의지가 있다면 특별법이나 장애인연금법을 제정할 수도 있는 문제다. 장애연금은 양보와 타협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책을 펴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마인드가 문제인 것이다."


- 결국 예산이 문제인데, 정부는 예산 조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부유세로 조달하면 된다. 상위 5%에서 10%사람들이 부담하면 된다. 외국에서도 부유세를 걷고 있다. 그리고 미고용 분담금도 연금에 쓸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현실적으로 돈이 없으니까 수당으로 조금씩 보장해 가는 것이 맞다라고 말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현실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말은 장애인들에게 조금 기다려라, 조금 더 기다리라는 것이다. 5년만 더 살면 어떻게 되고, 또 10년만 더 살면 어떻게 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중증장애인들은 당장 돈이 없는데. 그래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이동을 할 수 없어서 집에서만 살고 있는데. 이게 말이 되나? 중증장애인의 인권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연금제도는 다른 어떤 제도보다 시급하다. 중증장애인의 삶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활동보조인이 필요하거나 자립을 하고 싶은 장애인들에게는 연금으로 기본적인 삶을 보장해줘야 하는 것이다. 시작이 중요하다. 그 시작을 장애수당을 조금씩 현실화시키는 것으로 하면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다시 말해서 돈이 모아지면, 그리고 예산을 확보할 때마다 현실화시키자는 것인데, 5만원 주면서 내년에는 6만원 주고, 후년에는 8만원 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지금 당장 필요한데, 장애연금은 5년 후 10년 후에 필요한 것이 절대 아니다."


국민에서 장애인은 제외되어야 하나라는 문제 제기

이런 공대위측 주장 외에도 별도의 장애연금법을 제정하기보다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민연금제도에 무기여 장애연금 제도를 도입해서 중증장애인의 소득보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김정열 소장은 "연구소는 4년 전부터 연금제도 도입을 위한 운동을 해왔다. 그 이유는 장애인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해도 소득이 없는 장애인들은 접근이 어려웠다. 먹고 살 수가 있어야 비행기 이용 할인도 받고, 복지관에 가서 프로그램에 참석 할 수 있는데, 결국은 소득보장이 기본이 되어야 각종 서비스가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장애인들의 소득보장 제도가 뭐가 있나 살펴봤더니 당시 생활보호대상자 장애인에게 주는 생계보조수당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생활보호대상자가 아니어도 기본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소득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생계보조수당만으로는 안 되고 결국에는 보편적으로 모든 장애인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장애인의 가장 큰 문제인 소득보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해서 무기여 연금 제도 도입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 결국은 예산 조달이 문제인데?

"모든 장애인에게 연금을 주는 것이 아니고 대상을 좁혀서 중증장애인 중에서 소득이 없는 50여만 명에게 월 15만8천원의 추가비용을 지급하자는 것, 액수를 곱했더니 연간 약 6천4백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렇게 해서 일단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어떠냐고 정부와 민주당에 제안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걸리는 게 노인들이었다. 65세 이상 노인 계층 중에서 소득이 없는 노인이 약 300만 명 정도 되는데, 무기여 연금 제도를 도입하면 장애인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노인들도 줘야 하는데 예산이 너무 많이 드니까 정부와 민주당이 보류하고 있는 것이다."

- 국민연금에서 장애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불가능할거라는 시각이 있다.

"그래서 정부가 공부해야한다. 이게 조세방식인데, 호주는 전부 조세로 지급하고 있고, 일본은 처음에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돈을 못 대니까 조세방식으로 가고 있다. 우리 나라도 결국에는 조세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물론 새로운 제도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연금은 기존에 제도가 있으니까, 그것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국민연금에 정부가 조세로 지원을 해서 장애연금을 지급하자는 거다. 현 제도에서는 국민연금공단이 못한다고 그러지만 그래서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의료보호만 봐도 정부가 다 지원을 하고 있다."

- 기초연금 제도 도입에 대한 전망은?

"지금 사학연금, 공무원 연금, 군인 연금 모두 정부가 다 조세로 메워주고 있다. 형평성을 따져볼 때 시기가 문제지만 결국에는 정부가 기초연금 제도를 도입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연금이라는 것은 사회보험으로 기본적으로 국민 모두에게 해당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한시적으로 소득이 없는 사람들은 유예를 하고 있지만, 사회보험이라는 것은 의료보험제도처럼 100%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그러면 국민에서 제외하지 않는 이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할거냐는 거다. 결국에는 기초연금을 도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그러면 일단 국민연금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인가?

