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있는 곳이 교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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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을 가르치는 한 특수학교 교사가 해임됐다. 해임의 이유는 국가공무원법 제57조 (명령 불복종) 및 동 법 제 58조 1항(근무지 무단 이탈) 위반이다. 공주 정명학교 5학년 담임교사인 도경만 교사는 지난 해 7월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가 주관하는 통합캠프에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과 함께 참석했다가 지난 해 12월 24일 자로 충청남도 교육청으로부터 해임 결정을 받았고 함께 참여한 같은 학교 유정옥 교사는 견책 결정을 받았다. 도 교사는 이에 불복하여 재심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전교조 등 관련단체와 함께 장애아동의 교육권을 확보하기 위한 서명운동과 1인 시위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직 현재진행형인 사건을 뒤따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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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경안교사해임이후 |
통합캠프 참가를 이유로 교사 해임
문제가 되고 있는 도경만 교사 해임의 과정은 이렇다.
지난 2001년 7월 19일부터 21일까지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가 주관하는 "제2회 함께 하는 공주지역 여름 통합캠프"가 열렸다.
도경만 교사와 유정옥 교사는 인근의 신관초등학교와 하고 있는 통합교육 프로그램이 형식적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고, "인근의 다른 학교 (천안 인애학교, 서산 상봉학교)의 경우는 자체 캠프가 있지만, 우리 학교는 자체 캠프도 없기 때문에 캠프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했다"고 이야기한다.
특수교육의 목적이 통합교육에 있는 만큼 비장애아동과 장애아동이 함께 어울리는 통합캠프의 교육적 효과가 높다고 판단해 온 도 교사는 6월 27일 처음으로 통합캠프의 취지를 교장에게 건의했다. 학교장은 2, 3개 학년이 함께 추진한다면 검토할 수 있지만 부장 교사들과 상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후 초등부 부장교사들 간의 협의가 있었고, 초등부 교사들 간에는 학부모가 원하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일을 추진해 보자고 잠정합의했다.
7월 2일 도 교사는 교감에게 캠프계획서 가안을 제출했지만 이 날 오후 교장은 도 교사를 불러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 여름철이라 위생관리의 어려움, 보험 가입여부 등의 이유를 들어 캠프 참가 불허 방침을 통보했다.
교장의 불허 방침을 납득할 수 없었지만 도 교사는 이미 학생들로부터 캠프 참가신청서를 받은 터라 학부모들에게 교장의 캠프 참가 불가 방침을 알렸다. 그러나 지방이라 통합캠프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캠프가 열린다는 것이 반갑고 아이들에게도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참가했으면 좋겠다는 쪽으로 학부모의 의견이 모아졌다.
통합캠프의 교육적 효과와 학부모의 요구를 수용한 도 교사는 공식 출장이 곤란하다면 7월 18일 연가를 신청하려고 했지만 교장은 방학식(21일)이 얼마 남지 않아 학교 일정이 바쁘다며 연가신청마저 거부했다. (학생들과 함께 이 캠프에 참가한 천안 인애학교와 공주 봉화초등학교 특수학급 교사는 출장으로 처리되었다.)
캠프 당일인 7월 19일 오전까지 참가 학생의 학부모들이 학교에 와서 교장과 면담을 했지만 별 성과가 없어 오전 10시 경 정명학교 학생 15명은 결국 인솔 교사도 없이 주관 단체의 도움만으로 캠프장으로 출발했다.
담임을 맡고 있던 8명의 학생 모두가 캠프에 참가해 빈 교실에 홀로 있게 된 도 교사는 아이들이 있는 곳이 교실이다"라는 판단 아래 교장의 불허 방침을 어기고 캠프가 열리는 곳으로 가 학생들과 함께 이틀을 보내고 방학식에 참석하기 위해 21일 아침 학생들과 함께 학교로 돌아왔다.
이 같은 도 교사의 행동에 대해 교장은 7월 24일 직장이탈과 공문서 위조로 상급 행정기관인 충청남도 교육청에 사고 보고를 했다.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을 결석처리하지 않았다는 것이 공문서 위조의 이유였다.
사건이 있은 지 두 달이 지난 10월 8일에서야 도교육청의 조사가 진행되었고 10월 중순 경 도교육청은 도경만 교사를 명령불복종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도 교사는 수업 때문에 평일에 열린 징계위원회에 참석할 수 없어 징계위원회를 연기하는 신청서를 냈지만 반려되었다. 결국 당사자가 참여하지 않은 채 징계위원회가 열렸고 지난 12월 24일 도 교사의 해임이 결정됐다.
징계철회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기자회견과 관련단체의 서명운동 이어져
도 교사의 해임이 결정되자 공주 정명학교 학부모와 교사 95명은 1월 16일 오전 대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사들에 대한 교육청의 부당한 중징계를 철회하고, 부정 편입학과 학교 내에서 발생한 여러 건의 사고를 안전공제회에 신고하지 않고 학부모와의 합의로 무마한 문제를 들어 오히려 김 영중 정명학교장을 중징계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전교조 충남지부 등 관련단체와 장애우단체들의 도교육청 항의방문이 이루어졌다. 전교조 충남지부도 지난 12월 18일부터 2주일 간 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도 교사에 대한 징계철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계속했다.
해임결정에 대해 도 교사는 장애학생의 통합교육을 장려하도록 되어 있는 특수교육진흥법과 운영지침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도교육청이 국가공무원법 상 불복종, 근무지 이탈 조항 등을 근거로 중징계를 내렸지만 교육부가 특수교육과 관련된 다른 법 조항에 입각해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으로 믿는다"며 "1월 22일 교육부 교원징계재심위원회에 재심청구서를 접수했고 이와는 별도로 행정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률에 보장되어 있는 통합교육(초 · 중등교육법 제59조 및 장애인복지법 제18조, 특수교육진흥법 제2조 6항)을 집행한 교사에게 교장의 "명령"에 불복종했다는 이유로 내린 징계는 부당하므로 철회되어야 하며, 선언적 규정에만 그치고 있는 장애학생의 통합교육을 국가 차원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실행가능한 법률과 예산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1인 시위가 1월 28일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시작됐다. 도 경만 교사는 3월 2일까지 교육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로 계속되는 이번 시위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섰다.
명령불복종과 근무지 이탈을 이유로 통합캠프에 참여한 교사가 해임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장애학생의 교육권은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않음을 확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특히 통합교육을 목표로 하는 특수학교의 관리책임자인 교장이 요구한 도경만 교사의 해임은 특수교육에 대한 이해나 사건경위에 대한 정확한 조사에 근거하지 않은 교장을 비롯한 행정당국의 즉자적인 결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통합캠프에 참여한 교사에 대한 해임 결정은 특수교육진흥법의 목표인 통합교육에 위배되므로 당연히 철회되어야 한다. 도 교사의 해임 이후 학부모와 관련단체들의 활발한 활동이 그 동안 제대로 된 논의 한번 이루어지지 않았던 특수교사와 특수교육 그리고 통합교육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의 계기를 마련하는 원동력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공주 정명학교 학부모들의 활발한 의견 개진과 활동들을 주목하며 이것이 특수교육의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 특수교사뿐만 아니라 교육계와 사회 전반의 통합교육 실천에 대한 의지를 점검하는 연결고리가 되기를 바란다.
글 이수지 기자(soo3881@naver.com)/ 사진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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