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있다 없다 서림복지원은 제2의 에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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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시에 있는 장애우 수용시설 서림복지원(원장 겸 이사장 임석노)이 비리 의혹을 사고 있다. 시설 내에 노동조합이 설립되고, 노조 지도부가 해고되는 과정에서 시설 비리 의혹이 전면에 드러난 것이다. 수개월간 진행된 서림복지원 사태는 현재 해고된 직원들의 원직 복귀 문제로 갈등이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서림복지원, 무엇이 문제인지 내막을 추적해 보았다.
시설 내에 노조 생기면서 갈등 생겨
충남 서산시 음암면 율목리에 있는 서림복지원은 지체장애우 수용시설 중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시설에 속한다. 복지원 외에 요양원과 자립작업장, 단기보호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수용되어 있는 장애우는 190여명이며, 직원도 80명이 넘는 대형시설이다.
여기서 복지원 비리 의혹을 살펴보기 전 먼저 시설 내에 노동조합이 생기게 된 과정부터 살펴보자.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복지원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고 폭로한 장본인이 바로 노조이기 때문이다.
서림복지원에 노동조합(위원장 가경순, 현재 조합원 52명)이 생긴 것은 지난 6월 22일이다. 그 전인 3월 서림복지원뿐만 아니라 전국의 장애우 수용시설은 모두 중요한 변화를 겪었다. 생활지도교사, 흔히 보육사라고 부르는 직원들의 2교대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대대적인 인력채용이 불가피 했다.
이렇게 큰 규모로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시설내 노동조합 설립은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현상으로 이해되어야 했다. 하지만 사랑과 봉사를 내걸고, 가족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설은 세태의 변화를 선선히 수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서림복지원에 노동조합이 설립되는 과정에서 노조와 시설은 예상됐던 갈등을 겪게 된다.
노조가 먼저 시설측에 요구한 것은 근무시간 변경이었다. 노조는 “다른 시설은 보육사들이 하루 쉬고 하루 근무하는데 서림원은 한 달은 주간 한 달은 야간 근무하라고 요구했다. 서림원은 교통이 불편한 산 속에 있어서, 직원들이 야간 근무를 하려면 당진, 태안 등 먼 곳에 사는 직원들은 집에서 밥만 먹고 다시 출근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노조는 다른 시설처럼 보육사들이 하루 근무하고 하루 쉬게 해 달라고 시설측에 요구했고, 이런 노조의 요구는 약간의 갈등은 있었지만 시설측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부연하자면 이때까지는 노조와 시설간에 큰 갈등이 없었다. 이 점은 시설측 대변자 복지원 김미수 총무과장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노조와의 갈등이 생긴 건 24시간씩 교대근무로 바뀌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그 과정에서 노조원들이 서명을 받고 도장을 찍어서 원장실에 올리니까 원장님은 교사들이 원장에 대해 반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때부터 감정이 상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원측에서는 노조와 2차까지 단체협상에 임했다. 2차 단협에서 노조가 한 달에 2시간 씩 노조원을 교육시키겠다길래 그 부분도 인정해 줬고, 직원들의 휴가도 5일을 보장했다. 또 당직근무도 3주 교대에서 6주 교대로 타협하면서 원측에서 노조에 굉장히 많이 양보했다. 그런데 원측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원생 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원생 폭행 사건을 빌미로 노조원 해고
자연스럽게 이번 서림복지원 사태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원생 폭행 사건의 진상에 다가서 보기로 하자. 현재 이 건은 원측에서 있지도 않은 가혹행위를 조작해 노조 탄압의 빌미로 활용하고 있다는 노조측 주장과 원생에 대한 가혹행위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다는 원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가혹행위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 워낙 크게 엇갈려서 진상 파악은 쉽지 않아 보인다. 어쨌든 논란이 되고 있는 원생 폭행 사건이 불거진 것은 지난 8월 16일이다.
먼저 원측 주장을 들어보자.
“복지원에 아홉 살인 강민철이라는 아이가 있는데 이 아이를 보육사들이 구타했다. 민철이는 정신지체 경계급의 장애를 가지고 있다. 평소에 거짓말을 잘하고 도벽이 있긴 했지만 활발한 아이였다. 그런데 그 아이가 8월 16일 부터 방에 처박혀서 나오지 않길래 주위 선생님들에게 물어봤더니 담당하고 있는 생활교사가 때렸다고 했다. 생활교사 말로는 아이가 도벽이 심해 교육적인 목적에서 몇 대 손바닥을 때렸다고 하는데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허벅지와 다리에도 멍이 들어 있었다. 아이 말로는 보육사들이 노조와 관련해서 회의하는 내용을 원에 일러바쳤다는 이유로 맞았다고 했다. 그냥 때린 것이 아니라 물고문을 시키기도 했고, 구덩이를 파놓고 그렇게 계속 일러바치면 묻어버리겠다고 협박도 했다”는 것이다.
