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를 거부한다"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우리는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를 거부한다"

[특별기획] 제5회 한일장애우교류대회

본문

 제 5회 한일 장애우 국제교류대회가 지난 7월 22일부터 26일 까지 4박 5일에 거쳐 일본 오사카 시에서 열렸다.
  1995년 한국의 장애우 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와 일본의 장애우 차별과 싸우는 공동체 전국연합(이하 공동련)이 서울에서 만나 양국의 복지현황을 비교하고 공동 성명서를 자성해 다음 대회가 개최될 때까지 공동으로 장애우 차별과 맞서자는 취지로 시작된 대회가 벌써 올해로 5회 째를 맞이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 참가자 1백여명이 참가한 이번 오사카 대회는 양국의 경제난으로 예년에 비해 많은 수가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4년에 걸쳐 열렸던 교류대회를 정리하고 21세기부터는 교류의 범위를 아시아 전역으로 넓히기 위한 첫 걸음을 내 딛었다는 점에서 그 동안의 대회보다 더 의미 있는 대회였다.
  이번 대회는 행사방식도 예전과는 달리 행사 전에 미리 각자가 관심 있어 하는 분과를 정하고 해사 첫째 날과 둘째 날은 분과 별로 견학과 교류를 한 후 셋째 날부터 전체교류를 했는데 관심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들 수 있어서 예년에 비해 깊이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장애와 민족차별은 뿌리가 같은 것이다."


  22일 오후 3시, 일본 간사이공항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각 분과별로 버스를 나눠 타고 24일 오전까지 각자 교류를 한 후 24일 12시에 오사카에 있는 관광명소 해유관에 모여 태평양의 생태를 관람하고 오후 3시 전체 대회장인 아미타 장애우 스포츠센터에 짐을 풀었다.
  숙소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바로 이어진 아시아 지역 복지 교류회 대표인 김나까다와 씨의 "아시아 향후 복지에 관하여"라는 기념강연회에 참가했다. 김나까다와 씨는 일본 후생성 말레이시아 주재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다민족국가인 말레이시아의 인구 구성은 말레이시아인이 50%,중국계 30%, 인도계 10%, 유라시아 및 원주민이 10%이고 종교는 물론 언어도 다양하다. 그러나 이런 다민족 문화가 일률적인 기준에 의해 통합됐다기 보다 각자의 특성이 복합적으로 잘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말레이시아에서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는 것을 보았고 그래서 무엇이든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이어 김나까다와 씨는 앞으로 우리가 교류하게 될 말레이시아의 장애우 복지정책에 대한 소개와 함께 "우리가 아시아 지역과 복지 교류를 하고자 함은 강대국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자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복지를 위해 함께 연대하자는 것"이라며 한일양국의 교류를 21세기부터는 아시아로 확대하고자 하는 뜻을 설명했다.
  기념 강연이 끝난 후 곧 환영회가 이어졌다. 환영회에서 공동련 대표 카도와키 켄지 씨는 "일본은 근래에 없는 경제불황에 처해있다. 우리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국가가 이러한 사태에 직면했을 때마다 늘 장애우를 포함한 복지정책의 감축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동련은 최근 1년 동안 장애우 시책에 장애우 당사자의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와 시책 만들기에 당사자를 참여시키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시스템을 학습하고 실제로 장애우가 국회로 진출하고 향후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각종 시책을 만들기 위한 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다"며 지난 1년 동안 공동련이 한 활동을 설명했다.
  대회실행위원장을 맡은 마츠바 사쿠찌 씨는 "오사카는 일본에서 재일 한국인과조선인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한국 사람들에게 늘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다. 과거의 역사에서 일본이 한국을 침략했던 잘못이 있기 때문이다. 민족차별과 장애우 차별은 똑같은 소행이다. 사람이 사람을 차별하는 사회를 우리들은 거부한다. 한일교류를 통하여 더욱 "참된 복지ㆍ문화ㆍ사람의 연대와 교류"가 깊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참의원이며 공동련의 고문인 호리 토시카즈 씨도 참석해 "좋은 것을 보러 온 외국 손님에게 일부러 나쁜 것을 보여주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자칫하면 일본의 잘 되어 가는 것만을 보고 갈까 염려가 된다. 나무를 보고 숲을 못 보는 일이 없기를 당부한다"고 말해 대회 참가자들에게 민족을 넘어 차별에 반대하는 대회정신을 각인 시켜 주었다.

