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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초점] 고용촉진기금, 임자 없는 돈?

시설융자금 고용장려금 보조금 편취 사례 드러나

본문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됐다. 지난 5월 15일 수원지방 검찰청 반부패특별수사부는 장애우 고용을 위장하거나 부당한 근로관계를 은폐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가로부터 거액의 장애우고용촉진기금을 편취한 기업체 대표와 기금 배정 과정에서 뇌물을 수수한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직원 등 18명을 적발해 구속 8명, 지명수배 4명, 불구속 5명, 징계요구 1명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이 수사해서 발표한 이번 사건은 장애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기업이 장애우를 고용하지 않고 대신 내는 부담금으로 조성된 고용촉진기금 운영이 방만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게 사실로 확인된 점도 충격이지만, 효율적인 기금 운영과 기업체 비리를 감시해야 할 입장에 있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일부 직원이 오히려 공공연히 뇌물을 받고, 비리를 눈감아 주는 뒷거래를 자행했다는 것은 한 마디로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존재 이유를 무색케 하고 있다는 지적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고용촉진기금 운영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검찰 수사기록을 중심으로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보고, 덧붙여 이번 사건에 얽힌 뒷얘기를 추적했다.

 

공단 일부 직원, 업자에게 뇌물 받아 구속

이번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특별수사부 박아무개 검사는 “여러 개 정책기금을 조사하던 중 장애우고용촉진기금(이하 고용촉진기금)이 제대로 운영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사업주에 대한 지원 과정에서 악덕 기업주가 있다면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서 조사에 착수했다.”고 수사착수 동기를 밝혔다.
이런 검찰의 공식적인 입장표명과는 달리 한 장애우 고용 업체에서 우연히 일어난 사고가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997년과 98년 2회에 걸쳐 무려 7억5천만원의 고용촉진기금을 지원받은 ㈜보부식품, 이곳에서 정신지체 2급 장애우인 이아무개씨가 작업 중 숨졌는데, 검찰이 이 사고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회사 총무과장의 수첩에 ‘이민철에게 2백만원 지급’이라고 쓰여 있는 걸 발견했다는 것이다. 수첩에 이름이 오른 이민철은 검찰이 총  2천4백만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밝힌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하 공단) 직원이다. 이 기록 발견을 계기로 검찰은 수사를 확대했고, 임의로 공단 수원사무소가 관할하는 30개 업체를 선정해서 수사에 착수해 그 중 12개 업체가 총 20억원의 고용촉진기금을 불법 편취한 사실을 적발해 냈다는 것이다. 수원 검찰청 반부패특별수사부가 내놓은 이번 사건 수사기록인 ‘장애인고용촉진기금거액편취비리사건’이라는 제목의 23쪽짜리 보고서에는 사건의 전개 과정과 기업체 대표와 공단 직원이 짜고 저지른 비리 사실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지금부터 그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그런데 한 가지 검찰 수사기록을 살펴보기에 앞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이번 사건은 단지 30개 업체만이 수사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검찰이 마음먹고 전국적으로 수백 개가 넘는 소위 장애우 고용 사업장을 뒤진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검찰조차 구조적 비리가 전국적으로 만연된 현상이라고 추정하고 있는데, 한 마디로 조만간 터질 지뢰밭이 곳곳에 널려 있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검찰 수사기록 중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도예 업체들의 거액 시설융자금 편취 방법이다. 검찰은 김원기(36) 삼원요업 대표, 이선재(46) 이상남(36) 무등도예 공동대표, 유윤진(47) 유진도예 대표 등 도예업체 대표 4명을 구속하고, 김승철 월곡도예 대표와 박근태(35) 세한도예 대표 등 2명을 전국에 지명 수배했다.