"일단은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현재의 국민연금제도의 개선을 주장하고 있는데, 연구소 주장의 핵심은 국민연금에 기여할 가능성이 없는 장애인들의 소득보장이 필요하다. 그리고 소득보장이므로 지금부터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연금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연금제도가 개선되면 어떤 방식으로 할거냐. 기초연금제도가 필요하다. 그러면 어디서 재원을 조달할 것인가, 그건 정부가 책임져야한다. 그래야 무기여가 되니까, 장애인의 소득보장은 수당이나 공공부조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장애연금에 대한 또 한 가지 시각을 살펴보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의 남세현 팀장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하고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연금의 목적이 된다면, 연금이 또다시 장애인들의 최저생계 보장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 그래서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최저생계는 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해서 장애인의 경우는 비장애인 수급권자들보다는 좀 더 차상위 계층까지 포함시켜서 해결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최저 생계는 기초생활보장법으로 커버하고 연금은 보편적인 제도로 모든 장애인들에게 지급하면서, 방식은 무기여로. 기여를 할 수 있는 장애인들에게는 기여로 가고, 그게 안 되는 장애인들은 무기여 형태로 가야되지 않을까. 그런데 무기여에서 쟁점이 발생되고 있다.

원래 연금은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이 목적이기 때문에 자기가 기여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장애인들은 기여는 안되고 생활은 안정시켜야겠다라는 점이 있으니까 문제가 되는 것인데. 이 문제가 해결되려면 사회적인 합의가 도출이 돼서 국민들이 장애인을 끌어안겠다고 얘기가 되어야하는데, 지금처럼 국민연금 덜 받는다고 난리가 나고 있는데, 기여 안 하고 받아보자 라고 그랬다가는 장애인 없애자는 말이 나올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본 게 그 동안 장애인에게 무상 혹은 실비로 제공되던 서비스를 유료화 하면 어떨까 라는 것이다. 무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의 예산을 연금으로 나눠주자라는 것이다. 무상 혹은 실비로 제공되다 보니까 그것이 권리로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주는 사람만 당당하고 서비스의 질도 담보되기 어렵다.

그러니까 어차피 그 곳으로 흘러갈 예산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에게 연금으로 지급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두 가지 효과가 나타나는데, 하나는 장애인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당당해지고, 또 한가지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긴장을 하게 된다. 예산이 기관으로 직접 가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에게 가니까 서비스가 좋아지지 않으면 문 닫아야 되는 거다. 연금과 관련해서 이런 방식도 검토를 해볼 수 있지 않나 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수당제도 확대해서 연금 대체 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

장애연금과 관련해서 주목되는 부분은 현 정부의 수장인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전 장애분야 대선공약토론회에서 모두 발언 중에 직접 대통령이 되면 1, 2급 장애인에게 월 20만원의 장애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이다.

그러면 정부 차원의 어떤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의 입장은 뭘까?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장애연금 제도 시행은 불가능하고, 대신 현재의 수당제도를 확대해서 시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현재 기초생활보호대상자 1 2급 13만9천명에게 지원하고 있는 수당을 차상위 계층까지 폭을 넓혀서 내년에는 모두 23만9천명에게 장애 수당을 지급하고 수당액수도 현재 5만원에서 내년에는 7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것이 복지부측 얘기다.

이렇게 일단 수당 지급 대상을 확대한 뒤, 수당액수도 현실화하겠다는 것이 복지부측 입장인데, 그 내용을 보면 수당 액수를 이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07년까지 16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 지원 16만원과 지금처럼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액수를 더하면 2007년에는 장애인이 지급 받을 수 있는 수당액이 20만원이 넘을 것이라는 게 복지부측 얘기인데, 그러면 장애인 단체가 주장하고 있는 연금이 필요한 이유, 즉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 16만원을 넘어서게 돼서 사실상 연금 지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수당으로 연금을 대체하겠다는 것이 복지부측 입장인 셈이다.

그렇지만 이런 복지부측 입장은 현재 장애연금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단체들의 입장과 큰 차이가 있다. 살펴본 것처럼 단체들의 입장은 모든 장애인에게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라는 것이지만 정부 입장은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에게만 국한해서 소득보전을 해주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장애연금 문제는 과연 어떻게 풀릴 것인가?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현재 연금제도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단체들이 정부 입장에 전혀 수긍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애연금 제도 도입 문제는 지금 중대한 고비에 도달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단체들의 연금제도 도입을 위한 운동이 정부 입장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게 연금 관련 문제를 취재한 기자의 판단이다.

