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길은 아직도 멀고 험하다, 고용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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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장애우의 일반고용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일본도 한국의 장애인고용촉진법과 같은 법이 있어 의무고용을 명시하고 있지만 현재 간신히 1%를 웃도는 등 한국과 고용차별 상황은 비슷하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방안을 세운 것이 바로 ‘공동작업소’다. 사회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면 장애우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간다는 것에서 출발한 것이다.
일본의 공동작업소는 약 5천여 곳이 있지만 그 성격은 세가지의 형태로 나누어진다. 정부 허가를 받은 공동작업장을 ‘수산시설’이라 부르는데 약 3천곳이 되며 단순 ‘훈련소’의 역할밖에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비장애우의 임금만을 보조하고 있다고 한다. 또 우리 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반취업으로의 연계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약 1천여 곳은 대체로 장애자녀를 둔 보모가 운영하는 곳인데 일본의 부모들도 이곳을 단순히 보호하거나 맡기는 곳 차원의 성격으로밖에 생각지 않아 그 이상의 ‘사회통합’에 걸맞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못한다고 한다.
그 외 약 5백여 곳이 우리 연구소와 교류하는 ‘장애우차별과 싸우는 전국공동연합’과 관계를 맺는 공동작업장이다. 우리가 방문한 ‘넷코(뿌리)공동작업소’의 설립목적처럼 스스로 일터를 만들어 ‘시혜를 받는 대상’으로서가 아닌 ‘장애우, 비장애우가 함께 일하는 일터’를 지향하고 있다. ‘넷코’는 비인가시설(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기 위해)이기 때문에 중앙 정부의 지원은 받지 못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받는다고 한다. 비인가시설은 어디에서도 인정받기 어려운 우리 나라의 실정과는 좀 색다른 부분이다.
우리가 방문한 지역은 오사카의 시가현이다. 인구 약 28만명의 조그만 소도시였지만 장애우에 대한 보조는 일본 중에서도 아주 높은 편에 속한다고 한다. 여기서 방문한 공동작업소가 모두 4곳인데, 첫 번째가 바로 24년 전 설립해 인쇄업을 하는 ‘넷코공동작업소’(인쇄업이란 것이 다양한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같이 참여할 수 있는 업종이기 때문), 두 번째가 ‘쿠라시노 다까라시마’라는 녹색가게(재활용품), 세 번째가 ‘감바따홈포’라는 과자공장겸 상점, 네 번째가 ‘마쯔가도 프로젝트’라는 곳으로 공동련 사무국 역할과 지역 장애우 문제의 상담, 홍보, 교육, 정보제공, 경제자립을 위한 판매사업 및 홍보, 출판사업 등 다양한 일을 하는 곳으로 지역내 장애우 문제의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마쯔가도 프로젝트를 제외한 3곳 모두 시에서 보조금을 받긴 하지만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있었으며 단순한 경제자립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에 대한 고민까지 아우르는 그런 곳이었다. ‘넷코’의 경우 일본 사회의 경제구조가 자유시장 체제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생산성 높이기와 최저임금 보장을 통해 똑같은 사회.경제적 지위 보장을 요구하는 일터로서(장애우 9명, 비장애우 5명) 복지관련부처가 아닌 ‘노동성’에서의 지원을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성에서는 넷코의 경우를 ‘사업소형 작업소’라는 모델로 설정해 지원을 검토중에 있단다.
그리고 녹색가게는 환경을 생각해 재활용품을 취급하며, 과자공장은 땅과 사람을 생각해 무공해 원료에 직접 구워만들기 방법을 취하고 있다. 대량생산이 아니어서 소득은 그 만큼 적지마 모두 다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마쯔가도 프로젝트’는 일상생활에서의 어려움을 보다 쉽고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지역거접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 장애문제 알리기,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 출판, 정책과 관련된 사안에 대한 세미나 개최, 비장애우의 인식개선을 위한 강연활동 등 자립생활지원센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일본에는 장애우종합복지관이 없다) 일본 장애우운동이 실제적인 생활운동과 활발히 결합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그러나 우리를 안내한 공동련 관계자들은 견학지가 모두 이 같은 특징을 가진 곳이라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강조한 말이 있다. “이렇게 운영하는 곳은 극히 소수다. 전반적인 일본의 장애우 정책을 살펴보면 우리의 길은 아직도 멀고 험하다. 그러나 우리는 끝까지 해 나갈 것이다.” 아직도 이 말이 귀에 맴돌고 있다.
글. 사진/ 여준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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