이렇게 고용촉진기금을 편취한 혐의로 검찰에 적발된 도예업체들이 많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 우선 여주군이 눈에 띈다. 여주군 강천면 일대가 이들의 범행 무대였다. 검찰 기록에는 이들이 벌인 구체적인 범행 방법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유윤진 이선재 이상남 김원기는 모두 융자금 신청 당시 건축업에 종사하던 자들로 도예공장을 운영한 경력이 전무함에도 도주한 김승철이 96년 건축한 별건 도예 공장의 미장 등의 세부공사를 각자 하도급 받아 시공 중 김승철이 손쉽게 공단으로부터 거액의 시설융자금을 편취하는 것을 목격하고, 김승철 등으로부터 기존 공사금 채무의 대물변재 명목으로 경기여주군 소재 이 사건 임야 농지를 양도받게 되자 김승철의 범행수법을 답습하여 본 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임.’
풀어보면, 도예의 도자도 모르고 건축업에 종사하던 이들이 도망친 김승철 월곡도예 대표가 공사대금 대신 땅을 주자 김승철이 손쉽게 공단에서  융자금을 지원받은 것을 떠올리고, 김승철을 본떠 단 한 가지 공단의 융자금을 지원 받을 목적으로 가짜로 도예업체를 차리고 장애우 고용업체인양 행세했다는 것이다. 
검찰 기록을 계속 따라가 보자. 이들은 수년간 도예공장을 운영해 온 것처럼 허위 임대차계약서와 사업자등록증을 만들고 향후 장애우 10명 이상을 고용하겠다는 허위 사업계획서와 과다 계상된 허위 공사계약서, 그리고 견적서 등을 공단에 제출해 융자결정을 취득했다. 그런 다음 쉽게 융자금 2/1을 수령한 이들은 나머지 잔액 융자금 1/2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공장에 대한 투자확인(장애우 고용여부, 실제공사내역)이 필요한 바 장애우 고용은 인근 동사무소 등을 통해 장애우 주민을 파악해서 동 주민들로부터 장애우 수첩을 빌리고 공단의 현장 방문시 일시 근로자인양 행세케 하는 등 위장하였고, 공사내역은 허위 내역서를 제출해 나머지 융자금을 지원 받았다.
이들의 파렴치한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98년 11월 경 공단의 사후실사 과정에서 장애우 고용을 독촉 받게 되자 이선재는 노부모를 청각장애우로, 유윤진은 부천에서 갈비집을 운영하던 동거녀 박춘희를 시각장애우로 각각 등록한 후 장애우 근로자로 위장하는 방법을 동원했다’는 게 검찰 발표다.
이런 방법으로 이선재 이상남은 2억3천만원 유윤진은 2억7천만원, 김원기는 2억9천7백만원, 박근태는 3억원 등을 공단으로부터 연리 3% 5년 거치 5년 분할상환의 호조건으로 융자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공단에서 받은 융자금으로 공장을 짓기는커녕 사실상 자기들이 살 집을 지었다. 그래서 더 지탄받고 있다.
‘피의자들은 각자 융자받은 금 3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억 원 정도 공사비로 2층 건물(사실상 전원주택형 주거용 건물)을 건축한 다음 실제 장애우 고용이나 공장 가동 없이 개인 주거지 등으로 전용해서 사용했다. 공장 부지는 모두 외지인들의 소유가 제한된 임야와 농지였는데 지역과 전혀 연고가 없는 피의자들이 헐값으로 부지를 매수하고 융자금 일부만을 투자하여 건물을 신축한 후 지목변경까지 취득함으로써 융자금 이익은 물론 상당한 지가 상승의 투기성 이익까지 취득했다. 특히 이선재는 법률경찰신문사라는 군소 언론사의 보도국장으로 행세하면서 장애우 기숙사 용도의 건물 2층에 동 신문사 여주 지사를 개설(공개적 현판식 거행)하고 운영하기까지 했다.’
한 마디로 기가 막힐 따름이다. 불법으로 고용촉진기금을  융자받아 공장이 아닌 전원주택을 짓고, 부동산 투기까지 한 이들의 행태는 가히 현대판 봉이김선달의 출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면 이들의 범행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짐작하겠지만 공단 직원과 뇌물로 연결된 유착관계가 존재했기에 가능했던 범행이었다.
검찰 기록은 ‘공단의 현장 실사를 통한 융자 취소를 회피하고자 관련 공무원의 매수가 필요했던 이들은 당시 공단 수원사무소 임상덕 소장과 윤주열 고용촉진부장 그리고 이민철 차장 등에게 2백 만원에서 5백 만원까지 총 2천4백여만원의 뇌물을 제공했다’고 밝히고 있다.