이런 원측의 주장에 대해 노조는 전혀 상반된 주장을 내놓고 있다.
“민철이는 평소 도벽이 심한 아이다. 8월 16일에도 담당 보육사의 사물함에 있던 지갑에서 10만원을 꺼내간 사실이 발각됐다. 그래서 담당 교사가 민철이에게 교육적 차원에서 대나무 효자손으로 손바닥을 세 대 때리고 20분 간 무릎을 꿇게 하고 손을 들게 한 사실이 있다. 그리고 나서 저녁 8시 경 다른 생활교사가 복도를 지나가다 204호에 잠깐 들렸는데 담당보육사에게서 민철이가 돈을 훔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훈계를 하고 나오다가, 담당교사가 민철이를 목욕시켜 달라고 부탁해서 복지원 내에 있는 별관 목욕탕으로 데리고 가던 중 다시는 남의 물건에 손대지 말라고 교육시키며 어깨를 2-3회 가볍게 두드린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노조 위원장 가경순 씨는 “아홉 살인 정신지체 아이를 프락치로 몰아 때렸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억울해 했다.
이렇게 양측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은 시설과 노조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원측에서는 아이를 구타한 일을 용납할 수 없다며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노조원인 담당보육사 등 세 명의 직원을 파면조치하고, 구타를 보고도 방관했다며 또 다른 직원 두 명에게 각각 정직과 시말서를 쓰게 하는 징계를 내린 것이다. 이런 원 측의 징계에 대해 노조는 노조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노조 집행부는 9월 13일 서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림복지원의 비리 의혹을 폭로했다. 그러자 원 측은 다시 징계위원회를 열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 다섯 명을 또 해고시켜 버렸다.
서림복지원의 지나친 가족 경영 논란
여기까지가 서림복지원 사태가 촉발되게 된 저간의 사정이다. 그러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서림복지원 비리 의혹은 도대체 뭘까?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서림원이 원생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주 부식비 횡령, 시설공사와 기능보강 사업비 횡령, 원장의 원생 통장을 통한 차명 재산 관리와 원생 강제 노역 및 강제 퇴소 등의 비리를 저질렀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렇게 노조가 비리 의혹을 제기하자 서산시청이 특별감사에 나섰고, 9월 20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감사 결과 서산시청은 서림원 측이 원생들에게 지급해야 할 부식비를 과다 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모두 9건의 예산을 부정으로 지출했다며, 312만원을 국고에 반납하고, 관련직원을 징계하라는 요구를 하는 한편, 횡령 혐의로 시설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것이 드러난 비리 의혹이라면, 공개화 되지 않은, 노조가 주장하는 서림원 비리 의혹은 이보다 더 많다.
먼저 서림원의 지나친 가족경영이다. 노조에 따르면, 그리고 확인된 바에 따르면, 서림원은 임석노 원장이 법인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고, 법인 상임이사가 임태성 씨로 원장의 큰아들이다. 여기에다 법인 사무국장을 큰아들의 부인인 오명헌 씨가 맡고 있었고, 작은아들인 임태민 씨는 서림원 부원장을 맡고 있다. 그리고 임태민 씨의 부인인 김미수 씨가 서림원 총무과정을 맡고 있다. 또 감사는 임석노 원장의 큰사위가 맡고 있다.
이렇게 가족들이 모두 나서 운영하다보니 시설이 사기업화 돼서 직원들이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지내야 했다는 것이 노조측 주장이다. 한 예로 노조원 해고도 가족들이 중심이 된 인사위원회에서 결정됐다며 노조는 서림원 측의 가족경영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또 하나 노조측이 주장하는 서림원 비리는 원장인 임석노 씨의 부도덕성이다. 서림원 원장인 임석노 씨는 수백억원 대의 재산을 가진 재력가라고 한다. 그런 그가 재산을 더 불리기 위해 개인 돈을 원생들 10명의 이름으로 비과세 차명 통장을 개설해 2천만원씩 2억원을 예치하는 부도덕한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 노조측 주장이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 노조측에 의해서 흥미로운 문건이 한 장 공개되고 있다. 이 문건은 서림원 비리 의혹과 상관없이 관심을 끄는 문건이기도 하다.
