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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기고] 장애우 노동시장 통합모델 연구관련 OECD 회의 참가기

부처간 협력체계 통한 종합적 정책 개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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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8∼9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장애우 노동시장 통합모델 연구관련 OECD 전문가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는 장애우가 노동시장에 편입되기 위해서 필요한 각종 장애우복지정책들 간의 연계성에 대해 검토하고 이를 위한 사전준비작업으로써 장애범주, 급여수준 조건 등에 대한 일관성 확보를 위한 사전검토 사항이 무엇인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 회의에 다녀온 복지부 김진우 사무관의 글을 소개한다.

 

  새삼 수습사무관 때의 일이 떠오른다. 보건복지부에 오고 나서 어느 과 에서 수습할 것인가를 정할 때 망설임이 없지 않았지만 주저 없이 "장애인 복지과"를 적어낸 이후 나의 삶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늦은(?) 나이에 공직생활을 시작하면서 이제까지 꿈꾸어왔던 생각들을 삶으로 토해내기엔 채 정돈되지 않은 모습을 발견한 것과 구체적 대안이 없는 추상적 주장들로 나열되었던 사회복지에 대한 관념들을 가닥잡지 못하고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파상적인 현실을 어떻게라도 추스려야 한다는 까닭 모를 의무감이 그러했다.
  OECD 출장기를 적으면서 이런 얘기를 왜 하냐고? 정책발전 수준이 아직도 글 높지 못하고 정책영역간의 관계분석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장애우복지 정책간의 관계를 분석해내는 연구들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이번 회의를 준비하면서 내내 그런 돈키호테식의 의연함을 구체적인 대안 제시 수준으로 승화시키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지금까지 해오던 일이 정책수요자인 장애우의 입장에서 얼마나 도움이 되며 타정책과는 어떻게 연계되는지에 대한 자리 매김을 하지 못한 채 허겁지겁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뼈아픈 자책에 생각이 미치자 마치 자신의 존재기반이 허물어진 것처럼 온 몸에서 기가 빠져나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를 통해 장애우 복지발전을 위한 도약의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는 희망과 기대에 "이제 올 것이 왔다"는 비장감마저 들었다면 내가 너무 과민반응을 한 건가.
  토의내용도 내용이지만 연구들에 대한 우리 나라의 입장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가 또 다른 고민거리였다. 짧은 경력이지만 그래도 그 동안 몇 차례 국제회의에 참석한 경험을 살려 "잘 할 수 있으리라"고 위안하며 약간은 들떠 있는 마음을 가라앉혀 보지만 자꾸만 "97년도에 참석했던 『유엔 장애분과 아태지역단체연합회(UN RICAP subcommittee on disability)』에서의 격렬한 토론이 가져다준 식은땀이 계속 상기되면서 전문가회의가 갖는 비형식적인 면이 내겐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인식과 실행의 시차에 대한 상념
  회의 개최지인 프랑스 파리에 도착 후 하루 동안 주어진 짧은 관광길에 노틀담 성당. 루브르박물관, 상제리제거리 등을 거닐면서 나는 무척 많은 장애우들을 만날 수 있었다. 길거리에서 만났던 뇌성마비인,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에서 만난 청각장애우들의 수화. 카페에서 만난 휠체어장애우.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삶을 이끌어 나가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였다.
  이들이 사회 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 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을 기꺼이 받아주는 열린 사회의 따뜻한 마음 때문이 아닐까. 막연한 동정이 아니라 그들도 나와 같은 한 인격체라는 신념을 가지고서 말이다.
  장애우의 사회통합을 위한 물적 토대라고 할 수 있는 장애 우편의 시설은 사실 선진국이라는 선입견을 떨쳐버리더라도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았다. 나의 피상적인 단견인가? 단차가 낮추어지지 않은 곳도 많았고 계단 때문에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곳도 많았으며 점자블록은 보기가 어려웠다. 문화적·역사적 배경의 상이성을 인정하더라도 우리가 차근차근히 장애우의 사회통합을 위한 물적·정신적 토대를 마련한다면 인식과 실행의 시차는 빠른 시간 내에 극복할 수 있는 것이며 선진국과의 비교에 의한 열등의식을 떨쳐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마저 들었다.
  다음 날 회의장인 OECD본부빌딩 앞에 섰을 때 UN본부가 주는 중압감과는 달리 나즈막하고도 아늑한 느낌을 받았다. 정부대표는 참석 예정이었던 19개국 보다 많은 23개국에서 45명의 대표가 참석하였고 ISSA, ILO 등 각종 국제기구도 진지한 논의에 그 열기를 더 하였다.
  캐나다에서 제안한 이번 회의는 『장애우 노동시장 통합모델 연구사업관련 전문가회의』로서 고용지원, 고용정책, 사회서비스, 교육, 주거 등 장애우가 노동시장에서 편입괴기 위해서 필요한 각종 장애우 복지정책들간의 연계성에 대해 검토하고 이를 위한 사전준비작업으로서의 장애범주, 급여수급조건 등에 대한 일과성 확보를 위한 사전 검토사항이 무엇인가를 논의하는 것이다. 워낙 선진국에서는 개별 정책의 발전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나 정책간의 연계성 부족으로 인해 예산사용의 비합리적인 부문이 발견됨에 따라 정책영역간의 관계성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호주는 아직도 자신들은 개별정책의 발전, 효과성 분석, 평가 등에 오히려 더 관심이 많기 때문에 정책영역간 연계성 및 일관성을 분석하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의문임을 밝힌 것이다.
  한편 필자는 정책영역간 상호관계를 고찰하기 전에 각국 장애우 복지정책의 일반적인 내용이 공유되어야 할 것이며 정책영역 관계분석표가 요구하는 정보량이 너무 많고 관계가 명확하지 않거나 관계가 없는 영역도 있어 단순화작업이 필요하고, 노동시장 참여정도에 따라 연구안에서 제시한 7단계는 지나치게 세부적이어서 노동시장 편입 전단계, 편입단계. 재편입단계 등 3단계로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다른 주요국가들도 이에 대해서 비슷한 의견을 갖고 있었다. 네덜란드는 본 연구작업이 학문적 연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책개발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관계분석표의 단순화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미국과 헝가리가 이에 대해 동의를 했다.
  이튿날 회의는 전날 논의내용대로 캐나다대표와 OECD사무국 직원들이 정책영역간 관계 분석표를 단순화시키는 작업을 이미 해 놓은 준비자료를 기초로 논의가 진행되었다. 즉, 노동참여정도에 따른 7단계는 2단계(In-work, Out-work)로 축소되고 11개 정책영역은 3개(IN-work).5개(out-work)로 단순화되었다. 이를 기초로 캐나다에서는 연구(안)를 보다 세련되게 하여 99sis 5월까지 각국에 보내기로 하고 각국에서는 9월까지 이를 작성, 캐나다에서 취합·정리할 것을 합의하는 것으로 회의를 마쳤다.