심각한 비리, 고용장려금과 보조금 불법 편취 사례

흔한 말인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 놨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일 것이다. 당시 공단 수원사무소 임상덕 소장을 비롯한 일부 직원은  명백하게 본연의 임무를 저버렸다. 잘못된 고용촉진기금집행을 적발해 원상회복 시키기는커녕 비리를 저지른 업자들에게서  뇌물을 받고 범행 사실을 눈감아 줬다. 그 이유를 굳이 들자면 자기 돈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수억 원의 자금이 장기 저리로 지원되는 시설융자금 사업에  있어서 공단이 융자여부 및 융자금 결정, 1,2차 융자금 지급 과정에서의 투자 확인, 융자금 지급 후 10년간 사후관리 하며 융자취소 결정 등의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소수의 담당 공무원이 수년간 같은 업체의 현장실사를 지속함으로써 자연적으로 유착관계가 생성됐다.’
업자와 유착관계가 형성된 후 공단 직원의 뇌물수수 사례는 다음과 같다. ‘임상덕 소장은 98년 11월 경 도예업체의 고용상황 점검  명목으로 부하직원들을 데리고 현장을 직접 방문한 자리에서 세한도예 대표 박근태로부터 선처 부탁과 함께 뇌물을 수수하는 노골적인 행태를 보였다. 나아가 공단 수원사무소 임상덕 소장, 이민철 차장은 당초 융자 완료시 금 2천만원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주)보부식품 대표이사 윤종열이 99년 1월 초 자신들의 인사발령으로 본부로 전출이 임박된 시점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자 임상덕이 전화를 걸어 약속 이행을 강권하고 이민철이 사업장을 방문해 뇌물을 수수하는 추태를 보였다.’
그야말로 갈 데 까지 간 공단 직원들의 파렴치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잘못 먹은 떡은 반드시 체하기 마련인지 업자들에게 뇌물을 받은 공단 직원 중 임상덕(56) 이민철(32)은 뇌물이 목에 걸려 이번에 구속됐다. 뇌물 수수액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공단 본부 직업재활부장 윤주열은 불구속 기소됐고, 특이하게 공단 인천사무소 직업재활부장 황보익은 검찰이 공단에 자체 징계하라는 통보를 했는데 알려진 바에 따르면 황보익 씨는 이민철이 뇌물로 받은 돈으로 산 술을 얻어 먹었다가 걸려 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업체와 공단 일부 직원들이 짜고 비리를 저지르면서 그들 사이에서 피해를 본 건 바로 장애우였다.
대표가 구속된 (주)보부식품의 예를 다시 한 번 들어보자. 이 업체 대표는 시설 융자금을 편취한 것 외에도 98년 6월경부터 99년 7월경까지 장애우 근로자 11명에게 매월 10여 만원의 임금을 지급했음에도, 마치 최저 임금액 36만원 이상을 지급한 것처럼 임금대장 등 관련서류를 허위로 작성 제출하여 노동부와 공단으로부터 고용장려금과 보조금 명목으로 1천6백여만원을 받아 편취한 혐의가 추가돼 구속됐다. 즉 (주)보부식품은 장애우의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고 대신 고용촉진기금에서 지원되는 장려금과 보조금은 꼬박꼬박 챙겼는데 이런 비리가 가능했던 건 어느 모로 보나 공단 직원이 뇌물을 받고 눈감아 줬기 때문일 것이다.
