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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세계의 장애우]영국 장애우 복지현장 방문기

“수당과 장애우차별금지법으로 권익보호”

본문

 지난 2003년 2월 23일부터 3월 2일까지 영국 외무성의 초청으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의 활동가 5명이 영국 장애우단체, 정부기관, 언론기관, 교육현장, 생활시설 등 11개의 기관을 다녀왔다. 영국 장애우 현실을 보고 온 활동가의 생생한 체험을 들어보자

〈지구화를 몸으로 느끼다. 〉
말로만 듣던 시베리아와 스칸디아반도를 넘어 영국 런던에 도착했다. 지구의 반대편에 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15시간(동경경유포함). 생각보다 짧았다. 곧장 숙소로 가는 길, 거리의 건물들이 너무 생소해서 내가 다른 나라에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런데, 멀리 국회의사당 앞, 낯익은 걸개그림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다. “STOP THE WAR!”라고 쓰여진 현수막이었다. 그 현수막 수십 장이 국회 앞에 걸려있고, 1인 시위도 하고 있었다.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은 한국이나 영국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찌나 반갑던지...
숙소에 도착해보니, 맨처음 우리를 기다리는건 십여개의 계단이었다. 결국 휠체어를 들어 나를 수밖에 없었다. 선진국이라고 하는 영국도 이 모양인가 싶었다.

 
 

 

  

〈다이벌서티 센터 :모든 분야에서 동등권을 보장하기 위한 BBC방송국 다이벌서티 센터〉
둘째날,
BBC방송국으로 향했다. 장애우 단체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왔는데, 첫 방문지가 방송국이라니? 의아했다. 하지만 궁금증은 곧 풀렸다. 국영 방송국 BBC에는 다이벌서티(Diversity : 다양성)센터가 있다. 1970년대에 만들어진 이 센터는 여성과 인종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당시에 모든 분야의 동등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영국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생겨나면서부터는 장애우의 동등권을 보장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었다. 이 센터는 2002년 BBC의 대표적 프로그램 17개를 조사하여 업무지침과 정책을 마련한다. 또 장애우를 바라보는 의료적 관점을 벗어나 이제는 사회적 모델로서 장애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센터의 활동 사례를 한가지 들어보았다. BBC에‘레디 스터디 쿡’이라는 요리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방송은 시청자들이 참여해서 최고의 요리를 선정하는 프로그램이란다. 센터에서 방송내용을 조사했더니, 이 프로그램에 장애우가 출연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제작자가, 장애우가 요리를 한다는 것은 너무 위험해서, 출연시킬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다이벌서티 센터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보고서를 냈다. 그리고 방송국에서는 이를 시정조치하여 지난 2002년 12월에 처음으로 장애우 3명이 이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다음으로 간 곳은‘레이다(RADAR)’였다. 1977년에 설립되어 전국 500여개의 회원단체가 있는 RADAR는 장애우 인권운동단체로서 장애우 단체의 본부역할을 하는 곳이다. 영국은 1995년 DDA(The Disability Discrimination Act-장애인차별금지법)가 제정된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에서는 해결되지 않는 많은 문제가 때문에 DDA를 보안하기 위한 연구작업, 캠페인 사업이 활발히 진행중이다. “Have you got the Seven Year Itch?”(결혼후 7년의 권태기를 빗대어 하는 말, 즉 DDA재정 이후 7년이 지났는데 이 법에 권태기가 없느냐는 뜻) 라는 구호를 통해 지난 7년을 돌아보도록 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RADAR에서는 장애우차별금지법을 포함하여 인종, 여성차별금지관련법들을 통합하여 모든 사회적 약자들의 차별을 막는 ‘사회적차별금지법’ 형태로 통합하려고 활동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와 비교해본다면 한 쪽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또 다른 한 쪽은 정부주도의 사회적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도 있어서 영국과는 다른 양상인 셈이다.

세 번째로 방문지는 외무성. 이 곳에는 청각장애우 16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업무지원을 위한 수화통역사가 고용되어 있다. 또한 개별적으로 수화통역사를 부를 수 있는 수당이 외무성내 책정되어 있었고, 일상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외무성 비장애우 직원에게 수화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정도면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다 싶다. 정부기관에서 이렇게 청각장애우를 채용하고 있다는 것, 이것만큼은 우리 정부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봤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이어서 노동연금부를 방문했다. 노동부도 아니고, 연금부도 아니고, ‘노동연금부’라고? 이름부터 생소한 이곳은 영국의 노동당 정권 집권이후,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강력히 실시했던 고용정책으로 탄생했다. 즉 연금을 노동과 묶어둠으로서 모든 연금 지급기준이 ‘일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인 것이다. 하지만 노동연금부가 탄생한지는 채1년도 되지 않아 그에 대한 명확한 평가는 들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어쨌든 새로운 시도임에는 틀림없어서 우리도 이후에 주시가 필요가 있겠다.

