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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중계]장애와 생명윤리 강연회

‘생명’도 리콜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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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회-장애와생명윤리

 

 

 

 

 

 

 
   오랫동안 표류하던 생명윤리법안이 배아복제 연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쪽으로 정부가 올 9월 국회에 상정할 움직임을 보이자 종교계와 시민단체들의 반대운동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그 운동에 선두에 서 있는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이 지난 7월 8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장애와 생명윤리"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공동대표이기도 한 박병상 소장은 이 날 강의에서 생명윤리를 도외시하는 일부 생명공학자와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 그리고 이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일부 정치인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험대 위에 놓인 생명>
인간 생명은 언제부터 시작하는가? 생명은 언제부터 인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수정이 이루어진 시점부터인가, 수정된 후 14일이 지난 다음부터인가? 아니면 배아는 물론 태아까지도 인간으로 인정할 수 없고, 출생 후부터 인간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인가?
수정란이나 배아를 하나의 인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면, 그것을 가지고 실험하고 조작하고 폐기하는 것도 아무런 윤리적 문제가 없는 것인가?
각계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배아복제는 수정 된 배아에서 "불치병 치료용 줄기세포"를 얻기 위한 것으로 그렇게 세포를 제공한 배아는 파괴된다. 따라서 배아의 지위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배아실험 여부가 결정된다. 즉 배아를 인간으로(혹은 생명으로) 보느냐 마느냐의 문제인 것인데 생명윤리 논쟁이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시험관 속에서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켜서 배아를 만들고 배아를 냉동시켜 보존하는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배아에게 인간 존엄성을 인정해야 하는가는 이제 치열한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었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원시생식선"이 나타나는 수정 후 14일 이후 배아는 인간이며 14일 이전은 세포 덩어리에 불과하기 때문에 인간이 아니라는 것. 따라서 14일 이전의 배아를 실험하고 복제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해가 될 것이 없다는 논리다.
박병상 소장은 14일 전 배아가 생명이 아니라는 주장은 배아실험을 관철하기 위한 억지라고 말한다. 원시생식선은 배아에 따라 그 출연날짜가 다르며 치료용 줄기세포란 어디까지나 "가정"으로, 아직 "희망사항"에 불과한 이론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과학자들의 지극히 편의주의적 발상임을 지적했다. 박소장은 과거 배아가 아닌 사람이 없듯이 배아도 "인간생명"임을 강조했다. 

<돌리의 죽음이 남긴 것>
배아가 생명이라면 치료목적의 배아복제라 할 지라도 금지될 것인데 그렇다면 난치병 환자들의 치료받을 기회는 영원히 무산되는 것인가.
그러나 박소장은 생명공학 기술이 모든 난치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믿음은 "세계 최초"로 기억되고 싶은 과학자들의 그릇된 경쟁심과 특종을 갈구하는 언론이 합작하여 만들어낸 "환상"이라고 말한다.
일부 생명공학자들은 줄기세포로 장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 다양한 세포조직과 혈관이 조화롭게 분포 배치되어야 하는 장기를 세포조직도 만들지 말지 모르는 줄기세포에서 분화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태도는 장기를 기다리는 환자를 기만하는 일종의 "사기행위"라는 것이 박소장의 설명이다.
전세계인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난 복제양 돌리는 2003년 2월 갓 여섯 살을 넘기고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 돌리 죽음의 원인인 폐질환은 늙은 양에게 흔한 퇴행성 질환이다. 양은 보통 12년 정도 살수 있다는데 엄격한 관리 하에 사육되었을 돌리가 무슨 연유로 6년 만에 늙어 죽은 것일까. 그 비밀은 돌리에게 체세포 핵을 기증한 양의 나이에 있었다. 체세포 핵을 기증한 양의 나이가 당시 여섯 살이었으므로 아기양 돌리는 여섯 살부터 시작한 셈. 즉 동물복제에 사용한 체세포의 나이가 복제된 동물의 나이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돌리는 "죽음"으로 보여 준 것이다.


돌리의 죽음은 불치병 난치병 치료를 위한 배아복제의 효용성에 대한 의심을 증폭시켰다. 체세포 복제로부터 유래한 수정란은 발생 능력이 떨어지며 복제 태아의 과체중(過體重) 및 기형, 그리고 이와 연관된 출산 장애 등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계속 보고 되고 있다.
이렇듯 배아복제의 효과를 담보할 수 없는 - 아니 오히려 위험한- 상황에서 일부 생명공학자들은 희귀병 치료법으로 국가의 막대한 부가가치 창출을 장담하며 배아복제의 타당성을 주장한다. 박소장은 이들이 연구자금 확보를 위해 진실을 왜곡하고 있고 부가가치에 눈 먼 정부도 자본의 눈치를 보며 연구자들을 비호하기에 바쁘다고 비판했다.
불치병 난치병이 늘어나는 이유는 왜인가. 환경변화와 그로 인한 돌연변이 유전자 확산이 근본원인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형적 환경요인을 양산하는 "기술"은 누구에게 돌아갈지 알 수 없는 "부가가치"란 명목 하에 그 영역을 점점 확대시키고 있다.

<생명과학은 리콜할 수 없다>
훗날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줄기세포 시술이 확보된다고 치자. 그렇다고 생명과학 기술자들이 장담해온 노인성 질환을 비롯한 불치병 난치병이 산뜻하게 해소될까? 박소장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다.
생태계란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다양한 생물학적 반응에 의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생명공학은 유전자와 생명을 대상으로 하는 까닭에 쉽게 드러나는 성격이 아니고 일단 드러나면 돌이킬 수 없다. 하나의 문제를 보완하면 다시는 같은 문제가 발생되지 않는 여타 과학기술과 달리 생명과학은 퍼져나간 유전자가 살아있는 한 과학기술과 제도가 통제할 수 없는 생태계를 통해 재생산되어 결국 인간에게 영향을 준다.
이 영향이 결코 인간에게 이로운 방향은 아닐 게다. 광우병 파동이 왜 일어났는가. 생산주의에 치우친 축산방식과 기본적인 생명윤리 마저 소멸된 기술의 남용 때문이 아닌가.
문제는 또 있다. 이른바 "세계화"로 표현되는 무제한적 경제전쟁시대에 줄기세포를 둘러싼 소외계층의 양산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혜택을 둘러싼 사회적 불평등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배아의 도덕적 지위를 14일 기준으로 나누듯 자본의 유무에 따라 생명에 우선순위가 정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생명체를 희생시켜 질병을 치료하겠다는 말은 "평화를 위한 전쟁"이라는 말처럼 모순되게 들린다. 물론 희귀병이나 퇴행성 질환 등은 치료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질병원인의 근본 제거에 노력하지 않고 질병의 말초적 치료를 위해 환경을 더욱 교란시키는 생명공학이 과연 환자를 위한 기술일까.
박병상 소장은 질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며 대부분의 불치병 난치병은 사고나 유전병인데 사고는 안전한 환경조성으로 유전병은 돌연변이 유전자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보전이 "정답"이라고 말한다.
생명공학은 장밋빛 꿈처럼 달콤한 희망을 속삭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인류 스스로 자기의 존엄성과 가치를 파멸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지금 생명윤리가 절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제양 돌리의 죽음은 우리에게 생명공학 발전에 대한 조급하고 환상적인 기대를 버리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생명윤리와 환경정의를 희생시키는 과학의 상업성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되새겨봐야 할 때다.

 

글 함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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