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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사각지대에 버려진 장애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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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고장애우수용시설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01년 기준으로 당국의 허가 없이 운영되는 미신고시설은 무려 1,000여 개에 달하고 있다. 미신고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인원도 1만7,000여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신고 시설의 상당수를 장애우시설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칙적으로 미신고시설은 정부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시설이다.

그래서 모두가 다 그렇다고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우선 시설이 열악하다 보니 수용되어 있는 장애우들의 인권이 침해될 소지를 안고 있다. 그런데 때마침 미신고장애우시설인 ‘천사의 집’ 문제가 불거졌다. 미신고시설이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천사의 집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인권사각지대에버려진장애우

<천사의 집에서 문제 발생, 오해일까? 아니면 진실일까?>

지난 11월 15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홈페이지에 ‘장애우시설의 인권’이라는 제목 하에 상담을 요청하는 글 한 편이 올라왔다. 여기서 임의로 그 글을 요약해서 소개하면 대충 다음과 같다.

서울 수색에 있는 한 미신고장애우시설에 교회 사람들과 함께 한 달에 한번 정도 자원봉사를 나가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제보자는 “그곳엔 지금 갓난아이부터 90세 노인까지 주로 자폐나 다운증후군, 치매, 또 경미한 정신지체를 가진 사람들을 위주로 하여 40여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그곳은 여러 매스컴에 몸도 못 가누는 장애우들을 비춰짐으로써 상당히 많은 후원자를 갖게 되었고, 원장님은 좋은 한국인상까지 받아 세인들에게는 시설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라고 시설을 소개하고 있다.

이어 “99년부터 방문하면서 문제가 있다고 느꼈으나 딱히 어느 곳에 문제제기를 하기도 조심스러워 그대로 있었는데 지난 주에 그 곳에 있는 어린아이 두 명이 시끄럽게 운다는 이유로 추운 밤 누군가 밖에 내놓고 자서 결국 한 명이 동사하고 마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다른 아이 하나는 심한 동상에 걸려 지금 병원에 입원이다.”라고 쓰고 있다.

상담을 요청하는 글은 “그곳은 미신고시설로서 사회복지사를 포함한 유급직원이 단 한 명도 있지 않다. 원장님 본인도 척추장애를 갖고 있고 남편도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있어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어, 40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는 인력이 전무한 상태이다. 자폐증으로 자신의 의사표시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을 폭행하는 일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비장애아동도 본인도 보호받아야 할 초등학생 어린 나이에 몸이 성하다는 이유만으로 새벽 2시에도 일어나 장애아동의 기저귀를 갈고 우유를 먹이는 수고를 감당하며 살고 있다.

끝내 한 여자어린이는 지금 가출했고, 다른 여자어린이도 친척이 데려간 상태로서 지금 비장애아동은 초등학생 남자아이 2명만 남아있다”라고 시설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제보자의 글은 “인가된 장애시설로 지금 그곳 장애우들을 수용하는 것이 가능한 건지,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어떤 조치를 밟아야 하는 건지, 그런데 솔직히 이렇게 문의를 하면서도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 원장님의 초심은 장애우에 대한 사랑이었고, 그래도 지금 어찌됐든 다른 사람보다는 고생을 하고 계신 분인데, 혹 이 일로 큰 상처를 받게 되지나 않을지 염려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사랑이 있어도 그 40여명의 사람들은 그저 목숨만 연명하는 것일 뿐 좀 더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다면, 그 의도는 선할지는 모르나 결과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끝맺고 있었다.

글을 접한 기자는 바로 글에서 언급된 미신고시설이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천사의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원장이 장애를 가졌고, 40여명의 장애우들이 수용되어 있는 곳, 그리고 원장이 좋은 한국인상을 받은 시설은 천사의 집밖에 없었던 것이다.

상담을 요청하는 글에서 보듯 천사의 집은 메스컴을 통해 널리 알려진 미신고장애우시설이다. 특히 원장 장순옥 씨는 본인이 중증장애를 가졌으면서도 장애우들을 돌보는 헌신적인 인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천사의 집에서 문제가 발생하다니, 오해일까? 아니면 진실일까?