이 사례에서 보듯 사실 시설 융자금 지원에 얽힌 비리보다 더 심각한 비리는 바로 고용장려금과 보조금 불법 편취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고용 보조금과 장려금은 노동자인 장애우 삶과 곧바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업체가 장애우 고용시 생산성 부족에 따른 사업주의 임금지급 손해를 보전해 준다며 노동부가 장애우 1인당 매월 20만7천 원의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고, 공단은 장애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장애우 1인당 최저 18만원에서 31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따라서 장애우를 고용한 사업주는 장애우 1인당 장려금과 보조금을 합쳐 매월 최저 38만원에서 51만원까지 무상 지원금을 국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문제는 장려금 보조금 모두 지원 전제조건이 반드시 사업주가 장애우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인 36만원 이상 임금을 지급해야 지원된다는 것인데, 이번에  적발된 상당수 업체는 장애우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당연히 장려금과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없음에도 이들은 허위 근로계약서 사본과 허위 임금대장 등을 만들어 노동부와 공단에 제출하는 등의 불법적인 방법으로 장려금과 보조금을 지원받았다가 적발됐다. 말하자면 고용촉진기금이 엉뚱하게 사업주들의 배를 불려주는 데 사용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검찰이 적발해낸, 어떻게 보면 횡령이라고도 볼 수 있는  사업주들의 고용 장려금과 보조금 불법 편취 사례는 정말 심각하다.
평택시 서탄면 수월암리에 있는 동민전자, 이 업체는 97년 4월경부터 99년 11월까지 중증 정신지체 장애우 근로자 9명에게 매월 10여만원의 임금을 지급했음에도 마치 최저임금액인 36만원 이상 지급한 것인 양 임금대장을 허위 작성 신고하여 노동부와 공단으로부터 고용 장려금 보조금 합계금 6천1백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대표가 구속됐다. 동민전자 바로 옆에 있는 (주)비에스코퍼레이션이라는 화장지 제조업체는 97년 1월경부터 99년 12월까지 장애우 근로자 10명에게 매월 2만원의임금을 지급했음에도 마치 최저임금액 36만원 이상을 지급한 것처럼 허위 임금대장 등을 제출하여 노동부와 공단으로부터 장려금 보조금을 합쳐 무려 1억2천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대표가 수배됐다.
그밖에도 (주)일창실업이라는 업체는 99년 4월경부터 금년 1월경까지 장애우 근로자 4명의 고용을 위장, 거래업체와 부근 주민으로부터 장애우수첩을 빌려서 근로계약서 등 허위서류를 제출해서 장려금 보조금 1천1백만원을 편취했고, 능서농산이라는 업체는 99년 6월경부터 99년 8월경까지 장애우 근로자에게 매월 약 15만원의 임금을 지급하고도 마치 최저임금액 36만원 이상 임금을 지급한 것처럼 임금대장 등 허위서류를 제출해서 공단으로부터 보조금 2천5백만원을 편취했으며 성진전자라는 업체 역시 장애우 근로자에게 월 10만원 임금을 지급했음에도 허위신고 후 공단으로부터 보조금 5백2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대표가 각각 불구속 기소됐다.

