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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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인 그림공부 하게 돼 기뻐요
대구대 회화과 합격한 중증장애우 박정 씨
전신마비 중증장애우 28세 박정 씨가 대구대 회화과에 합격했다.
지난 1월 9일 대구대 예능계 실기고사에서 부인 임선숙 씨의 보조를 받으면서 입으로 장장 4시간에 걸쳐 실기고사를 치렀던 박씨는 "체계적인 그림공부를 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무엇보다 다른 장애우들에게 용기를 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박정 씨는 고등학교 시절 축구선수였을 정도로 건강한 비장애우였으나 수영사고로 두 팔과 다리가 마비되었다.
올해 서울 경복고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대구대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에 응시한 것인데 대구대에서는 박씨에게 휠체어에 앉아서도 미술실기고사를 치를 수 있도록 특별히 제작된 이젤을 제공하기도 했다.
또한 대구대는 박씨 부부에게 교직원 아파트를 제공하고 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자임을 감안해 면학장학금으로 4년간 수업료의 전반을 감해주는 장학혜택을 제공하고, 학기 중 매월 12만원씩의 장애우 복지장학금도 지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꿈꿔 온 그림에 대한 열정을 펼칠 수 있게 된 박정 씨에게 올 봄은 매우 특별한 계절로 기억 될 듯하다.
후원은 지극히 평범한 나의 일상입니다
베트남소녀 3년째 돕는 열쇠 수리공 지체장애우
열쇠수리공인 40대 지체장애우가 자신도 어려운 처지에 생면부지의 제3국 어린이에게 3년째 꾸준히 도움의 손길을 전해 화제다. 그 주인공은 대전에 살고 있는 3급 지체장애우 43세 유영수 씨. 유씨는 자신도 한때 도움을 받았던 국제어린이 후원단체인 플랜인터내셔널 한국지부 플랜코리아를 통해 가난속에서도 건강한 꿈을 키워가고 있는 베트남 소녀 온구옌 티 10세 온고안 양을 99년 소개받아 수양부모와 자녀관계로 인연을 맺었는데, 3년째 그 인연을 이어가며 온고안 양에게 매달 일정액의 생활보조금도 전해주고 "힘내라"는 안부 편지도 보낸다.
"제 자신이 외국인의 도움을 받은 "구호세대"출신입니다. 지난 70년대 초반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움막집에서 살던 초등학생 시절 양친회(플랜 코리아의 전신)를 통해 미국인 윌리엄 테일러 씨라는 분의 후원을 3년간 받은 적이 있어요. 얼굴 한번 본적 없는 그 분이 당시 매달 보내주는 4200원 덕분에 학교도 다닐 수 있었고 부잣집 아이들이나 다니던 남산 어린이회관에서 클럽활동도 장기간 할 수 있었지요."
물론 유씨의 살림이 넉넉한 것만은 아니다. 1500만원 짜리 9평 남짓한 전셋집에 살고 있지만 "남에게 나눌 것이 있는 자신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며 "봉사나 후원이라는 것은 사회생활의 지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것인데 이것을 필요이상으로 미화시킬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어린 시절부터 수입의 일부분을 떼어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문화가 몸에 배어 있는 서구인들처럼 우리 역시봉사나 기부가 지극히 평범한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당초 1월 26일 베트남으로 후원하는 어린이를 직접 찾아가 만날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런 얘기가 신문에 나고 하면서 주한 베트남대사관에서 부담스러웠던 그의 방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어 당초 1월 26일로 잡혀 있던 출국일정이 무기 연기된 상태다.
"어린이에게 저의 불편한 걸음걸이를 보여주기 싫어 목발로 걷는 연습을 요즘 한창 하고 있는데 입국문제가 잘 풀렸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며 유영수 씨는 환하게 웃어보였다.
속기는 신속과 정확이 생명
속기사무실 낸 저시력 장애우 송영희 씨
얼마 전 강남구 개포동 수서경찰서 부근 하상장애우 복지관 4층에 "오송속기사무소" 가 문을 열었다.
