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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 소통으로 장애계의 변화 이끌어내는「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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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큰 조직과 작은 조직, 장애운동을 한다는 조직과 이익을 우선시 하며 활동하던 조직, 이제 막 뭔가 꿈틀거리는 조직과 기틀을 튼튼히 갖춘 역량 있는 조직. 이렇게 활동방식과 처한 위치가 다른 50여개의 장애조직이 한자리에 모였다.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이하 장추련)가 바로 그것. 열린네트워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로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차별금지법)’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난 후 2년만의 성과로 평가되어지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것은 아니지만 그 성과라는 측면은, 각 조직마다 산적한 현안문제, 재정난 등으로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전 장애계가 장애문제를 차별의 문제로,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문제로 바라보면서 하나로 뭉쳐 법제정의 의지를 모았다는 것이다.

정치적 입장차이와 활동방식에서의 차이를 보이던 수많은 조직이 하나의 사안으로 연대의 틀을 구성했다는 것은 장애계 역사상 드문 "사건 중의 사건"이다. 또한 제3그룹, 여성장애인영역, 중증장애인영역 등 임의단체의 성격을 가진 조직에 대한 참여구조 마련에 모두가 합의했다는 것은 조직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장애계의 변화된 모습이다. 이렇듯 힘겨움이 있더라도 모두가 함께 참여해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는 한층 성숙한 장애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연대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장추련은 지난 해 11월 한국장총이 제 시민사회단체와 장애인단체에 ‘차별금지법’제정을 위한 공식 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차별금지법은 ‘장애’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정의하며 장애 가진 사람의 권리확보를 위한 제반 사회적 환경 마련의 책임이 국가와 사회에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차별을 가져오지 않는 환경 마련이라 함은 일정 정도의 비용부담과 투자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 때문에 법 제정 움직임은 기업이나 정부 등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살 것이 분명하다. 철저한 논리와 다양한 방식으로의 접근이 장애계의 일치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경제논리 앞에 차별금지법은 사라질 것이다.

또한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편견과 무지 속에 묻혀있어 일상화된 ‘차별’을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장애와 차별에 대한 연구와 합의, 통일된 목소리내기가 필요하다는데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그 동안 장애와 관련된 법들이 제·개정되고 나면, 그에 대한 평가로 조직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활동에 있어 입장의 대립을 보이곤 했다.

내용과 상황을 떠나 전체 장애계의 이해와 요구를 담아내지 못하고 각자의 목소리로 만든 법이나 제도는 그러한 한계를 가져온다. 특히나 차별금지법은 장애 가진 사람의 권리가 무엇인지, 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은 무엇인지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어 현실적 변화를 가장 피부로 느끼는 ‘나의 법’이 될 수 있고, 장애정책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것을 장애계 스스로가 먼저 준비하고 제안한다면, 국가는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 추동한 장애계의 힘〉
지난 11월 제안에 동의한 35개 단체가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협의회’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하자 노무현정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약하더니, 인수위를 통해 5개의 영역을 아우르는 ‘사회적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즉시 국가인권위원회는 ‘사회적차별금지법’ 시행을 위한 담당부처로서 자임하고 나섰다. 정부의 발빠른 행보를 지켜보던 장애계는 범장애계의 연대가 필요성을 인식했고 지난 2월 12일 5시간의 회의를 통해 장추련을 구성하였다.

현재 장추련은 상임집행위원회를 통해 4월 15일 공식 출범식과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대국민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고, 법제정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논리개발과 법안 마련에 착수했다. 한편 ‘4대 법률을 강화하면 된다’며 차별금지법 불가 입장을 보이던 보건복지부는 “새 정부의 공약사항이기 때문에 장애인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이를 받아들여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별도의 보건복지부(안)을 마련할 것을 내비쳤다.

또한 노동부도 5개년 계획에 ‘차별금지’를 위한 별도의 정책을 수립하는 등 새 정부의 공약부터 시작해 각 부처가 ‘차별금지’를 자신들의 업무소관으로 인식하고 있다. 큰 틀에서의 장애계 연대가 정부를 움직이고 있다.

〈연대, 참여와 소통의 과정〉
그렇다면, 장추련은 지금 너무나 신나서 활발하게 움직여지고 있는가? 실은 약간의 긴장감이 흐른다. 정치적 입장차이로 오래 동안 활동으로 결합하지 못한 조직들이라 서로를 파악하고 입장을 확인하느라 은근히 견제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지난 3월 14일 상임집행위원회에서 한국장총은 집행위원을 선출하지 못한 채 회의에 참석했다. 이유는 한국장총 내부에서 회원단체들의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추련에 참여한 57개의 단체 중 한국장총은 20여개의 사단법인 조직으로 구성된 큰 조직이다.

그러나 이번 장추련에서는 ‘참여와 소통’이라는 원칙을 통해 영역을 정해 쿼터제를 사용했다. 그러니까 공동대표와 상집위 구성에 있어 ▲제3그룹 ▲중증장애인 ▲여성장애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장총련) 5개 그룹을 정해 공동대표 1인, 상집위 3인씩을 구성한 것이다. 이에 한국장총의 회원단체들은 “우리도 결정하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

1/3을 차지하는 장총에도 똑같은 적용을 한다면 나머지 역량 있는 조직들이 참여할 기회를 제한하는 것이다”라며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상집위원을 내지 못했다. 한국장총의 김동범 처장은 이러한 난처함을 상집위 회의에서 토로하고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사회를 본 장총련의 박춘우 사무처장은 “고충은 알겠지만 상집위는 결의된 사항만 논의할 수 있는 구조다. 상집위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며 진행발언을 기각하려 했다. 그러나 한국장애인연맹의 김대성 회장은 “각 분과위원장이 상집위원으로 참여하는 구조이니 역할을 주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또 정신지체인부모연합회의 김명실 사무국장도 “활발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실제 활동을 위한 대표성과 책임성을 생각하면 장총의 고민을 너무 등한시 한 것 같다. 우리는 부모회가 들어온다면 참여하지 않으려 했다.

단체들의 역량을 한번 겸허히 돌아보고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대승적 관점에서 다시 논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장총련의 김미연 부장은 “전체 집행위원회에서 결정 난 원칙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쿼터제는 매우 합리적이다. 이것은 상집위에서 논의할 안건이 되지 않는다”며 다시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결국 이 문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사안과 관련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박옥순 정책부장은 “한국장총은 거대조직이다. 규모가 크다고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역량은 있지만 운동성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제3그룹들은 조직은 작아도 운동성을 갖추고 있다. 이 조직들이 장추련이라는 큰 틀 속에서 함께 논의한다면 서로가 갖고 있는 장점을 배우며 상승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 과정 속에서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랜만에 하나로 뭉친 이 틀을 깰 수 없다는데는 모두 동의를 하고 있다. 지금 정부는 장애계의 큰 연대에 잔뜩 긴장하여 지켜보고 있다. 서로의 지혜로움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작성자여준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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