 

정신지체장애우들의 근로 현실 점검해야 


장려금과 보조금 편취 외에도 동민전자와 비에스코퍼레이션이라는 업체의 경우 정신지체 장애우를 볼모로 사업주가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검찰이 밝혀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동민전자 대표 최종수와 비에스코퍼레이션 대표 전행자는 친분관계에 기초하여 근접 지역에서 동종 사업장을 경영하며, 각자 3억원 이상의 시설융자금을 수령하여 장애우 기숙사를 포함한 공장을  설립하였음에도 열악한 임금 지급은 물론 기숙사 시설을 (주)동은을 비롯한 타 업체에게 사업장 용도로 임대 전용하고, 장애우들은 컨테이너 박스 3개에 기거시키면서 근로계약과 전혀 무관한 농사일과 주방노동을 사역시키는 등 사실상 장애우 수용시설로 사업장을 운영했고, 민원 제기를 우려한 나머지 본인의 판단력이 떨어지고 그 가족들이 사업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중증정신지체장애우들을 고용한 후 정신지체장애우를 볼모로 파렴치한 사기 범행을 자행했다’는 것이다.
기자는 사건이 발표된 지 이틀 후인 5월 17일 이번 사건 중에서도 이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 정확한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물어물어 평택시 외진 곳에 있는 동민전자와 비에스코퍼레이션이라는 두 업체를 찾아갔다. 
먼저 동민전자에서 빈 사무실을 지키고 있던, 이름을 밝히길 거부하는 영업부장이라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는 이 업체에 온 지 한 달 정도 돼서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고 전제한 후, 이 업체에 정신지체장애우 3명과 지체장애우 6명이 고용돼 있었고 사업주가 구속되면서  모두 집으로 돌려보낸 상태라고 말했다. 문제가 된 임금 부분을 물어보자 검찰 발표대로 10만원을 지급한 게 아니라 작업 능력에 따라 차등 지급했으며, 보험과 기숙사비, 식비를 모두 포함하면 월급이 평균 40`~50만원은 되며 단지 부모에게 직접 송금한 월급이 10만원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신지체장애우의 부모들은 아이를 밥만 먹이고 잠만 재워달라고 오히려 우리에게 부탁하고 있다. 실제로 정신지체장애우들은 한달 내내 일해도 수익을 내지 못한다. 작업을 한다는데 의의를 둘 뿐이다. 사업주가 복지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산성이 없어도 정신지체장애우를 데리고 일했지 정신지체장애우를 근로자로 보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고용촉진기금을 지원 받아 기숙사로 지은 건물을 다른 업체에 임대하고 장애우들은 비좁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재운 사실에 대해서 물어보자 이 관계자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얼버무렸다.
동민전자 바로 옆에 있는 화장지 생산  업체 (주)비에스코퍼레이션, 이 업체 관계자 역시 “장애우를 고용하지 말고 내보내라는 주위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데리고 있는 것은 복지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이 업체는 모두 16명의 장애우를 고용하고 있었다. 그 중 정신지체장애우가 12명이고 지체장애우가 4명이었다. 동민전자와는 달리 작업을 계속 하고 있는 현장에서 기자는 검찰이 지명수배하고 있는 이 업체 사장 동생 전상열씨를 만났는데 그는 “정신지체장애우들의 부모들은 대부분 밥만 먹여주고 잠만 재워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가 돈을 줄 테니까 데리고만 있어달라고 애원하는 부모도 상당수다. 부모들은 우리가 전화하면 혹시 데리고 가라고 할까봐 가슴이 철렁한다고 말한다”며 정신지체장애우를 데리고 있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저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정신지체장애우에 한해서 기숙사비와 식비를 빼고 나머지를 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본인에게 용돈으로 매달 2~3만원을 주고 약 8~10만원 정도를 부모에게 송금한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이 부분, 그가 부모에게 송금한다고 주장한 부분은 검찰 수사내용과는 다른 주장이다. 전상열씨는 이어 “회사 사정이 너무 어렵고 생산성도 오르지 않아 정신지체장애우의 임금을 기숙사비와 식비를 제외하고 월 10만원 정도밖에 주지 못한다는 실정을 그 동안 수 차례에 걸쳐 공단측에 얘기했고, 이해가 된 상황에서 보조금을 지원 받고 있다”며 “이제 와서 임금을 문제삼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자가 동민전자와 (주)비에스코퍼레이션을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심히 개탄스럽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어쨌든 이들 두 업체 외에도 정신지체장애우에게 일 한 대가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업체가 부지기수일 것이라는 점이다. 많은 업체에서 정신지체장애우들이 볼모로 잡혀 있을 것이라는 추정은 (주)비에스코퍼레이션 관계자 입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전상열씨는 “이번 사건이 벌어지자 정신지체장애우를 고용한 다른 업체들이 들썩거리고 있다. 장애우들을 다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정신지체장애우들은 당장 오갈 데가 없다. 검찰이 어떻게 사태를 수습하려고 이번 사건을 터뜨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정신지체장애우 부모들은 성인이 된 자녀를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보낼 곳을 찾는다. 이때 업체에서 데리고 있겠다고 하면 절박한 실정에서 부모들은 임금은 상관없이 고마워하고 업체는 그런 부모 심정을 이용해 정신지체장애우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도 큰소리 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부는 7월부터 중증장애우 고용을 늘리기 위해 업체가 중증장애우를 고용하면 사업주에게 장려금과 보조금을 두 배로 주고 그 수준도 최저 임금의 100%를 지급한다는 안을 내논 바 있다.  만약 노동부 계획대로 시행된다면 업체가 7월부터 중증장애우인 정신지체장애우를 고용했을 경우 장애우 1인당 장려금과 보조금을 합쳐 월 1백만원이 넘는 돈을 지원받게 된다는 것이 공단 관계자 설명이다.
