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참여에 기반을 둔 장애우복지 발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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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지난 12월 19일 치러진 대통령선거 결과를 두고 ‘낡은 정치청산을 갈망하는 국민의 승리’라고 평가한다. 기존의 시각이나 정치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변화가 이미 우리 사회에 밀려와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정치참여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의사소통 창구의 다변화, 자신들의 요구를 정치계에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 등 우리 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흐름에서 장애우복지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장애우복지가 잔여적이고 시혜적인 차원이 아니라 보편적 인권의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장애우가 사회에서 당당한 주체로 살아갈 수 있음을 강조하는 장애계의 근래 흐름과 일맥상통한다.
함께걸음은 장애우단체 관계자들과 전문가들로부터 향후 5년 장애우복지에 거는 기대와 의견을 모아 보았다. 차기 노무현정부의 장애우복지정책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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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복지정책지향-노무현당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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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당사자 참여에 입각한 정책 집행 기대>
김철환 한국농아인협회 과장은 노무현 당선자가 제시한 공약이 장애문제를 충실히 반영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들어 “차기 정부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아울러 장애우의 욕구가 충분히 반영되고 장애우당사자 참여라는 원칙에 입각해 정책이 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청각장애우의 방송·전화·문화·학습 등 전반적인 정보접근권과 관련해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히고, “5년 후에는 듣고 말하는데 불편하다는 신체적 결함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 사회 풍토가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철환 과장은 “많은 언론에서 예측하듯이 노무현 당선자의 정책적 기조가 참여복지임을 감안할 때, 차기정부 집권동안 현재 장애계에서 한창 논의가 진행 중인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이나 국민기초연금의 도입 등 소득보장과 인권보호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정책들이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또 2002년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장애우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확산되어 노 당선자의 임기 동안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시설에관한법률」의 개정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뿐만 아니라 장애우단체들이 적극적이고 합리적으로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고용, 교육, 정보접근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전과는 다른, 현실성 있는 정책이 제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철환 과장은 “그동안 장애우복지정책에서 청각장애의 접근권 문제가 심도 있게 다루어지지 못하고 주변정책처럼 다루어져 왔다”고 평가하고, “청각장애우의 정보접근문제는 이동권과 비교해 중요성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청각장애우의 인권과 고용, 교육 등에 기초가 되는 사안이므로 더욱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청각장애우의 정보접근권 확보를 위해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시설에관한법률」, 「비디오 및 영상관련법」의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기대가 있는 반면, 김 과장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뿐만 아니라 관련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 많은 장애우복지 관련 법률의 입법과 개정이 논의과정에서 예상되는 많은 충돌을 원만히 해결하고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더불어 그는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공약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필수적인 중증장애우의 의무고용부분이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고 말했다.
<장애우정책, 성인지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조옥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인권정책부장은 “이번 대선은 세간의 평가처럼 기존의 보수언론과 수구세력의 힘이 발휘되지 못한 대신, 변화를 바라는 젊은 층과 인터넷의 영향력이 크게 증가되는 등 우리사회의 주류가 변화하고 있다는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며, “이는 우리 사회 소외계층인 장애계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조옥 부장은 또한 “여성장애우복지과제가 미비하나마 대선 공약에 처음으로 포함되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여성장애우관련 제도 마련과 복지향상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옥 부장은 “노무현 당선자가 공약으로 제시한 ‘여성장애우의 출산과 육아를 위한 도우미 지원’, ‘폭력근절대책 및 고용확대 방안 마련 등 여성장애우을 위한 지원 확대’는 차기 정부가 적극적 의지를 갖고 이에 대한 구체적 추진계획을 마련하고 예산을 확보한다면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 부장은 “차기정부는 여성장애우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를 위해 무엇보다 먼저 모든 장애우정책을 성인지적 관점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며, 여성장애우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제거하여 인권을 보장하고, 자립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자립생활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과제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복지부, 노동부, 교육부 등 관련부처에 전담인력을 반드시 배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옥 부장은 “김대중정부의 대선 공약에는 여성장애우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지만, 2001년도부터 여성장애우 성폭력 근절을 위한 예산이 미비하나마 최초로 책정되었다”며, “차기정부도 성폭력 등 폭력근절에 대한 정책을 유지·확대시키는 것은 물론, 대선 여성장애우공약에서 한 걸음 나아가 <제2차 장애인복지 5개년 계획>과 <여성발전기본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복지·노동·교육 등 여성장애우 관련 정책이 반드시 현실화될 수 있도록 전향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중증장애우의 독립생활 토대 마련에 주력해야>
이인영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간사도 “노무현당선자의 임기동안 정치·사회·문화부문의 개혁과 함께,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장애우복지의 토대가 재구축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인영 간사는 “아직까지는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밝힌 ‘참여복지론’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지만, ‘참여복지론’이 지금까지 일방적인 수혜자로서 정책결정과정에서 제외시켰던 사회복지대상자들이 이제는 당사자로서 정책결정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겠냐”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더욱이 이번 선거과정에서 장애계가 요구하는 정책과제들이 공약으로 대폭 수렴됨에 따라, 참여복지론과 함께 그 동안 역량이 강화된 장애우 개개인이나 장애계의 정책참여 활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인영 간사는 차기정부에서 동일한 장애우복지과제를 놓고 장애계가 다른 대안이나 방법을 제시해 서로 경쟁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물론 동일한 목표를 놓고 다양한 대안이나 방법이 제시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바람직한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장애계 안에서 장애우복지정책을 조정하지 못한다면 정책결정자들이 장애계의 갈등을 빌미로 우리가 얻어내야 하는 중요한 정책과제를 후순위로 밀어내거나,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장애계가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 못지 않게, 장애계안에서 먼저 논의하고 합의하는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인영 간사는 “장애계가 향후 5년 동안 장애우복지의 포괄적이고 궁극적인 과제인 ‘중증장애우의 독립생활’ 보장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증장애우의 독립생활 보장을 위해서는 교육·노동·복지서비스·이동·의료 등 모든 부분이 필요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독립생활을 위한 물적 토대라고 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기초연금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시혜나 동정에 근거한 장애우복지정책이 우리 사회가 장애우를 시혜나 동정을 대상으로 바라보는 악순환을 가져왔다”고 평가하고,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우가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제도로 구현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는 것이다.