"수당을 현실화 해서 차상위계층까지는 책임지겠다"
국민연금관리공단과 복지부의 장애연금에 대한 입장
만약 장애연금 제도가 도입된다면, 무기여 기초연금으로 갈 경우 국민연금관리공단, 별도의 장애연금법으로 갈 경우 복지부가 해당 부처가 될 것이다. 그래서 국민연금관리공단과 복지부 관계자를 만나 장애연금에 대해 물어보았다.

먼저 국민연금관리공단 관계자는 "무기여 장애연금은 국민연금의 기본취지에 맞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국민연금은 노령연금 쪽이 원래 취지이다. 국민연금은 현재도 재정에 어려움이 있는데, 기여 없는 연금을 어떻게 지급할 수 있겠는가. 무기여 장애연금 제도를 실시한다면 기금이 고갈될 것이다."

- 만약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장애 연금을 지급하게 된다면 어떤 조건들이 필요하겠나?

"국민연금이 16년째 접어들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한 번도 검토를 해보거나 의뢰를 받은 적이 없다. 조건이야 국민연금관련법을 전부 고친다면 몰라도, 입법가능성이 거의 없는 얘기다. 무기여 장애연금을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것이 일본의 사례이다. 일본에서는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을 실시하고 있다.

일본의 장애인들은 20세가 되면 모두 기초연금을 받는다. 이들의 기초연금은 정액기여하고 정액급여를 받는 방식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연금의 경우는 기초연금형태가 아니다. 자기가 기여한 보험료 비율에 따라서 받는다.

국민연금은 소득비례방식과 소득재분배방식을 혼합한 것이다. 그리고 정률 보험료 단일체계이다. 현재 국민연금 안에서 시행하고 있는 장애연금도 같은 성격이다. 기여해야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연금의 기본 성격은 기여하지 않으면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다. 따라서 현 체계에서 무기여는 수용이 어렵다."

- 그러면 소득이 없는 장애인들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문제가 있다는 건 안다. 그러나 국민연금체계를 바꾸기 전에는 무기여는 실행하기 어렵다. 영국에서는 장애연금을 기여방식으로 운영하고 있고, 중증장애인들을 위해서는 국고로 따로 지원하고 있다. 사회보험체계에서 무기여는 어렵다. 공적부조와 사회보험을 합칠 수는 없다. 장애연금은 별도의 체계를 만들어 국가가 장애인들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체계에서 무기여 연금을 실시하면 기존의 가입자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나, 장애연금뿐만 아니라 노령연금도 해당될 텐데, 그러면 감당이 안 될 것이다.

중증장애와 소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선진국에서는 크레딧 제도를 운영하기는 한다. 예를 들어 장애나 질병, 육아, 실업수당 등의 기간을 국가가 인정해서 나중에 수급을 받을 때 국고로 지원하는 제도다. 이것을 실시하면 납부예외자들이 많이 줄기는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을 인정하기 시작하면 실업자, 여성, 장애, 등등 많은 이익집단들의 수많은 경우가 생길 것이다. 이것을 감당할 정도의 경제가 과연 되느냐가 관건이다. 따라서 지금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별도의 체계로 국가가 장애인들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별도의 체계와 관련해서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관계자는 "언젠가는 별도의 장애연금법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한다. 현재 장애수당 금액도 적고, 대상도 협소해서 장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장애연금법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 그러면 전국민연금에서 장애인은 제외될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

"결국에는 장기적으로는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 2층 구조로 연금제도가 가긴 하겠지만, 당장은 수당확대로 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 중증장애 때문에 취업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생활이 어렵지 않다는 점 때문에 수당도 받지 못하고 연금도 받지 못한다면 큰 문제가 아닌가. 이들에 대한 대책은 있나?

"기본적으로 직업재활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보호고용으로 일자리를 주는 것이 해결책이라는게 우리 입장이다. 3월 현재 장애인 등록자가 약 133만 6천여 명이다. 20만원씩만 따져도 연금을 지급하면 엄청난 금액이다. 현재 정부방침은 기초연금을 장기적인 방향으로 보고는 있다. 그러나 별도의 장애연금법 제정은 점 더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가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그러므로 장애수당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안에서의 연금제도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무기여는 결국에는 세금으로 메꿔야하는데 그러자면 무기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다. 결국 생활형편이 괜찮은 장애인에게까지 연금을 주는 것은 무리다. 차상위 계층까지는 수당으로 커버하겠다. 지자체 사정에 따라 더 금액이 부가되면 약 20여만원 정도 될 것이다. 그러면 연금 수준의 금액은 된다. 다만 이 금액을 연금처럼 모든 장애인에게 주는 것은 무리다."
작성자이태곤, 최희정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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