문제는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지금같이 감시장치가 부재한 실정에서는 자칫 사업주만 배불리게 할 개연성이 농후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좋은 의도가 아닌 나쁜 의도를 가지고 정신지체장애우를 서로 고용하겠다고 업체들 사이에서 쟁탈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자가 지나친 예측을 하고 있는 것일까. 분명한 건 더 늦기전에 한번쯤은 꼭 정신지체장애우들의 근로 현실을 전면적으로 점검해볼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실적 위주의 고용정책 실패 확인돼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명백하게 드러난 건 그간 노동부와 공단이 시행해온 실적 위주의 장애우 고용정책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점이다. 노동부와 공단은 장애우 고용 사업주에 대한 각종 지원의 확대를 통하여 매년 장애우 취업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으나 상당 부분 허수였음이 이번에 밝혀졌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검찰 기록에 따르면 장애우를 고용한 사업주에게 지원되는, 재원이 대부분 장애우의무고용사업체로부터 받는 부담금 수입금인 고용촉진기금은 98년도 7백97억원에 비해 99년도 7백34억원으로 63억원이 감소되는 추세인 반면 사업비지출액수는 98년 8백88억원에 비해 99년 1천96억원으로 2백8억원이 늘어나는 등 운용기금은 해마다 감소 추세에 있다고 한다. 즉 수입보다는 사업주에게 지원되는 지출이 많은 게 고용촉진기금 실태라는 것이다.
검찰은 결론적으로 ‘고용촉진기금이 실적 위주로 방만하게 집행이 이루어지고 있고, 자금집행관련 부서 구성원은 각 지방사무소별 12명 정도의 비전문가로 구성되어 장애우의 실제 고용여부, 기금의 적정한 집행에 대한 실사는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어서 이에 편승하여 위장고용, 허위서류 제출 등으로 고용촉진기금을 편취하는 업체들이 만연되어 있는 것으로 이번 수사결과 확인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 고용촉진 기금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들이 필요할까.
먼저 현재와 같이 형식적인 서류심사만으로 융자금을 지원하고 보조금과 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 자체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서류가 아니라 현장확인을 통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고 사후관리도 방문 조사를 통해 철저하게 실시하며 장애우 취업현황을 종합적인 전산관리를 통하여 파악함으로써 사업주가 보조금과 장려금을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받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개선책들은 이번 사건이 벌어지기 전부터 장애계에서 논의되어 왔던 사항들이다. 하지만 어떤 개선책도 현실화되지 않았고 그런 가운데 이번 사건이 벌어짐으로써 장애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공단의 반응은 무력감 그 자체이다. 공단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사업주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고민을 토로하고 있다. 즉 공단이 근로감독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업주의 비리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노동부는 이번 사건이 벌어지자 공단과 합동점검반을 편성해 공단의 10개 지방사무소를 대상으로 고용촉진기금의 자금융자 업무 전반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점검을 통해 부정하게 융자와 장려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난 사업주와 비리 관련 직원은 고발 등 엄중 조처하고 비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책도 모색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어디까지나 내부 감사가 분명한 이상 노동부가 과연 자체 비리를 과감하게 적발해 낼 수 있을 지 의문을 품게 하고 있다.

고용촉진기금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기업이 장애우를 고용하지 않고 대신 내는 미고용 부담금으로 조성된 기금이다. 장애우 고용과 맞바꾼 그래서 정말 함부로 쓰여져서는 안 될 중요한 기금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현실에서 고용촉진기금은 이번 사건에서 보듯 임자없는 기금으로 전락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일까. 노동부와 공단은 많은 장애우들이 답답해하고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 이태곤/사진 김학리 기자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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