 


"직업 재활법이 통과되도록 연대하겠다."


  넷째 날인 25일은 오전부터 각 분과별 총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그 중 노동분과에서는 최근 한국에서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는 직업 재활법에 관한 논쟁이 붙었다. 먼저 일본측 발표자가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30여 년 전부터 고용촉진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정부와 기업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발표하자 한국 측 발표자인 김 정 열 소장이 "한국 역시 같은 처지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최근 장애우 직업 재활법 제정 움직임이 있다"며 직업재활법에 대한 설명을 했다. 이에 일본 참가자들은 "고용업무를 맡은 기관이 노동부에서 복지부로 가는 것은 노동권의 후퇴가 아닌가"하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김정열 소장의 "노동과 복지는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다. 노동은 권리고 복지는 수혜라고 생각하는 것은 소극적인 해석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장애우들은 직업재활서비스를 요구 할 수 있다. 이것은 청구권이자 사회권"이라는 설명에 이어 다른 참가자들의 의견이 오고 간 뒤 토론을 정리할 즈음 공동련에서는 "이 법이 통과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대회가 끝난 후 청와대에 이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청원하겠다."고 연대의 의사를 밝혔다.
  저녁에는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친선의 밤"이 열렸다. 양국 참가자들이 준비한 소박한 공연이 오갔고 술과 노래, 이야기도 오가면서 오전의 열기는 따스한 우정으로 바뀌어 갔다.
  친선의 방이 거의 끝나 가는 대회 마지막 즈음, 참가자들에게 이번 대회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을 한 가지씩 들어보았다. 휠체어를 탄 뇌성마비 장애우 조 재 범 씨는 "편의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진 화장실"이라고 했고 윤 석 인 수녀는 "장애 운동하는 사람들이 매주 금요일마다 모여 노래도하고 연주도 하고 동료의 생일도 축하하는 소박한 모임"이었다고 했다. 또 청음회관 직업 재활부 류 승 남 씨는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표정과 몸짓으로 의사 전달이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것"이라고 했고 지체 장애우 이 종 찬 씨는 "일본 사람의 친절함에 흠뻑 빠졌다"며 "생활이 어려운 일본 참가자가 내년 제주도대회에도 올 수 있도록 참가비를 내주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대구 연구소 구 입 본 소장은 "일본에서 경증 장애우는 더 이상 장애우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며 "우리도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하고 영남 장애우부모회 회장 오 영 숙씨는 "자립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에게서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았다"며 "집에 돌아가서 남편과 아이에게 이 감동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기교육실 교사인 김 경 희 씨는"일본의 장애아 부모들이 씩씩하고 끈질기게 교육권을 확보하려는 모습을 보고 느낀 바가 많다"고 했다. 그리고 충북여성장애인 연합을 준비하고 있는 이 영 미 씨는 "사람들의 마음도 거리도 보도도 교육하는 방법도 모두 턱과 벽이 없어 열려 있었다"고 극찬했다.
  26일 아침, 참가자들은 내년에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 6회 한일교류대회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공항까지 배웅 나온 일본 참가자들과 아쉬운 작별을 나눴다.
  누군가 일본은 가깝지만 먼 나라라고 했다. 그러나 적어도 제 5회 한일 장애우 교류대회에 참가한 참가자들에게 오사카는 "인간적인 배려가 느껴지는 따뜻한 도시"였다. 또한 6회 대회에 참가한 일본 참가자들이 제주도에서 그런 따스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남은 1년 동안 각자의 위치에서 장애우 차별과 맞서 싸울 것을 다짐하며 반가운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글, 사진/ 노 윤 미 기자

작성자노윤미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