 


정책개발 위해 사회 제관계 분석표 단순화 필요 제기
  아직도 부족하지만 계속적이고도 급격한 장애우 복지 발전을 이루어 온 우리 나라도 개별 정책개발 뿐만 아니라 정책수요자인 장애우의 입장에서 필요한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분석해 내고 부처간 협력 체계를 통해 이를 종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정책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 정책간의 중복 또는 연계성이 부족한 부문이 무엇인지를 밝혀내고 정책영역간에 누락되어 있는 서비스제공 대상집단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여 거시적인 입장에서 장애우 복지정책을 종합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게 회의에 참석한 소감이다.
  돌아오는 비행기 차창 밖으로 동이 터 오면서 발 아래로는 마치 할머니의 이마 주름 같은 골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평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아무도 살 수 없는 버려진 땅처럼,
  그 땅위에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다면 얼마나 암담할까 라는 생각이 나의 현 위치를 돌아보게 했다. 때로는 주먹만한 눈송이들이 퍼붓는 캄캄한 시베리아 벌판에서인가가 나올 법한 방향으로 가느다란 한 올 실가닥 같은 신년만 가지고 헤쳐나가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더 많은 순간들에 있어서는 많은 소중한 동지들이나를 에워싸며 함께걸음을 손 내밀어 권유했을 때 더 이상 혼자이지는 않았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가지들로 흩어져 있는 장애우복지정책의 줄기들, 어디서부터 정리하면서 새로운 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하는지 그 실 끝이 보이지 않았지만 이번 연구가, 연구의 내용들을 함께 채워나갈 동지적 만남이 그와 같은 고민들이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 온 개별정책담당자들이 미처 보지 못한 정책들의 공유영역과 선 후 관계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전환기가 될 수 있으므로...
  호주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아직도 개별정책의 개발과 발전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 절대적 부족상태에 놓여있는 것이 우리의 객관적인 현실이지만 이러한 기회를 통해 미래를 바라보면서 현실을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안이 회의가 가지는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으리라. 다시 한 번 더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을 스스로 다짐하며 김포공항을 빠져 나오면서 호흡하는 이 땅의 공기가, 바람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글/ 김진우 (보건복지부 장애인제도과 사무관)


