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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연대]당신은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입니다.

인터넷 화상장애우 모임‘빛과 사랑’2주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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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과 사랑’은 화상(火傷)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깨뜨리고, 화상장애우의 사회복귀를 돕기 위한 모임이다. 2001년 5월에‘빛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둥지를 틀었다.(http://cafe.daum.net/sunlove21) 화상장애우들의 아픔과 정보를 함께 나누고 있는 이 모임은 TV에 안면화상장애우의 이야기가 방송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 회원이 2,800여명에 이를 정도. 화상을 가졌다는 이유로 소외되고 무시당하던 그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사회의 편견과 차별에 “뭘 봐?”하며 당당히 맞서는 화상장애우들. 함께걸음에서 그들을 만났다.

화상장애우모임-빛과사랑

 

                                               

 
 

             

 

 

 

 

〈내 팔자가 어때서! 난 그냥 다쳤을 뿐이야〉
‘빛과 사랑’의‘2주년 기념 및 후원의 밤’은 인터넷으로 만나던 화상장애우들이 오프라인에서 서로의 아픔을 다독이는 자리였다. 기자는 여기서 사회의 편견이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얼마나 큰 고통이 되는지, 또 한 번 절절히 느꼈야 했다.
2001년 12월 갈비집에서 아르비아트를 했던 최정규(21)씨. 숯불을 들고 있던 그에게 사장이 홧김에 석유를 끼얹었다고. 정규씨는 얼굴을 포함해 전신화상을 입었다. 그 이는 “저를 보고 한 어린애가‘징그러워’하고 도망치더군요. 처음으로 충격을 받았죠. 그때 알게 됐어요. 제 현실을...”라고 말했다. “제가 출연했던 병원24시 PD가 이 프로그램이 제작된 5년간 화상상장애우는 겨우 4,5번 방송됐다고 하더군요. 화상장애우 모습이 방송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대요. 화상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어느 정도인지 아시겠죠.”라고 덧붙였다.
정규씨는 “불이 붙었을 때 저는 펄펄 뛰었거든요. 바닥에 굴러야 한다는 것을 몰랐어요. 진작에 대처방법을 보거나 배운 적이 있었다면 이렇게 심하게 다치지 않았을 겁니다”라며 화상에 대한 정보와 교육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후 10개월 때 버섯재배 건조장 장작불에 안면화상을 입은 곽진이(22)씨는‘빛과 사랑’의 귀염둥이. 행사티켓에 번호를 쓰다가 ‘8’자를 잘못 쓰자,‘팔자 고쳐라’하고 농담한 기자에게 “내 팔자가 어때서요. 제 팔자 좋아요!”라며 기자의 편견까지도 바로 잡아주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외모로 서비스의 질을 가늠하는 선입견이 있어요. 그래서 화상장애우들은 면접 볼 기회조차 없죠. 뜻밖의 사고로 화상 입은 것도 억울한데, 성인이어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고통, 안 당해본 사람은 몰라요”라고 지적했다.
생후 11개월에 안면화상을 입은 조 모씨(34)도 “휠체어에 탄 사람은 고용해도 안면화상인은 뽑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함께 있던 안면화상장애우인 박 모씨(24)는 19세때 가스렌지 폭발로 안명화상을 입었다. “병문안을 갔는데, 옆 침대 보호자가 병실 옮겨달라고 요구하더라구요. 화상장애우는 다쳤을 뿐인데, 사람들이 전염병자 취급하는 것에 화가 나요.”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리고 “재건 성형수술이(미용 성형도 아닌데) 왜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는지 이해가 안돼요. 한 두 번에 끝나지 않을 수술비가 너무 부담돼요 ”라며 어느 병원에서 어떤 수술을 받을 수 있는지, 수술비는 얼만지 등에 대한 의료정보도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30년 전 안면화상을 입고 양손도 절단해야 했던 조남성(49)씨는“사람들의 시선, 30년동안 단련돼서 참을 만합니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있을 때‘귀신이다’고 손가락질 당하면 정말 비참해집니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조씨는 선배 화상장애우로써 나이 어린 화상장애우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단다.
「잃어버린 얼굴」로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김광욱씨. 그는 ‘빛과 사랑’의 부회장으로 활동하다가, 최근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시 쉬고 있다고. 행사에 참가한 그는 “화상장애우들 가운데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죽음보다 더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장애우들이 많아요”라며 화상장애우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바로 사회의 잘못된 시선임을 강조했다. 요즘의 근황을 묻자 “매스컴에 드러나기 전이나 후의 내 얼굴은 변함이 없는데, 나를 보는 시선이 많이 틀려졌어요. 나를 소외시키고 피하던 사람들이 오히려 다가와서 악수하자고, 사인해 달라고, 힘내라고 그러더군요. 화상장애우를 보는 사회의 이중적인 시각을 느낄 수 있었죠. 한 순간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뚝 끊긴 후, 고독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저는 제 나름의 삶을 열심히 가꿀 겁니다.”라고 전했다.