<대통령당선자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
이인영 간사는 “장애우복지가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기 때문에 차기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대선기간동안 노무현당선자가 장애문제를 가장 종합적으로 접근했으며,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장애우복지공약의 대부분은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공약들을 다 실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장애인의무고용대상사업장, 이동권 보장을 위한 종합계획수립,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시설에관한법률」 개정을 통한 접근권 확보 등의 문제는 실상 당장 국가의 부담이기보다 제도적인 접근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려는 정부의 의지로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민간자원과의 결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공약을 이행하는데 어려움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인영 간사는 “기초연금제도 도입이나 장애아동무상보육, 복지서비스 확대 등의 정책은 국가의 부담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복지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언젠가는 모든 국민이 함께 부담해야 하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문제이며, 정책 집행을 위해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연대의식을 이끌어가는 국가의 의지, 무엇보다 대통령당선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득보장, 고용확대, 편의시설 확보에 역점둬야>
김용득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차기정부의 출범과 함께 장애우복지도 수량과 질적인 부분에서 지금보다 한 단계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차기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장애우복지의 주요 쟁점인 소득보장을 이룰 것인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며, “소득보장에는 장애수당을 현실화해 장애로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보전하고, 기초연금제를 도입해 기초생계를 보장하는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필수적인 복지예산 확보도 다른 정부에 비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복지예산의 확대가 논란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기금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중증장애우 고용을 국가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입법화를 더욱 강하게 추진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국가 재정의 투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아울러 장애우고용을 담당하는 현장이 중앙부처(보건복지부, 노동부)와 지방자치단체라는 이중적 전달체계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장애우고용에 필요한 전달체계의 보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득 교수는 “김대중대통령 재임동안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시설에관한법률」이 시행되었지만 신축된 건물에 한정된다는 단점이 있고, 2002년 이동권 확보를 위한 많은 움직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중교통의 현실이 당사자의 요구와 많은 괴리를 가지고 있다”며, “장애우의 사회참여에 필수적인 이동권을 확보하기 위해 편의시설을 현실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득 교수는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장애우의 소득보장, 고용확대, 편의시설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장애계와 학계, 서비스 제공기관도 장애우복지정책의 이행여부를 점검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하며, 전체적인 흐름을 조망하면서 합리적이고 균형잡힌 장애우복지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권에 기반을 둔 기조로 장애우정책 전환되야>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그동안 ‘생산적 복지’를 표방하며 복지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내걸었던 김대중정부가 복지정책의 실제, 특히 복지서비스분야에서 많은 실망을 안겨 주었던 점을 지적하며,‘참여복지시대’를 기치로 내건 노무현정부가 어떤 차별적인 복지정책을 펼 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장애우복지가 무엇보다 그간 서구에서의 6,70년대 모델인 재활모델에 급급해왔던 정책기조에서 과연 인권의 시각으로 전환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대목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김대중 정부에서 「장애인복지법」이 전면 개정되고,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이라는 수정법이 등장하는가 하면, 「장애인 노인 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이 본격 시행되는 등 장애우의 생존권과 노동권, 이동권에 대한 진전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법조항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까지 타파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이 교수는 “노무현 정부는 장애우차별이 제거될 수 있는 각종 실제적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법률적 근거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등 장애우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생활하는 것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를 제거하기 위한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태수 교수는 일상생활에서부터 사회생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비장애우의 인식 틀 속에 박혀있는 차별적 사고에 이르기까지, 국가책임주의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수 교수는 장애우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가장 결정적인 수단의 하나인 수당제도를 예로 들면서, “김대중정부가 3대 수당제도를 법률에 명시해 놓고도, 역시 예의 ‘예산의 범위내에서’라는 단서조항에 발목이 잡혔던 전례를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이밖에 차기정부가 장애우정책을 조정하고 책임질 대통령 직속기구를 설치할 것과 장애우통합교육 및 교육인력의 확대, 장애우복지서비스 기반 확충 등도 주문했다.
<차기정부,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사회통합 실현해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인 정책과제를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정부의 장애우복지정책을 조목조목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장애우단체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볼 때, 차기정부가 장애우복지에서 역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소득보장과 고용확대, 인권 신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장애우의 삶의 주기에 맞는 장애우복지서비스와 정책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다루어져서는 안 되지만, 우리 나라의 취약한 환경속에서 무엇보다 앞에서 말한 내용들은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것들이다.
지금은 재활과 서비스의 측면이 아닌 인권의 관점에서 장애우복지를 실천하는 패러다임의 적극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차기정부가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소외나 차별을 최소화하는 법과 제도를 시행하고 사회통합을 실현하여 장애우복지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글 이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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