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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1]기고: 장애우의 성욕구와 성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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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 한 중년 성매매여성을 상담하였는데, 가족상담을 위해 중증뇌성마비 장애우인 그분의 아드님까지 상담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하루는 담당상담원이 당황스런 표정으로 의논을 해왔다. 그 아드님이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면서 상담원에게 포르노잡지를 구해달라고 하셨다는 거였다. 상담원은 당혹스러운 나머지 화를 내면서 서둘러 그 집을 나오셨다고 했다.  
혼자서는 이동조차 할 수 없었던 그분이 그 이야기를 꺼내기까지는 무척이나 망설였을 것이다. 화를 내며 나서는 상담원을 보면서 또 얼마나 민망했을까 생각하니,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장애우를 상담한다고 해도 성적욕구에 대해서는 다룰 필요도 또 다룰 수도 없다고 생각하는 그 상담원을 무조건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 일로 새움터의 상담원들은 몇 차례에 걸쳐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했다. 결국 상담원들은 모든 여성과 남성 장애우들에 대해 그들의 성적욕구는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고, 이러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사회적 서비스가 필요하며, 이는 장애우의 권리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장애우들의 성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어떠한 사회적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는지를 모색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성매매방지특별법 제정운동을 하면서 공창제도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비장애우인 이들이 공창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장애우들의 성적욕구해결을 이야기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 대부분이 평상시 장애우의 어려움, 특히 성적욕구 문제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을 잘 아는 나는 그들의 주장의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고 있다. 어쨌든 나는 이 기회에 그러한 주장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에 대해서, 장애우의 성적욕구충족을 위한 대안이 결코 공창제가 아니라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성매매의 폭력성이다. 다음과 같은 성매매에 관한 국내외의 연구들을 살펴보면 폭력성이 성매매의 본질임을 잘 알 수 있다.

캐나다에서는 일반인들에 비해 성매매여성들의 사망률은 무려 40배 이상이다.

미국에서 성매매에 유입되는 여성의 평균연령은 14세이고, 적어도 75%의 성매매여성들은 성적으로 육체적으로 학대당하는 아동들이며, 90%이상의 성매매여성들이 포주의 억압 하에 있다.

노르웨이에서 성매매여성들의 73%가 육체적 폭행, 강간, 감금, 살인협박과 같은 폭력 행위의 피해를 입고 있고, 나머지 27%는 그들의 동료들에게 가해지는 끔찍한 폭력을 목격하였다.

한국에서 성매매여성 96%가 신체적인 위협이나 무기를 사용한 위협, 신체적 폭력, 강간의 피해를 경험하였고, 81%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다. 96%는 성매매에서 벗어나는 것을 원했고, 90%는 공창제도에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성매매의 폭력성은 지역에 상관없이 동일하며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성매매가 이렇게 여성에 대한 심각한 폭력임을 인식한다면, 어떠한 이유로든 성매매를 직업으로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특정 지역에서 성매매를 인정하는 공창제도의 경우, 이것은 마치 유사이래 없어지지 않는 살인범죄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하여 특정지역을 지정해서 그곳에는 피해자가 되어도 상관없는, 즉 인권이 보호받을 가치가 없는 여성들을 살게 하여 그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살인범죄는 합법화하는 것과도 같다.  성매매의 폭력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성매매여성들과 여성단체들은 공창제도를 반대한다. 또한 장애우의 성적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히 사회적 서비스의 구매로서 성매매를 조장하거나 용인한다면, 이는 장애우들을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범죄자로 만드는 것과 결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글을 쓰면서도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장애우의 성적욕구를 이야기할 때 그것은 정확하게 말해서 남성장애우의 성적욕구일 뿐이지 여성장애우의 성적욕구는 여전히 무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시당하는 정도가 아니고, 남성장애우의 성적욕구에 대해 고민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성장애우들 중 일부는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옳겠다.
모든 성매매여성들이 폭력적 상황에서 고통받고 있지만, 특히 장애여성들을 상담할 때면 정말 참담하다. 한 여성은 몇 달에 걸친 심리치료에도 불구하고, 토막난 기억을 되살리지 못했다. 여관에 들어간 다음, 벌거벗은 채 침대에 누워있었던 것만 기억난다는 그 여성을 향해 경찰은 “너 똑바로 말 못해? 거짓말하고 있지? 니가 좋아서 한거면서 누굴 속이려고..”며 호통을 쳤다.
이렇게 정신분열과 인지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으로 인해 자신이 당한 피해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장애여성들이 많다. 이러한 여성들은 성매매업소에서 구조되어도 자신의 피해를 진술하지 못해 범죄자들을 처벌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발적인 성매매여성으로 오인되어 윤락여성으로 처벌되기도 한다. 성매매피해 장애여성들이 이러한 상황에 놓여있는데 한편에서는 장애우의, 더 정확히 표현하면 남성장애우의 성적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성매매를 사회적 필요악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여성과 남성을 모두 포함하는 장애우의 성적욕구를 해결하기 위하여 이제는 사회적서비스에 대해 진지한 모색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적극 동의한다. 그러나 서비스의 방법으로 성매매를 구상하고 있다면, 이는 오히려 다른 여성들을 억압하는 범죄가 될 뿐만 아니라 남성장애우가 여성장애우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글 김현선(새움터대표)

작성자김현선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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