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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일본 리포트] 일본 정신장애우의 사회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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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상당히 개방적인 정신병원도 많이 있다. 얼마 전 다녀온 병원은 전철역에서 1분거리에 있었고, 동네꼬마들이 병원정원에서 노는 장면도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병원은 약 120년전에 세워진 정신과 단과병원으로, 일본에서도 꽤 오래된 병원중의 하나이다. 현재 410명의 정신장애우가 입원하고 있으며, 그중의 70%가 정신분열증이다.


그 중 거의가 5년 이상의 장기입원환자이다. 상근의사(정신과 전문의)가 9명, 비상근의사(내과, 피부과전문의 등)가 17명, 간호과 직원이 약 40명, 작업치료사 4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병원에서는 정신요법, 약물요법, 전기경련요법, 작업요법, 사회기능훈련등의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전기경련요법은 고의로 감전시키는 것과 같은데, 비인도적인 치료라고 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지만 실제로 정신과병원에서는 최후의 수단으로 자주 행해지고 있다)

개방병동에는 116명의 환자가 있다. 그들 대부분은 함께 생활할 가족이 없거나 경제적인 기반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일본의 정신병원 대부분의 문제로 전체 약 30만명의 입원환자중 약 10%인 3만 명이 이러한 사회적 입원이라는 통계도 있다.

지금 일본은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신장애우의 탈입원주의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복지홈(home), 원호숙사(援護療), 그룹홈(Group-home) 등 사회복귀중간시설의 확충, 그리고 복지공장, 작업소, 수산(授産)시설 등 복지적 취업의 확충은 탈입원주의를 이루기 위한 일본정부의 노력의 일면이다.

이러한 일본의 정신장애우복지정책은 국민들로부터도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일본의 정책과는 다르게, 스스로 병원에서 여생을 마치려고하는 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할까 한다.


나이는 61세, 진단명은 정신분열증이다. 6남매의 장녀로, 결혼의 경험은 없다. 중학교 졸업 후 4년정도 가사를 돕다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20살에 동경에 올라가 식당주방 등에서 일을 하며, 17년을 동경에서 생활했다. 고향에 돌아온 후 마을에 있는 회사에 취직한 적이 있지만, 다른 직원들과 마찰을 일으켜 그만두었다.

어느 날 길에서 소리를 치고 차에 돌을 던지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보여, 아버지의 권유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현재 환각, 망상 등의 증상은 사라졌으며, 단지 능동성저하만이 남아 있다. 온화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주위 사람들과도 별다른 문제없이 생활하고 있다.

입원할 필요는 없어진 지 오래지만, 사실상 퇴원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주위의 생각이다. 할머니가 퇴원하기 위해서는 당뇨병의 자기관리와 퇴원후의 거주지가 필요하다. 당뇨병의 자기관리는 병원측의 충분한 설명과 이해를 통해 이뤄질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퇴원후의 거취문제가 해결되고 있지않다. 현재 가족과의 연락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단지 여동생이 일년에 한 두번 면회를 오고 있다.

양친이 돌아가신 이후, 형제들은 사실상 할머니의 가정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할머니의 유일한 사회복귀의 길은 앞으로 65살이 되기를 기다려 노인시설에 들어가는 것 뿐이다. 물론, 제도적으로는 사회복귀중간시설의 입소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10년을 넘게 병원안에서만 생활한 할머니가 가족들의 도움없이 국가가 제공하는 서비스만으로 얼마나 사회에 적응해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많은 정신장애우가 퇴원후에도 가족에게로 돌아가지 못하고 병원근처에 방을 구해 생활하고 있는 일본의 현실을 생각하면 할머니의 사회적응에의 불안감은 더해만 간다.


할머니 또한 이런 현실을 자각하고 있는 듯, 병원에서 편하게 사는 것이 제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할머니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정신과 병원에서는 일반적으로 양친이 사망하면, 정신장애우의 가정복귀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정신장애우의 가족이라는 사회의 편견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형제들에게 부족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10년 이상을 떨어져 생활했던 형제자매가 어느날 갑자기 사이좋게 생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생각일지 모른다.

현재 정신과 병원에서 사회적 입원을 하고 있는 장기입원환자 3만명에게 있어 가정복귀는 무리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 숫자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신장애우의 조기사회복귀의 가장 큰 의미는 어쩌면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일 것이다.


글 이범석(일본 군마대학 의학부 보건학과 작업치료 전공)


 

작성자이범석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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