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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중증장애아일수록 함께 자라야 한다”, 교육분과

[특별기획] 제5회한일장애우국제교류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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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본을 방문한 기간은 일본에서도 여름 방학기간이어서 학교에서의 정규수업 장면은 보지 못하고 대신 일본에서 통합교육이 가장 선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도요나카시 내에 있는 ‘가정아동회’ 3곳을 둘러보았다. ‘가정아동회’란 일본 문부성(우리 나라의 교육부)에서 맞벌이 부부들을 위해 초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의 아이들을 방과 후부터 저녁 5까지 돌보는 프로그램이다.
  우리가 맨처음 찾아간 곳은 기타미도라가오까학교(북쪽녹색학교) ‘비둘기반’이었다. 기타미도라가오까 학교에는 장애아동이 총 9명이 있는데 이들은 일반학급 학생이 아니라 양호학급 (우리 나라의 특수학급) 학생이다. 일본 문부성의 교육방침이 분리교육이기 때문에 장애가 있는 학생이 일반학교 일반학급에서 수업을 받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장애아와 그 부모가 통합교육을 원할 경우 도요나카시에서는 일반학급에서 수업을 받되 학적은 양호학급에 두는 ‘전면교류’가 유행이라고 한다. 장애아동이 학적까지 일반학급으로 옳길 경우 문부성에서 장애아를 위한 교사를 추가로 배치해 주지 않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부모가 그 아이의 시중을 들어야 한다. 그래서 많은 학부모들이 전면교류를 선호한다고 한다.
  다음으로 우리가 찾아간 곳은 하라다 학교내에 있는 ‘사이좋은반’과 그마노다학교의 ‘오랑캐꽃반’이다. 오랑캐꽃반에는 장애아가 4명이 있다. 청각장애아, 정신지체아, 지체장애 아동이었는데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렸다. 그 중 청각장애아와 단짝인 아이는 수화를 배워 수화로도 대화가 가능하다고 한 직원이 설명했다.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함께 생활하고 함께 놀면서 아이들은 점차 장애를 특별하게 여기지 않게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도요나카시에는 이런 가정아동회가 총 41개 있는데 그 중 35개 학교에서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견학이 끝나고 그마노다학교 가정실에서 가정아동회 직원과 일본 양호학교 교사, ‘장애아 진로를 생각하는 모임’의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한국 참가자가 “우리 나라 교육부와 특수교육진흥법은 통학교육을 지향하고 있는데 왜 일본의 문부성은 분리교육을 기본방침으로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이에 일본 참가자는 “일본 문부성은 장애아동의 특성에 맞는 전문교육을 시켜서 아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개발하는 것이 사회통합을 위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해 적어도 법적인 면에서는 한국이 일본보다 더 앞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정신지체인을 자녀로 둔 이케다 씨가 “기능이 나아진다고 해도 얼마나 좋아지겠는가, 또 좋아졌다고 해도 그게 특수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사회적응을 못하는 사람은 영영 사회에 나갈 수 없다는 말인가? 아이가 뱃속에 생기는 순간부터 그 아이는 이미 사회에 나온 것이고 학교도 하나의 사회다. 거기에서 함께 생활하고 함께 배워야 한다”고 말해 일본 학부모의 통합교육에 대한 믿음이 한국 부모들의 그것 못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양국 참가자 모두 통합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에 별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중증장애아의 통합교육에 대해서는 약간의 시각차이를 보였다. 한국 발표자인 김주영 국립특수교육원 연구사가 “한국에서는 경증장애아는 일반학급에 통합시키고 지적장애를 가진 중증장애아만을 특수학교에서 교육을 시키려고 한다”고 말하자 이케다 씨가 “무엇이 중증이고 무엇이 경증인가? 중증 장애아일수록 더 오래 교육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건 따로 분리해서가 아니라 함께 생활하며 배워야 한다”고 말해 논쟁이 붙었다.
  이 때 청각장애우 이영미 씨가 “용기가 없어서 청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일반학교에 다니면서 선생님과 친구들로 대학에 진학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에 합격해도 면접에서 떨어진 한 장애우가 자살한 사실을 알고 학교를 당장 그만 두었다. 그러나 일반교육을 받은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해 장애아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 사회가 받아주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참가자 모두에게 확인시켜주었다.

 

글. 사진/ 노윤미 기자

작성자노윤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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