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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르포]2003년 희망의 소리를 듣는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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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은 다사다난한 해였다. 월드컵, 아시안게임 대통령선거에 이르기까지, 특히 11월 대통령선거는 그 자체만으로 한편의 드라마였다고 할 수 있다. 국민 모두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대통령선거 드라마는 국민의 승리라고 불리우며 노무현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드라마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이제부터 얼마나 멋진 변화를 일구어내는가가 관건일 것이다. 국민의 힘으로 일구어낸 변화인만큼 끝까지 국민의 두 눈으로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일이 아니겠는가. 새해를 맞이하여, 21세기 대한민국의 첫 대통령에게 바라는 보통사람들의 소망을 모아보았다. 보통사람들의 평범한 소망이 당연히 성취되는 2003년이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함께걸음 독자 여러분께 새해인사를 전한다.

▲노무현대통령

<공보육 문제가 해결되어야 여성의 사회진출이 원활해질 터>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고 있는 이유는 여성의 교육 확대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지만 가정경제의 실질적인 책임 주체가 남성에서 부부로 그 중심축이 이동해 가는 데에도 원인이 있다. 다시 말해 사회복지가 개인의 몫으로 돌려지는 한국적 상황에서 ‘남자 혼자 벌어서는 가계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어린이집과 놀이방은 원아 확보에 실패하여 문을 닫는 형편이고 이른바 맞벌이부부 가정은 아이 맡길 곳이 없어 아우성이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엄마로서 이러한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 안타까워 내 주변의 보육시설을 살펴보니 그 이유가 보인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위한 방과후기관은 전무후무한 상태이고 그나마 기존의 보육시설은 부모들의 퇴근 시간까지 아이들을 돌봐주지 않는다. 대부분의 어린이집은 오후 7시에 문을 닫는데 대한민국의 어느 직장도 ‘칼 퇴근’이 지켜지는 곳이 없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어린이집과 놀이방은 유치원의 기능을 대신하는 곳으로 전락하여 원아모집 경쟁으로 운영자간의 반목이 일어나기도 하고 실질적인 보호를 필요로 하는 맞벌이가정의 아동들은 소외되기 일쑤이다. ‘공장이 무너지면 돈을 잃지만 유아교육이 무너지면 미래를 잃는다’는 말이 무색해진다. 이것은 기존의 보육시설이 만 2세부터 6세 아동에게 집중되기 때문에 영아보육은 고스란히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형편이고, 8세부터 13세 이전의 맞벌이부부 가정의 아동들은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녀의 보육 책임은 수익자 부담이 원칙이다. 그러나 ‘육아는 여성이 전담해야 한다’는 성별분업이 확고한 사회적 현실 하에서 여성의 일할 권리와 아동의 보호받을 권리를 함께 고려한다면 수익자 부담의 원칙만을 고집하여서는 여성 노동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저소득층,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자녀가 보호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상황이 초래된다. 가까운 예로 ‘인간의 아이는 인간에 의해 키워지기 때문에 아이들 보육은 부모의 노동조건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자각한 일본의 보육운동이 ‘지역의 우체통 수만큼’ 보육시설을 확충해 나가면서도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사의 전문성을 강조하여 교사 권익 확보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은 것은 일하고 싶은 여성의 권리와 그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아이 키우며 일하는 여성의 입장에서 현실정치에 바라는 것이 많은 사람이다. 노무현 당선자의 여성정책공약을 보니 보육의 공공성 확보에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약속을 지켜주기 바란다. 내 아이의 안전을 위해, 내 가족의 생존권을 위해 나는 노무현의 여성정책이 그의 재임기간 중 어떻게 실현되는가 꼼꼼히 살펴볼 참이다.
글/ 이홍현주 / 광명시 지역신문 ‘한빛신문’기자