<누구 말이 맞는 걸까? 엇갈리는 증언>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천사의 집을 찾아 장순옥 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장 원장과 기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 최근 이 안에서 아이들 두 명이 사망했다고 하던데, 사망 경위를 얘기해 주세요.
“둘 다 뇌성마비 아이들이었어요. 꼼짝도 못하고, 앉지도 못하는 애들 이었어요.”

― 아이들이 몇 살이었나요?
“소망이는 11살, 예능이는 10살 이었어요.”

― 동사해 죽었다고, 얼어죽었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절대 아니에요. 장애가 너무 심하니까... 심한 애들은 일찍 죽더라고요.”

― 밖에 내놓고 재워서 사망했다는 얘기는 왜 나오나요?
“처음 듣는 얘기예요. 모르겠어요. 경찰서에 가서 물어보세요. 다 조사했으니까.”

― 지금 원생이 몇 명이죠?
“47명이고, 대부분 장애우에요.”

― 어떤 과정을 거쳐 여기에 들어오게 되나요?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대개 부모들이 버리고 가요. 부모들이 이혼할 경우 장애아동이 있으면 생활이 안되니까 버리고 가는 거죠. 그리고 어른들은 교회를 통해 소개를 받아서 여기에 와요.”

― 직원이 한 명도 없나요?
“주방에서 일하는 아주머니 있고, 또 관리해주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어요.”

― 실질적으로 원생들은 누가 돌보나요?
“힘에 부치지만 내가 해요. 나 같은 사람이 나보다 못한 사람 돌볼 수 있다는 게 늘 감사해서 그렇게 힘든 줄은 모르겠어요.”

― 후원금 관리 같은 사무적인 일은 누가 하나요?
“제가 혼자 다 해요.”

― 남편이 계시잖아요? 목사님이라고 불리는 분. 그런데 남편이 우울증에 걸리셨다는데 맞나요?
“예. 지금도 우울증 치료약 먹고 있어요.”

― 목사님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얘기가 들리던데, 가령 아이들을 때린다는 얘기 들어보셨나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목사님은 그럴 분이 아니에요.”

― 원생들을 위한 프로그램 같은 게 있나요?
“특별한 프로그램은 없어요. 미신고시설이 다 그렇죠, 뭐.”

― 많은 사람들이 원장님이 어떻게 혼자서 47명의 원생을 돌볼 수 있는지 의문을 표시하던데요.
“다들 그래요. ‘어떻게 혼자 할 수 있느냐’고. 그래서 다들 감동을 받고 가고 그래요.”

― 원장님 말고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아이들이 일을 좀 할 것 같은데... 초등학생 아이들 말이에요.
“전혀 일을 안 해요. 제가 너무 풀어놓아서 아이들이 말을 안 들어요.”

― 밤늦게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기저귀를 가는 일은 누가 하나요?
“그 일은 장애가 덜 심한 아이들이 해요.”

그런데 기자가 천사의 집을 다녀온 지 며칠 후 수소문해서 만난, 천사의 집에서 꽤 오랜 기간 숙식을 하며 자원활동을 한 활동가가 전해주는 천사의 집 사정은 장 원장의 말과 전혀 달랐다. 누구 말이 맞고 무엇이 진실일까?

다음은 인터뷰 내용이다.

― 원생들이 어떤 경우에 맞나요?
“예를 들면 다니엘이라는 형제가 있는데, 서른세살이고 다운증후군 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이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는데 여자들을 보면 접촉하려 해요. 그러면 때리고 아이들은 식탐이 있다고 때리고 그랬어요.”

― 사망한 아이들이 동사했다는 말이 맞나요?
“동사보다는 이전에 영양실조도 있었고,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 사망한 거죠. 아이들이 잘 울고 안아주지 않으면 사람이 없다고 느끼면 계속 울었어요.”

― 천사의 집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원장님하고 남편인 목사님하고 같이 하시는데, 종덕 씨라고 나이가 40대인 분이 한 분 있어요. 그 분도 거기서 일하고 계시는데, 정신장애우에요.”

―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은 없나요?
“없어요. 밥은 정신지체가 덜한 원생들이 지어요.”

― 후원관리는 누가 하나요?
“목사님이 하세요.”

― 원장님과 함께 말입니까?
“실질적으로 원장님이 하시기보다는 목사님이 다 하신다고 봐야죠.”

― 그런데 목사님이 아프다고 하던데요?
“알콜중독 2기에요. 언제부터 술을 마셨는지 잘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우울증이 있어요.”