오송속기 사무소에는 3명의 속기사가 일을 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는 시각장애우로는 우리 나라에서 두 번째로 속기사자격증을 취득한 저시력 장애우인 송영희 씨가 있다.
2001년 2급 속기사 자격증을 딸 때만해도 그의 목표는 공공기관이나 국회에 취업을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뜻했던 곳들에서 번번이 취업이 좌절되면서 직접 속기사무실을 창업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사무실을 연지 이제 한달 남짓, 그동안 장애우고용촉진공단 관련 녹취서와 민형사 소송관련 녹취서 일을 했다는 송영희 씨.
막상 어렵게 문을 열긴 했지만 "영업"이라는 문제가 그에게는 아직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다.
"앞이 안보이기 때문에 영업을 하러 갔을 때 어떤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하는지 부터가 암담한데다가 어렵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해도 얼굴을 익히지 못하는 탓에 다음에 다시 찾아가서 만나는 것 자체가 힘이 듭니다.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영업을 생각하고 있기는 한데 쉽진 않네요."
영업문제는 물론 속기 후에 최종확인 작업을 할 때 의뢰인을 만나 확인작업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것도 물론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요즈음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메일로 서로 주고받으면서 확인한다면 가능한 일이기때문에 영업의 문제만 극복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잇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속기는 신속과 정확이 생명이에요. 그리고 언어 이해력을 갖추어 원문에 손을 대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글로 작성해야하는 섬세한 작업이죠. 혹시 시각장애우이라는 편견 갖지 마시구요. 서울 · 경기 어느 곳이나 출장 가능하고, 주주총회, 공청회, 각종 회의록, 민 · 형사 관련 녹취서 등 모든 속기분야를 다루고 있으니까 믿고 맡겨주세요."
그의 자신만만한 목소리는 어떤 일이든 믿고 맡겨도 좋겟다는 보증수표처럼 느껴졌다.
오성속기사무소(02)3411-5062
게이트볼이 장애우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계기가 되길 바라죠
장애우와 노인에게 게이트볼 가르치는 홍철호 씨
3급장애우이면서 지역 장애우와 노인들의 건강증진과 건전한 여가선용을 도모하기 위해 게이트볼을 강의하고 있는 홍철호 씨는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통한다.
"게이트볼은 걸을 수 있고 스틱을 고정할 수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다며 장애우들이 게이트볼을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와 자립의지를 심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장애우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가 "베푸는 삶"을 시작한 것은 1985년 교통사고로 자신의 인생과 청춘의 꿈을 접게 만든 불의의 사고를 당한 후부터다.
보상을 받아먹고 살 방편으로 식당을 차렸지만 기쁨도 잠시, 식당은 얼마가지 않아 문을 닫는 좌절을 경험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대로 인생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93년 게이트볼을 배우기 시작했고 뜻밖에도 게이트볼은 홍철호 씨에게 인생에 희망이라는 이름을 다시 한번 안겨주었다. 96년도에 3급 심판자격증을, 98년에는 2급 심판자격증을 취득하면서 그는 노원구청에 게이트볼 강사로 등록, 현재 노원구 게이트볼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구청 문화교실과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한편의 운동장에서 장애우와 노인들을 위한 무료 강습을 펼치고 있는 홍철호 씨.
"온갖 정성을 쏟아 가르친 장애우들과 노인들이 게이트볼을 하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면 힘이 납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희망이지요. 홍철호 씨는 게이트볼 강습이 끝나면 3년 전 머리를 다쳐 통원치료를 받으며 집에 누워있는 아내 걱정에 곧장 집으로 향한다. 근간에는 경제적인 애로사항까지 겹쳐 마음 한편이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운동장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발걸음이 빨라진단다. 홍철호 씨는 "게이트볼 강습을 원하는 분들은 연락만 하면 언제든지 참여가 가능하다"며 많은 장애우들이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문의 노원생활체육게이트볼연합회
(02)948-0583, 011-449-5107
글 · 사진/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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