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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2] 사법부, 장애우이동권 보장 의지 있는가!

서울지방법원, "장애인편의시설, 입법론적 문제"라며 손해배상 소송 기각

본문

 지난 7월 4일, 서울지방법원은 휠체어를 타는 한모 씨 외 8명이 "타인의 도움 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서울시와 서울시도시철도공사, 서울시지하철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공익소송을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오이도역 수직리프트 추락사고 이후 장애우이동권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노력이 계속되고, 사회적인 관심이 고조되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손해배상청구소송의 내용과 법원의 결정을 정리하고, 판결에 대한 당사자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법원, 손해배상청구소송 이유 없다 기각

▲장애우이동권

한모 씨 외 8명은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거나 자동차 영업을 하기 위해 날마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했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자신의 주거지나 직장, 학원 근처의 지하철역에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힘들게 지하철을 이용해 왔다.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되어 있는 지하철역을 이용하는 다른 사람들도 휠체어리프트의 발판이 높아 스스로 이용하기 힘들거나 휠체어리프트가 자주 고장이 나고 시간이 많이 걸려 업무 처리와 일상 생활에 불편을 겪었다.

이에 한모 씨 등은 2001년 8월 21일 "많은 지하철 역사에 휠체어를 타는 장애우의 이동수단인 휠체어리프트가 없고, 설령 휠체어리프트가 있다고 하더라도 잦은 고장을 일으켜 이용하는데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행복추구권, 평등권, 신체의 자유 및 이전의 자유 등을 심각하게 침해받았다."며 디지털로(Digitallaw)와 함께 서울지방법원에 오백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었다.

원고들은 소장에서 "이동권을 보장하는 기본 수단인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은 장애우가 이용하기에 적합하도록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운영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역사의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서울시도시철도공사, 서울시지하철공사와 편의시설의 설치 및 운영을 지도, 감독하는 서울시가 그 책임을 소홀히 하여, 자신들이 사회적 활동을 하는데 상당한 제약을 받는 등 사회 참여의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했다."고 밝혔다. 원고들은 또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이동권"을 명시한 헌법 제 11, 14조 "신체의 자유 및 이전의 자유"조항이 누군가의 도움에 의존하지 않고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는데 필요한 장애우편의시설의 설치를 요구할 수 있는 적극적인 형태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원고 측 주장에 대해, 법원은 "피고들이 장애인편의시설 설치기한을 위반했다거나 편의시설의 적절한 설치, 운영 또는 관리감독을 다하지 않았다는 등의 어떠한 위법행위를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장애인 · 노인 · 임산부등의편의시설보장에관한법률"에 근거하여 2005년까지 지하철 역사에 장애인편의시설을 단계적으로 확충, 정비할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시행해 나가고 있는 사실, 장애인들의 편의시설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역무원들에게 교육을 시행하는 등 편의시설 운용에 있어서도 필요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여 소송을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동권연대,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항소의사 밝혀

소송에 함께 참여한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이하 이동권연대)는 "법원의 결정은 법 논리만을 내세워 지하철을 이용할 때 장애우에게 가해지는 각종 차별과 불합리성을 부정했다."며, 기각 판결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하철 이용의 위험성

이동권연대는 재판부가 지하철리프트의 잦은 고장으로 장애우들이 위험에 노출된 채 하루하루 지하철을 이용해야 하는 현실을 도외시한 채, 서울시, 서울시도시철도공사, 서울시지하철공사 등 피고들이 편의시설을 적절하게 설치하고 그 관리감독을 충실히 했다는 점을 들어 소송을 기각한 것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시했다. 이동권연대는 "지난 해 2월 오이도역 수직리프트 추락사고와 올해 5월 발생한 발산역 고정형리프트 추락사고 등이 장애우가 지하철을 이용할 때 사용해야 하는 휠체어리프트의 위험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지하철 이용 시 비장애우에 비해 5에서 10배의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사법부는 이번 결정으로 피고들이 "장애인 · 노인 · 임산부등의편의시설보장에관한법률"에 근거해 2005년까지 지하철 역사에 장애인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정비하는 유예기간 동안 발생하는 모든 차별과 불편함을 장애우에게 전가하려는 시도를 묵인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지하철 환승역에서 장애우이동권 확보를 위한 서명전에 참여하고 있던, 이번 소송의 원고 중 한 사람인 박현 씨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실망스러운 판결"이라며, "특히 휠체어를 타는 장애우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이 명백한 차별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박현 씨는 "지하철공사 등이 단계적으로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기간동안 장애우들이 겪어야 할 불편이나 부조리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장애우가 자유롭게 이동하고 외부 환경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는 인간으로서 교육을 받고, 경제적으로 자립하며,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데 가장 기초가 되는 권리이다. 그러나 어느 조사자료에 의하면 한 달에 5회도 외출하지 못하는 장애우가 전체 장애우의 70.5%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듯 가장 기초적인 권리인 "자유로운 이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장애우는 한 인간으로서 지니는 개성을 자유롭게 실현할 기회조차 누릴 수 없을 뿐 아니라 모든 사회적 관계의 단절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장애우의 이동권이 침해받는 현실은 단순히 불편하다는 차원을 넘어서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확보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 논리로 왈가왈부할 수 없는 사안이다.

모든 국민의 신체의 자유 및 이전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는 헌법 정신을 일상 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사법부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글 이수지 기자(soo3881@naver.com)

/사진제공 이동권연대(www.access.jinbo.net)

작성자이수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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