〈Skill : 1년에 한 학생에게 지원되는 비용은 최대 1만파운드〉
세쨋날, 처음으로 간 곳은‘스킬(Skill)’이라는 곳이다. ‘장애청소년의 미래를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하면 적절한 소개가 될 것 같다. 구체적 활동을 살펴보면 특히 대학에 진학하는 장애 청소년을 위한 활동이 주를 이뤘다. 장애 학생이 갈 수 있는 학교를 소개받는 것은 물론, 그 곳의 누구를 만나 상담하고 지원 받으면 되는지까지도 알 수 있다. 대학 측에서 상담을 해오면, 편의시설과 학습지원 등의 환경을 교내에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도 컨설팅을 해주고 비용을 받는다.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한 이유는 1년에 한 장애학생에게 지원되는 정부보조가 최대 1만 파운드(2천만원)였기 때문이다. 대학측에서는 그런 지원금이 있기 때문에 장애학생 입학을.  거부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국제적 연대활동을 통해 장애우 인권문제를 알려내는 DAA라는 시민단체를 만났다. 10년 전에 생겨난 이 단체는 장애우 인권문제를 국제적인 교류로 끌어내는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세계 136개국의 독자층의 기고 글들을 중심으로 월간 보고서를 제작하여 160개국에 배포하고, 이를 통해 접수된 인권침해사례보고서를 작성하여 UN에 제출하는 것이다. 인상깊었던 것은 이곳에서는 직원 뿐아니라 자원활동가도 되도록 장애우들을 뽑는다는 것이었다. 장애우 문제를 당사자가 나서서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였으리라.

〈Disabilities Trust : 가능한 만큼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한다〉
네째 날은 하루를 모두 투자해서 디서빌리티스 트러스트(Disabilities Trust)라는 곳을 갔다. 거리가 멀기도 했지만, 소개받은 내용도 많았다. 이곳은 한마디로 생활시설이다. 총 3단계를 거친 생활훈련을 통해 독립생활을 하게끔 하는 곳이다. 소개를 하는 관계자들은 내내 생활하는 사람들에게‘고객’이라는 표현을 썼다. 영국의 문화가 달라서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지만, 수혜자로서의 장애우가 아닌 당당한 소비주체라는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는생각이 들었다. 1단계는 ‘디서빌리티스 트러스트센터’에서 8주에서 10주동안 고객을 관찰해 개인마다 치료 및 훈련, 교육 프로그램을 짠다. 또 ‘품질서비스부’를 신설하여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서비스를 모니터링하고 개선해 나간다고 하니, 일반 대인서비스 기업에서 필요한 방식을 적절히 가져온 것 같았다.
2단계는 ‘트렌지셔널 하우스(Transitional House)’.  한마디로 그룹홈 같은 형태라고 할까? 3명의 장애우와 직원 1명이 함께 살면서 자유롭게 활동한다. 4개월에서 최고 2년까지 생활할수 있는데 다른점이 있다면 역시나 지원되는 비용의 차이일 것이다. 1주에 운영비 명목으로 1600파운드(약 320만원)라고 하니, 물가가 다르다 해도 지원금이 꽤 현실적이다.
마지막으로 3단계는 ‘서포티드 하우스(Supported House)’라고 하여 2단계를 거쳐온 사람들이 좀더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곳이다. 장애우가 이 집에서 계속 살기를 원하면, 집을 본인 명의로 이전하고, 서비스의 종결을 원하면 언제든지 다른 장소로 옮겨갈 수 있다고 한다
디서빌리티스 트러스트는 ‘가능한 만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한다’는 정신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뇌손상 장애우의 독립생활을 위해 생겨났지만, 요즘은 자폐장애 쪽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고 한다. 장애우의 진정한 독립생활과 당당한 소비주체로서 생활하도록 보장한다는 이곳 ‘고객’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정말 아쉬워하며 돌아와야 했다. 나의 영어실력을 원망하면서... 쩝.

〈각 나라의 문화재가 모두 있는 뻔뻔한 대영박물관〉
마지막날 하루, 마음대로 여행할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건만 내내 좋던 날씨가 돌변해 비가 내렸다. 그 유명한 버킹검궁의 교대식은 볼 수 있으려니 했더니, 이틀에 한번 한다는데, 하필 안하는 날이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거금을 내고 들어갔더니 내내 돌계단이라서 문화유산을 보기보다는 휠체어를 들고 내리다 나온 것 같다. 그런 중에도 기억에 남는 것은 내셔널 갤러리에서 본 레오나르도 다빈치, 고흐, 라파엘로 등의 그림이었다. 미술교과서에서나 보던 그림들이 거기다 모여있는 듯 했다. 영국의 문화유산하면 뭐니뭐니 해도 ‘대영박물관’일것이다. 세계 각 나라, 각 세기별 문화유산이 대영박물관에 거의 다 있었다. 이런 제국주의의 흔적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이렇게 자랑하고 있다니 뻔뻔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기간동안 둘러본 영국은 수당을 통해 장애우의 생존을 보장하고, 주체로서 당당한 경제활동 보장하며,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권익을 보장하고 있었다. 물론 장애우 당사자의 현실은 주최측이 자랑했던 이론과 법, 시설 등의 화려한 겉모습에 비해서 열악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회적으로 장애우의 생존을 보장하는 좌청룡, 제도적으로 권익을 옹호하는 우백호를 세웠으니, 부럽다는 생각 절로 든다. .우리 사회도 장애우가 이러한 좌청룡 우백호를 거느릴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 여기에 싣지 못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홈페이지(www.http://cowalk.co.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글· 사진 김정하(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간사)


 

작성자김정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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