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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투표시설 미비, 국가 손배책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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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1일 장애인의 실제적인 참정권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바로 지난해 4, 13총선에서 투표소의 편의시설 부재와 선관위가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지 않아 투표를 못했던 장애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것이다.

서울지법 민사37단독 장현준 판사는 21일 1급 지체장애인인 37세 서승연 씨(37,여)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서씨 등 2명에게 50만원씩 지급하는 등 원고 5명에게 모두 14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선거권은 국민의 권리이고 선거법에서도 장애인의 선거 편의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는 만큼 국가는 이를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투표의 공정성이 현저히 침해되지 않는 한 투표자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장애 정도가 심해 투표소까지 못 가고 보호자도 없는 중증 장애인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거소"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실질적으로 선거권 보장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애초 청구금액이 2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였는데, 이번 선고에서는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확정하고 원고인단 8명중에서 5인만 인정되었지만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이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보장되어야 하며, 이들이 편안하게 투표행위에 임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은 국가책임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이번 재판을 담당했던 김진 변호사는 "사실 큰 기대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매번 장애계에서 실제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또 제대로 홍보나 편의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선거에 참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금액은 적지만 국가 책임을 명확히 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에 참여했던 연구소를 비롯한 4단체도 이번 판결이 장애인의 실제적인 참정권이 보장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실 그 동안 장애계는 매 선거가 있을 때마다 투표소의 위치 문제와 선거홍보물에 대한 접근성 문제 등을 제기하며, 선관위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선관위는 근 10여 년 동안 "노력하겠다.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실제적인 변화를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 게다가 장애인이 선거에 참여하는데 있어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장애인 선거율조차 파악하지 않아 비난을 받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선관위는 "장애인 선거율 조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는데 연구소에서 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어 조사를 시작하자 그제야 서둘러 자신들이 해보겠다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로 선관위는 이 판결이 나온 즉시 오는 4.26 지방 재, 보선에서 모든 투표소를 1층에 설치하고 투표소마다 장애인을 위한 도우미 2명을 배치하겠다고 한다. 또 도우미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장애인 벨을 투표소 입구에 설치하고 장애인 유권자가 원할 경우 119 구조대와 자원봉사단체의 협조를 얻어 투표소까지 교통편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는 4, 26 보궐선거에만 해당하는 것이지 전체적인 선거에 적용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런 투표편의대책이 법적으로 보장되고 제도화되어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참여연대,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뇌성마비연구회 바롬 4단체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선거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실질적인 법, 제도 개선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작성자여준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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