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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논단] 일상생활과 평화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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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평화와 평화를 깨는 온갖 폭력들 사이에서 맘을 조리며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데올로기로 갈라져 싸우던 냉전체제가 끝나면 평화로운 세계가 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았었다. 그러나 1990년대 냉전의 큰 흐름이 끝난 뒤에 찾아온 것은 아주 무서운 침략과 공격을 앞세운 대량 살상전쟁이었다. 온갖 무력이 세계질서를 힘의 논리로 지배하는 시대로 접어 들어버렸다. 서로 견주는 세력 없이 혼자서 독불장군처럼 노는 제국의 세력 아래 노예로 떨어지는 세계질서로 모양새가 꾸려지는 모습이다. 이번에 미국은 이라크를 무력으로 침공하여 무수히 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문화재를 파괴하고, 생태계를 더럽히며, 양심과 간절하고 소박한 시민들의 마음을 짓밟아버린 더럽고 부끄러운 역사를 기록했다. 서로 살리는 역사가 아니라 파괴하고 죽이는 논리를 앞세운 전쟁을 합리화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의 제국주의 행렬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똑바로 역사에 기록하여 두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큰 이야기다. 눈을 앞으로 당겨 우리 일상생활에서 평화실현을 어떤 상태에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남들이 부시고 조져댈 때 나는 세우고 사랑하고 위안을 주었던가? 내 삶과 세계전쟁은 관계가 없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내 눈을 한 번 깜박이는 것과 세계가 평화를 얻거나 전쟁의 도가니 속에 빠지는 것은 관련이 없는 것일까? 내가 나와 다른 모습을 하는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다른 종교나 민족과 국가를 적으로 대하는 것과 같은 것이요, 나와 다른 옷을 입었거나 머리 모양을 하고 다니는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내 맘에 들지 않는 정치체제나 국가형태를 말살하려는 침략전쟁의 근원이라고 할 수 없을까?
몇 주 전 나는 시골 중학교 학생들에게 평화사상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문제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학생들을 보는 순간 내가 준비한 모든 것들을 다 버리고 아주 새롭게 정리하여 말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시끄럽게 떠들고 옆 친구와 장난하며 아무 것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듯한 아이들 앞에서 무엇인가를 새롭게 구성하여 말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래서 옆 친구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고, 그에게서 잘생긴 곳 한 곳을 골라보고 그곳을 아주 잘생겼다고 칭찬하여 보라고 하였다. 그리고 옆 친구의 손을 살짝 잡아보라고 하였다. 물론 아프게 잡아서 소리를 지르게 한 놈도 있었다. 그 아이의 손이 따뜻한가, 차가운가, 부드러운가, 억센가, 힘이 들어 있는가 맥이 빠진 듯이 쳐져 있는가를 가만히 느껴보라고 하였다. 시시때때로 먹는 밥이나 반찬을 바라보면서, 그 중 어느 것 한 가지에 생각을 조금 모으고 지금 내 입으로 들어가는 그 음식을 있게 한 모든 것들, 즉 사람, 바람, 물, 땅, 햇볕, 비, 어떤 짐승이나 곤충들에게 아주 잠깐만이라도 ‘고맙다’는 생각을 하여 보라고 하였다. 그리고 입으로 ‘고맙다’라고 하루에 한 번 씩 만이라도 뇌어 본다면 참으로 좋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바람 따라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살랑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꼭대기 잔가지에서 평안하고 아늑함을 느껴본다면, 다리가 아파서 절뚝거리는 친구나 눈이 안보여 걷기가 불편한 친구의 옆에서 조용히 말을 걸어보고 그 사정을 들어본다면 분명히 세상에는 평화로운 기운이 가득해 질 것이라고 하였다. 이렇게 쌓이는 것이 온 세상을 평화로운 기운으로 덮고도 남도록 하는 기운을 세워줄 것이다. 평화는 어려운 것도 대단한 것도 아닌, 그냥 평화롭게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낳고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2003. 4. 21.)


글 김조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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