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며 수행하며-마음4] 남자의 일과 여자의 일
본문
오늘 이야기는 좀 딱딱한가?
남편을 부를 때, ‘바깥양반’이라고 말합니다. 부인은 내자(內子)로 표현하기도 하고 ‘안사람’이라고 풀어 말하기도 합니다. 남자의 일은 주로 바깥 일이고, 여자는 주로 안의 일을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지요. 요즘 여성의 사회참여가 높아지면서 남녀의 일의 구분이 적어지거나 아예 없어져 남자가 하는 일을 여성들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성에 따른 역할분담이 철저하게 나뉘어 있고 차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남자의 일은 주로 돈을 버는 일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돈을 버는 일을 경제활동이라고 하고 이러한 경제활동은 결국 자신의 노동을 팔아서 자원이나 원료 등을 가공하는 일이거나 서비스업들입니다. 남자들의 일은 노력하면 돈으로 쌓이거나 성과로 남거나 사회적 명성을 얻습니다. 그래서 남자들의 일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꾸준히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을 지향합니다. 그 방향에는 끝이 없지요. 무한히 많이 돈벌기를, 무한히 많은 명예를, 무한히 많은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힘들지만 그래도 힘든 일에 대한 대가를 보상받기도 합니다. 이런 일을 ‘직선적인 일’이라고 표현해 봅시다.
그런데 여성의 일은 이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여성의 일은 우선 고생고생 하면서도 전혀 표시가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안하면 금방 표시가 납니다. 육아, 청소, 요리, 집안정리 등 모든 가사노동이 그렇습니다. 더욱이 돈도 안됩니다. 그리고 여성의 일은 반복적입니다. 이것은 ‘순환적인 노동’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튼 매일매일 그 높은 산에 큰 돌맹이를 겨우겨우 올려놓으면 정상에서 다시 굴러떨어져 다음 날은 다시 시작해야 하고, 매일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지프스의 노동인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오늘날 여성의 노동은 자본주의 사회에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하 아니군요. 오히려 자본주의의 경쟁관계, 그 일반 사회의 흐름을 지속시키는 드러나지 않는 밑바닥의 큰 흐름이라 할 수 있겠군요.
남자들은 자신의 노동력을 비싼 값에 팔기 위해 학벌과 용모, 능력과 자격증을 갖추어 상품성을 높여 놓습니다. 유치원부터 시작하여 치열한 사교육열풍 학원과 과외경쟁은 결국 좋은 대학을 들어가고 좋은 학벌을 얻으려는 것이며, 이는 자신의 상품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 아니겠어요? 더욱이 기술을 익히거나 자격증을 얻거나 하는 것도 마찬가지지요. 국내 유수의 대학도 이제는 성에 안차서 유학을 다녀와서 더 많은 정보력과 전문성, 화려한 경력을 포장하여 자신을 값비싸게 팔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공부, 학력은 가만히 따져보면 학문 자체에 대한 사명감이라기 보다는 학문을 이용하거나 팔아서 돈벌려는 생각이 더 많은 것입니다.
오늘 새벽 공양간의 문을 열면서 든 생각들입니다. 어제 했던 밥을 또 하는구나. 이렇게 반복되는구나...약간의 한숨이 나오더군요. 그러면서 더욱 깊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오늘 날 자연을 파괴하면서 이와 같은 환경재앙, 생명의 죽임, 생태적 위기를 초래한 것은 결국 남성적인 일이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들었습니다. ‘직선적인 노동’의 특징인 거지요. 이러한 노동은 노동 그것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돈벌이를 위해 도구화합니다. 오늘날의 발전을 결국 자연속에서 생산되는 무수한 열매와 과실들(이자)만이 아닌 자연의 자원(원금)까지 고갈시키고 있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서 여성의 노동, ‘순환적인 노동’은 결국 생명을 다루고, 생명을 포태하고 생명을 키우며 생명을 살리는 노동인 것입니다. 그리고 남성의 노동은 엔트로피를 증대시키는(무질서도를 높이는) 방향의 일이라면 여성의 일은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질서를 높이는)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저는 스스로 참 놀랐습니다. 새로운 작은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조금 단정적이지만, 직선적인 노동은 효율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단히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사회적 조건을 만들어냅니다. 이름하여 ‘가부장적’이라고 표현되는 문화이지요. 그리고 생산성을 위해 경쟁과 대결, 대립과 투쟁, 목표중심성, 폭력의 문화를 이루는 바탕이 됩니다. 여성운동이 그 동안 싸워온 성과를 대단히 중요합니다. 모든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선택권이 주어져야 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과 다른 삶과 선택이 강요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여성운동은 단순히 남성과 평등을 추구하는 것에 머문다면 저는 충분히 옳은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봅니다. 남성이 만들어놓은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남성과의 평등이란 결국 여성 스스로 가부장 질서 속에 편입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결국 남성화되는 것, 남성과 같아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잘해봤자 남성과 가까이 갈 뿐, 결국은 남성적 세계관에 포섭되어 있는 것이며, 닮아 가는 것이고 가부장제를 비판하지만 결국 그 안에 갇혀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정한 페미니즘은 남성과의 평등함, 대등함이 목표가 아니라, 이를 뛰어넘는 것, 가부장적 질서가 갖고 있는 반생명과 반생태적인 세계를 구원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렇게 생태적 인식에서 새로운 가치를 재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생각이 그 동안 노력해온 많은 페미니스트들에게 부엌과 가정으로 돌아가라는 주장이라고 욕을 먹을 지 모르겠군요. 그러나 제 이야기의 초점은 여성성의 중요함. 가사노동으로 대표되는 노동의 중요성, 순환적인 노동을 강조하고자 한 것입니다. 그래서 남성성으로 대표되는 노동의 성격을 비판적으로 되집어 보려는데 초점이 있습니다. 나아가 오늘날 직선적인 경제주의, 생산력주의의 미망(迷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되며, 우리 사회의 노동이 모두가 그렇게 변화해야한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그러면 남자들에게 여성성(性)을 회복하는 노동은 무엇일까, 순환적 노동의 회복으로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땅과 흙에 기반한, 자연에 기반한 노동이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곤 더 이상 생각이 진척되지 않는군요. 밥하고 난 뒤에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덧대는 글: 이 칼럼은 교육원의 박석동국장님이 이름을 짓고 만들어 놓고는 그 큰 체구와 반복된 강압적 목소리에 저에게 글쓰길 강요했습니다(완전히 자유롭기가 이렇게 힘이 든다)박석동국장님 난 이 코너의 이름이 ‘수행하며 밥지으며’인데, 별로 인 것 같아요. 바꿔주세요. ‘하라는 밥은 안하고...’‘밥솥을 열며...’‘밥을 지으며 나를 돌아보네...’로
글 법운 유정길 두손 모아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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