<학교가 삶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새해가 밝았다.
가슴속에 보다 나은 한해살이를 맹세하는 시간. 한 나라 안팎을 책임질 이의 가슴은 얼마나 후끈거릴까? 다짐할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닐 테니 말이다.
나는 아직 텔레비전 화면 속에 언뜻언뜻 비추인 대통령 당선자의 얼굴이 낯설다. 여전히 그의 얼굴은 눈 덮인 골목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환경미화원의 미소 띤 모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에게 중요할 덕목은 단지 희생과 봉사만은 아니겠지만, 그 애니메이션 광고는 무엇보다 서민의 곁에서 일상의 아픔을 어루만지겠다는 의지로 보였다.
이제 그에게 무슨 말을 먼저 할까? 새내기 교사인 내가 교육이라는 것을, 교단의 현실을 알면 얼마나 알까 싶은데도 드리고 싶은 부탁이 적지 않다면 슬픈 일이 되는 것인지.
우선 나는‘학교’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교육에 관한 그 무수한 이야기 중에서 나는 먼저 내 삶의 터전이자,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들의 공동체인 학교 이야기를 해야 하겠다. 학교의 하루하루가 행복하지 않다면, 무언가 부족하다면, 그것만큼 우리 교육의 문제를 잘 보여주는 것은 없을 테니 말이다.
올해는 학생들의 창의성 육성을 우선시하는 7차 교육과정이 고등학교에서도 시작된 해이다. 또한 학급당 35명이라는 학생 수 감축이 이루어져, 많은 교사가 충원되었다. 지난해, 그 중의 일부로서 교사 생활을 시작한 내가 바라본 학교는, 그러한 환경적인 개선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희망적인 공간이 못 되었다. 누구나 성장하면서 거쳐가는 곳이자 그렇기에 많은 이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학교가, 왜 정작 가장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학교를 다니고 싶고 가르치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 바꿀 수 있을까. 입시중심, 경쟁문화 등등 학교와 얽혀 있는 다른 문제들의 해결 없이 가능한 일은 아니겠으나, 학교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학교의 변화는 절박한 소망이 되고 있다.
교육의 환경과 교육의 내용이, 비록 만족스러울 만큼은 아닐지라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 반해, 학교의 관료적인 문화는 별다른 진전 없이 버티고 있다. 학교가 단지 지식의 전달 공간이 아니라 삶의 교육이 이뤄지는 공간이 되려면, 또 교사가 학생들의 삶에 긍정적인 역할모델이 될 수 있으려면, 학교의 문화가 수평적이고 유대감 있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문화를 바꾸는 일은 학교 행정을 개선하고, 학교의 토론문화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정책으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교사를 학교 행정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 그리하여 보다 수업과 아이들에 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 주는 것, 또한 수직적인 지시에 의해 운영되는 학교가 아니라, 학교 안의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토론문화를 보장해주는 것. 이것들은 현실적으로 이루기 어려운 것들이 아니라, 관련자들의 의지에 따라 현재에도 충분히 실천 가능한 것들이라 생각한다. 교육에 얽힌 그 모든 문제들을 풀어가는 실마리는 학교에서부터, 학교를 좀더 즐겁고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글 이은숙 / 송현고등학교 교사

<지역감정해소와, 남북통일을 소망합니다>
서울시 관악구 신림7동, 흔히 난곡이라고 불리우는 동네에서 3년째 야채장사를 하고 계시는 김 할머니. 한 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김 할머니에게는 생존의 터전이고 주변의 어르신들에게는 사랑방으로 손색이 없다. 새해를 앞두고도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는 김 할머니이지만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이 무어냐는 기자의 질문에 가장 먼저 ‘남북통일’을 꼽는다.
“어서 남과 북이 통일이 되어야지요. 남과 북은 서로 대화로 해결하려고 하는데 주변의 다른 나라들 때문에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을 대통령이 잘 나서서 해결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 해 주실거라고 믿고요”
대통령선거일에도 투표를 마치고 장사를 하셨다는 할머니는 대통령께 바라는 두 번째 소망으로 지역감정 해소를 꼽았다.
“나라도 좁은데 서로 반목해서야 쓰겠어요? 이제 전라도, 경상도 그런 것 없이 모두 다 화합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부산 출신이면서도 전라도 사람들에게 지지받는 대통령이 났으니 이제는 지역감정 다 사라지겠지요.”
이제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난곡.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인 그곳에도 희망이 넘치는 새해가 되도록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힘있는 정치개혁을 기대해 본다.

<처음의 소신을 끝까지 지켜나가기를>
대한민국은 열여섯 번째의 대통령선거를 치렀지만, 대통령 재임 후 그 끝이 아름답게 기억에 남았던 예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서민들은 남발한 공약들에 희망을 가졌다가도 말년에 가서는 결국은 다르지 않다며 고개를 내젓게 되고 만다. 그런 안타까운 전례를 살펴볼 때 이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임기 후에도 아름다운 모습이 남기를 바란다고 최승지 씨(직장인)는 밝혔다.
“처음의 소신과 신념을 끝까지 지켜가기를 바랍니다. 노무현 당선자가 서민적이고 힘없는 사람의 생각을 잘 대변해줄 것 같은 믿음이 갑니다. 그런 믿음이 현실이 되기를, 그리고 퇴임 후에도 그가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이상하게 우리 나라에서 정치인은 어렵게 정치를 시작하고서도 좋게 끝을 맺는 예가 별로 없어 아쉽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으로서 국정운영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원칙을 지킨다면, 적어도 지난날 대통령들의 과오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통령이 원칙을 지켜야만 모두들 그것을 본받을 것이죠. 원칙을 지키고, 소신을 지킨 정치인이 성공한 예를 보여주고 싶다던 당선자의 말이 생각납니다. 그의 말처럼 진짜로 원칙을 지키는 대통령이 승리하는 역사가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그의 말처럼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기를, 그 꿈을 노무현 당선자와 국민이 모두 함께 이루어 가기를 기대해 본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첫번째 대통령이 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그의 소신있는 국정운영을 통하여 국민의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한 해가 되기를 빌어본다.

글 박채란 객원기자(rhanair@korea.com)

작성자박채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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