〈올해 7월, 장애범주에 포함되는 안면화상〉
올해 7월, 제2차 장애유형 및 장애등급판정기준확대로 안면화상이 장애범주에 포함된다. 그나마 고무적인 일이다. 지금까지는 아무리 심한 화상을 입어도 신체의 다른 기능을 잃지 않는 이상 장애로 인정 받을 수 없었다.
전체 국민의 6%는 화상으로 인한 상처로 사회복귀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한다.(출처:한국화상가족협의회) 이렇게 수많은 화상장애우들은 화상 때문에 심한 박탈감과 대인기피증, 우울증, 자살충동 등의 심리적 좌절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심리 및 재활 프로그램은 커녕, 치료받을 병원조차 없다. 국내에서 중화상 환자를 치료하는 전문병원은 서울에만 2곳이 있을 뿐, 지방에는 그조차 없다. 전국에서 몰려드는 화상환자에 전문 병원들은 이미 포화상태. 화상치료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힘든 과정이다. 때문에 1천 병상이 넘는 대학병원들도 이들을 기피하는 실정. 병원들이 중상의 화상 환자를 기피하는 이유는 ‘돈이 안된다’는 이유다. 장기입원을 요하는 환자들이 많아 병원 손실이 크다나 뭐래나.
또 한가지 문제는 화상 관련 성형수술은 건강보험에서 예외라는 것. (수술범위와 입원 기간 등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겠지만) 1회 성형 수술시 5백만원에서 1천만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으니 몇 회에 걸쳐 받아야하는 성형수술은 엄두도 못낸다.
미국의 경우 화상장애우를 위한 재단이나 치료센터가 150여 개에 이른다. 대만에도 8개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전문 병원과 각종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외과 및 성형전문의, 화상환자 사회복귀학자, 물리요법 연구학자, 심리학자, 세균학자, 사회사업가, 어린이 전문가, 종교인 등이 전문팀을 구성하여 화상장애우를 지원한다. 또한 화상환자의 나이에 맞게 체계화된 사회복귀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이 활동은 연중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며, 가족 및 친구들을 참여시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화상장애우들에게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출처 : http://news.kbs.co.kr/desk/index.htm)

〈감기도 건강보험 되는데, 왜 우리는 안된다는 거야〉
2년 전‘안면화상인 사회적응 훈련’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화상장애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빛과 사랑’을 만든 이의산 회장(46). 그도 초등학교 4학년 때 화재로 전신화상을 입은 장애우다. 이 회장은 화상장애우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화상관련 성형수술 건강보험 적용’을 꼽았다. “감기만 걸려도 건강보험 되잖아요. 그런데 화상관련 성형수술은 왜 안된다는 겁니까 ”라며 “전국적으로 20만 명에 달하는 화상장애우가 집에서만 지내고 있습니다. 이건 국가적으로도 손해죠. 화상관련 수술을 건강보험에 적용해서 화상장애우들이 사회에 복귀해 자립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라고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빛과 사랑’에서 의료자문을 하고 있는 한성익(성형외과 전문의)씨는 “화상관련 성형수술이 의료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것은, 살아가는데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는 이중적인 생각 때문입니다”라며“안면화상은 분명히 장애입니다. 특히 외무중심주의가 판치는 우리사회에서는”라고 잘라 말했다.
귄용희(사회복지사.24)부회장은 “범죄자도 아닌데, 화상장애우들은 사회에서, 가정에서 죄책감을 강요당하고 있어요. 억울하게 화상 입은 것도 견디기 힘든데, 화상 때문에 생기는 경제적 어려움, 가족간의 불화 등이 화상장애우의 잘못으로 돌려지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심리적으로 경제적으로 불안해하고 있습니다”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건강보험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화상장애우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 오히려 불쌍하죠〉
‘빛과 사랑’의 이의산 회장은“화상에는 누구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생활 속에서 언제, 누구에게 닥칠지 모르는 사고죠. 이 문제는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빛과 사랑’에서는 2002년 12월에 전주 김 모씨의 목화상 성형수술비를 지원해 우리나라 최초로 현미경미세혈관연결 이식수술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빛과 사랑’은 화상관련 성형수술 건강보험 적용 추진 운동, 화상장애우 사회복귀 프로그램, 법률 및 의료 관련 고문 활동 등 다양한 사업을 한다. 또한 화상장애우들이 사회로 나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영화 관람이나 야외활동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가정방문을 통해 화상장애우들에게 같은 아픔을 가진 동료로써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한다.
‘빛과 사랑’의 최종 목표는 ‘화상복지센터’를 세우는 것. 이 센터는 화상장애우를 위한 정신적, 신체적 치료부터 취업상담까지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곳이 될 것이라고한다. 첫 단추로 ‘빛과 사랑’을 법인화 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단다. 이 시스템은 분명 한 개인의 노력으로 만들어질 수는 없다. 정부의 재정과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수다. 이것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이 사회가 화상장애우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고, 잠재적 화상장애우로써 관심을 기울여 목소리를 모으는 것이 선행되어야할 것이다.
기자는 비화상장애우로써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신미화씨(생활재활교사)의 경험담으로 이 글을 맺고자 한다.
 “빛과 사랑 활동을 하면서 화상장애우들이 비장애우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사실, 얼굴에 여드름 하나가 생겨도 신경 쓰이잖아요. 그 분들 심정 오죽하시겠어요. 화상장애우와 같이 다니면요, 사람들의 시선이 정말 잔인하다는 것을 알게돼요. 전철타면 시끄럽던 전철 안이 조-용해지죠. 어떤 사람은 한 술 더 떠서 슬금슬금 자리도 피해요. 길거리에 나서면 저까지도 이상한 사람으로 쳐다봐요. 장애가 없는 저도 그런 시선이 싫은데, 당사자는 어떻겠어요. 겉모습이야 어떻든 그게 무슨 상관이죠?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면 되지. 화상 입었다는 이유 하나로 모든 것을 박탈당해야 하나요? 화상이라는 이유 때문에 모든 잠재력과 기회를 짓밟고 있는 현실, 정말 안타까워요.
저는요, 화상장애우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이 오히려 불쌍하게 느껴져요. 겉모습으로만 상대방을 인정하는 사람, 남들도 그 사람을 그렇게 판단 할테니까요.”

글 사진/ 최희정기자

작성자최희정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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