 

 

“흐르는 눈물 잠시나마 닦아 드렸습니다.”
장애우 실직가정 겨울나기 지원사업 보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지난 1월부터 실업극복국민운동의 지원을 받아 "장애우 실직자가정 겨울나기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부산 등 전국의 생활보호대상 장애우들을 대상으로 3개월간 10만원씩 지원하는 이 사업에는 갑작스럽게 사업이 결정돼 홍보등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1천7백23명이 신청했고 이 가운데 중복 신청자 40명을 제외한 1천6백83명이 선정되었다. 1차 지원금은 지난 2월 초 설날 전에 입금돼 생활이 어려운 장애우 가구들이 명절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다.

 

  한국에 외환위기가 덮친 지 1년, 우리 사회는 경제적 기반이 침몰하면서 여러 가지 사회 현상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연이은 기업의 도산으로 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가야 할 가장들은 직장을 잃고 거리를 헤메는 IMF노숙자가 되었고 경제를 이어나갈 수단을 빼앗긴 가족 전체가 길거리를 배회하면서 하루살이를 걱정해야 하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

  전반적인 사회의 안정망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어느 학자의 표현대로 선발은 이미 무너지고 계속 구원투수로 갈 수밖에 없는 급박한 지경에 이르렀다. 점심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서 길게 늘어선 줄과 직장을 떠나면서 한없는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거의 매일 뉴스를 통해서 보게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고도성장과 큰 외형적 성장만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겨온 우리 사회는 끝이 보이지 않는 추락에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었다. 고도성장의 사회에서도 성장의 혜택에서 소외되었던 장애우들은 IMF이후 더욱 힘겨운 생활을 이어나가야 했다. "성장의 그늘"에서 살던 이들은 그 그늘에서 옷까지 벗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우리는 시혜적인 차원이니, 일시적으로 물질적인 혜택은 갈증만 더할 뿐이라는 망설임에도 일단 그 분들의 흐르는 눈물이라도 닦아주려는 마음으로 장애우 실직자 모임터를 시작하게 되었고 모든 실직 장애우들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추운 겨울 조그마한 정성을 보내게 되었다. 월 10만원씩 삼 개월간 지원하는 장애우실직자 겨울나기 지원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일을 시작할 때는 대상자의 선정부터 어려웠다. 신청하러 오시는 분 모두가 어렵지만 더 생활이 어려운 분들에게 드리고자 엄격히 규정을 적용하고 세 차례에 걸쳐서 검증하는 과정도 거쳤다(물론 아쉽게도 서류로 모든 것을 알아 볼 수밖에 없었다.)

  전화는 많이 걸려 오고 대상이 아니라고 돌려 보낼 때도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 30여명의 인원이 약 한 달간에 걸쳐서 밤늦게까지 이 작업에 매달려야 했다. 수혜대상에 적합하지 않다는 말을 듣고 어깨가 축 쳐져서 돌아가는 분이 한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아니, 집이 돈이 됩니까? 조그마한 집 하나 있다고 생활보호대상자도, 자활보호대상도 안되고 이것마저 안 되면 올 겨울 우리는..."

  처음 사업이라 미흡한 점 투성이지만 사업을 진행하면서 공정을 기하려고 노력했다. 첫 달, 돈이 입금되고 난 후 몇 통의 격려전화로 우리들은 그간의 피로를 잊을 수 있었다.

  혼자된 장애우가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데 너무 큰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 두 장애우 부부가 실직해서 아이들 먹을 거리가 없었는데 고맙다는 이야기, 아이 입학금이 없었는데 고맙다는 이야기 등.

  보람을 느꼈다. 힘도 많이 들었다. 부디 다음번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정성이 돌아가기를, 아니 우리의 도움과 수혜가 필요없는 복지사회가 되길 바란다.

 

글/ 최홍수 (장애우실직자모임터 간사)

 


작성자김진우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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