― 원생들의 식사는 어떻습니까?
“아침은 먹고 싶은 사람만 먹어요. 챙겨다 주는 건 없어요. 부엌이 있어서 밥을 해 놓거든요. 안가면 못 먹어요.”

― 원장님이 상을 많이 받으셨는데요?
“내부사정을 잘 모르고 좋은 면만 본 거예요. 원생들이  방치되어 있고, 못 먹고 있는 걸 알면 천사의 집을 다시 볼텐데, 좋은 면만 보기 때문에 표창을 하고 재정지원이 들어오는 거죠.”

― 후원은 어느 정도 들어오는지 아세요?
“99년도 추석 즈음 후원자들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그때 부친 편지가 6천장 정도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후원자 한 명이 1만원씩만 내더라고 큰 액수인데, 지금도 후원계좌 통장이 있어요. 저희는 그 통장을 볼 수가 없죠.”

― 통장은 원장님이 관리하나요?
“아니오. 목사님이 주로 관리하셨고, 원장님은 속된 말로 얼굴마담 역할을 하고 있어요.”

<장애아들을 돌볼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인권사각지대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간추리면 천사의 집에 대한 가장 큰 의혹은 장애아들이 사망한 경위, 그리고 장순옥 원장의 남편 홍승만 목사의 역할에 대한 문제제기다. 먼저 장애아 사망경위에 대해서 장 원장은 “두 아동 모두 장애가 심해서 사망한 것이고, 전혀 거동을 못하고 침대에만 누워 있던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동사는 말이 안 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기자가 만난, 두 장애아동을 직접 돌보았다는 정신장애우 종덕 씨는 “아이들이 시끄럽게 울어서 건물 현관 바깥 신발장이 있는 곳에 내놓고 재운 적이 몇 번 있다”고 말했다. 종덕 씨는 이어 “아이들이 밥을 먹지 않아 주먹으로 아이들 볼을 쳐서 입을 벌리게 한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남편인 홍승만 목사와 관련해서 장 원장은 “홍 목사는 전혀 술, 담배를 못한다. 2년 전에 우울증이 발병하여 현재 약을 복용하고 있는 상태이며, 아이들을 다 예뻐하지만 비장애원생에 대한 성폭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홍승만 목사도 얼마 전 가출한 16세 원생에 대한 성폭행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천사의 집에 수용되어 있는 장애우원생들이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것은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날도 남루한 옷차림에 한쪽 발에 끈이 묶여져 있는 원생들이 있었고, 돌보는 사람 없이 혼자 방에 누워 울고 있는 장애아동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또 대부분의 다른 원생들도 생기는 찾아볼 수 없는 상태로 텔레비전 앞이나 벽에 기대어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결론을 내리자면 이런 천사의 집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이 있을 수 있겠다.

하나는 오갈 데 없는 장애우들을 거두어 먹여주고 재워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천사의 집은 존재 가치가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원장 자신이 중증장애를 가졌으면서도 장애우들을 돌보고 있기 때문에 천사의 집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고 후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또 하나 시각은 서두의 제보에서 지적된 것처럼, 아무리 사랑이 있어도 40여명이 넘는 장애우들이 그저 목숨만 연명하고 있을 뿐 좀더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다면 그 의도는 선할지는 모르나 결과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천사의 집은 중증장애우들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원장이 혼자서 47명의 원생들을 뒷바라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원생들이 방치되어 있다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이다.

천사의 집 같은 미신고시설이 존재하는 것은 정말 보호가 필요한 장애우들을 제도가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생활시설에 장애아동이 들어가려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거나 미아여야만 가능한 것이 현 제도이다.

그러니 오갈 데 없는 장애아들은 미신고시설에 버려질 수 밖에 없고, 그 안에서 장애아들이 사망하든, 아니면 인권침해를 당하든 그것은 사회의 관심 밖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미신고시설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대부분 시설은 자원활동자의 출입을 막고, 시설을 고립시키는 방법으로 대응해 온 것이 그간의 사례이다.

문제는 자기 표현을 적극적으로 할 수 없는, 미신고시설에 수용돼 있는 장애우들의 인권이다. 과연 누가 그들에게 관심을 가질 것인가?

이제는 호기심 차원이 아닌 장애우 인권 확보 차원에서 대응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작성자박광규, 이태곤 기자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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