노조 위원장 가경순 씨가 시설에 있을 때 자신이 담당하고 있던, 얼마 전 사망한 근이양증 장애우의 짐 정리 과정에서 발견했다는 이 문건은 그 동안 말로만 떠돌던 시설 입소시 지참금 지급 관행과 관련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건 내용인 확약서를 보면 ‘노도경, 노문수 2인의 운명이 다하는 날까지 친족과 보증인 등에게 일체 부담을 주지 않고 일상생활 모든 것을 성심을 다하여 보살필 것을 다짐합니다.’라는 내용이 있고, 또 다른 문건 영수증에는 서림원의 전신인 한벨지움 복지원 임석노 원장이 이들 장애우 아버지인 노주열 씨로 부터 1994년 6월 2천5백만원의 기부금을 받은 것으로 적혀 있다.
규정에 따르면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복지시설은 무연고자나 생활보호대상자만 입소시킬 수 있다. 월 17여만원을 받고 시설이 생활보호대상자가 아닌 장애우를 받을 수 있게 규정이 바뀐 건 1994년 이후이다. 1994년 당시 2천5백만원이라면 꽤 큰 돈이 틀림없는데, 과연 생활보호대상자가 그 많은 돈을 선뜻 기부금으로 내놓을 수 있었을까?
만약 생활보호대상자가 아닌 장애우를 원측에서 받았다면 이는 명백히 규정 위반이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행정관청이 다시 조사해 봐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기부금, 후원금이기 때문에 문제없다 주장
이런 서림원 비리 의혹과 관련해 원측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복지원 총무과장 김미수 씨를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이다.
- 서산시청의 특별감사결과 부식비 과다 계상 등 일정 부분 비리가 드러났는데.
“부식비를 일부 과다 계상한 부분은 인정한다. 하지만 매년 연말에는 어느 시설에서나 특별부식이라고 해서 원생들을 잘 먹인다. 문제는 부식을 구입을 해놓고 식단에 올리지 않았다는 것인데 원 측에서는 영양사가 올린 서류만 보고 당연히 제대로 집행됐다고 판단했다. 시설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정도는 비리라고 보지 않는다.”
- 노조 측 주장에 따르면 한꺼번에 목돈을 받고 장애우를 평생 책임지는 조건으로 원생을 받기도 했다는데.
“94년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 내가 부임하기 전이라 자세한 것은 잘 모르지만 그 돈은 분명히 말하지만 부모에게 강요해서 받은 돈이 아니다. 서류에도 후원금으로 처리되어 있다. 내가 부임한 95년 이후로는 목돈을 후원금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
- 이사장을 비롯해 가족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어서 내부적인 비리 은폐가 가능하지 않겠나 라는 주장이 있는데.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화가 난다. 물론 나도 원장님의 둘째 며느리이긴 하다. 하지만 왜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오해를 받아야 하는가. 나 역시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고 이사장의 큰아들 역시 사회복지로 석사를 받은 분이고, 작은아들도 사회복지 전공자다.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일한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그런 건 아니지 않는가.”
- 원장 개인의 돈을 장애우들의 통장에 분산해서 비과세로 예치해놓고 이자를 챙기고 있다고 들었다. 노조에서는 비자금이라고 말하고 있다.
“원장님이 가지고 있던 정미소를 판 10억원의 돈 가운데서 2억원을 원생들의 통장에 나누어 예치해놓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히 사전에 원생들의 보호자 동의를 받았고 보호자가 없는 원생의 경우에는 복지원 자모회 임원의 동의하에 이자를 판공비 목적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노조에서 말하는 비자금 조성 목적은 절대 아니다.”
11월 중순 현재 서림복지원 사태는 이렇게 원 측과 노조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은 현재 시설 측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지방 노동청에 고발해 놓고 있는 상태이다. 11월 말 지방노동위 판결이 내려지는데 지방노동위원회의 원직 복귀 결정이 내려진다 해도 원 측에서 반발하면 중앙노동위원회로 사건이 이첩된다. 결국 법적인 사태 해결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법적 해결 이전에 시설 측과 노조 측이 화해하면 의외로 사태 해결이 쉬워질 수 있지만 사태 전개과정에서 감정이 상한 시설 측과 노조 측이 화해할 가능성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서림원 노조 측의 요구는 원직 복귀와 아울러 복지원의 투명한 경영이다. 즉 가족들이 원 경영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라는 것이다.
이런 노조의 요구를 가족경영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 서림원 측에서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래서 설혹 서림원 사태가 노조와 원 측의 양보로 원만히 해결된다 해도 문제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비관적인 시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게 하고 있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서림복지원 사태를 보면서 이제 이땅의 장애우 시설도 변화를 거부하지 말고, 변화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문득 해 보았다.
글 이태곤 기자(tklee@cowalk.or.kr)/ 사진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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