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철 회장과 구 여권 정치인 사이에 무엇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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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인협회 장기철 회장에 대한 장애계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면서 장 회장이 10년이 넘게 지장협 회장으로 재임 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애계에서는 그 배경으로 장 회장과 구 여권 국회의원들과의 밀착 관계를 지목하고 있다. 그러면 장기철 회장을 비호해온 정치권 인사는 누구이며, 장 회장은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또 장 회장은 그 대가로 무슨 일을 했는지를 추적해 보았다.
과거 정권에서 자유총연맹.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소위 관변 단체들로 분류됐던 일부 단체들의 친여 성향이 문제가 됐던 시절이 있었다. 이들 단체들은 거대한 조직력을 자랑하고 회원들 역시 사회 활동을 열심히 했지만 회원들의 동의절차 없이 단체장의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한 것에 대해 비난이 일었던 것이다.
장애계에서도 이와 같은 의혹을 사고 있는 단체가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단체가 바로 사단범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장애우단체를 이익단체로 규정하고,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수도 있겠으나 그 과정에 회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었는지 또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식적인 절차를 밟았는지 짚어봐야 할 부분일 것이다.
특히 지장협은 국내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장애우 자조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우의 권익을 대변하는 활동보다는 정치 성향이 짙은 행사위주의 사업을 벌여 왔다는 지적을 장애계로부터 끊임없이 받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장 회장은 그 동안 장애우의 정치세력화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그것이 과연 장애계 전체의 공익을 위한 정치세력화인지 한 개인이 정치인이 되기 위한 꿈을 실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인지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장 회장 국회의원 선거 운동 지원했던 메모 남겨
"<4월 11일> 대전발 광주행 오전 10시 출발. 12시경 광주 도착, 집에서 옷 갈아입고 고○○의원 사무실 방문, 고 의원실 미스 고 등 만나고 돌아옴. 이○○ 의원 사무실 방문, 직능부장 등 만나고 돌아옴. 광주발 전주행. 6시경 전주 도착, 변 부장 등 만나 우선 여관행. 연남동 임○○ 씨와 합류 본격적인 활동. 전주 임○○ 의원 운동 지원 <4월 18일> 임○○의원 계속 활동 중 <4월 19일> 임○○의원 지원 활동 계속 중, 양○○의원, 홍○○간사 박○○ 출석, 조○○ 보좌관 등 면담"
오래 전 일이지만 91년 말 대한성인장애인자립복지회 회원들이 지장협 중앙회를 점거해서 장 회장 퇴진을 요구했던 소위 "앵벌이 사태" 와중에 외부에 유출된 장 회장의 친필 메모에는 위와 같은 내용이 언급돼 있다. 이 메모 외에도 장회장은 당시 민정당 소속 다른 의원들의 선거운둥을 지원했다는 메모들을 남기고 있다.
이 메모들은 장 회장이 항간의 추측대로 구 여권 정치권 인사와 밀착해 지원을 주고 받았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그러면 소위 장 회장 비호 정치인들은 주구일까?
먼저 양 아무개 의원(전 민정당)을 들 수 있다. 1986년 지장협이 종로에 있는 건국빌딩에서 창립할 당시부터 도움을 주기 시작, 1989년 7월 지장협이 사단법인 체로 허가 받기까지 가장 큰 지원을 해준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서 당시 여당인 민정당 사회복지분과위원장이었고 현재는 한나라당 도봉구 지구당 위원장을 맡고 있다.
양 전 의원은 13, 14대 국회위원을 역임한 기간 동안 지장협 고문으로 있으면서 지장협이 전국에 시도협회를 만들고 1988년부터 개최한 장애인예술제를 4회때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이때 종로구가 지역구인 민정당 국회의원이며 정무장관으로 있었던 이 아무개 의원에게 장 회장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 이로써 지장협은 지장협의 가장 큰 행사이며 재정적 젖줄이라는 평가까지 있는 장애인 예술제를 치루면서 당시 가장 힘이 있는 정무 제1장관을 예술제대회장으로 추대해 기업체로부터 협찬금을 모금하기 시작했다.
그 후 지장협은 4회 때까지 예술제대 회장으로 박아무개, 김아무개 등 당시 정무장관을 연이어 추대하고 각 기업에 협찬공문을 보냈다. 국사정권 시절, 정무장관 이름으로 발송된 예술제 후원 공문은 현대, 삼성, 동아, 한진그룹, 한국화약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 하여금 협찬금을 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90년 3월 11일 건물 화재로 88, 89년도 장부를 비롯한 모든 자료가 소실되었으나 예술제로 벌어들인 수입금이 90년의 경우 3억3천여만원, 91년은 3억5천여만원이나 된다.
구 여권 정치인과 장 회장과의 관계가 유지되면서 예술제는 지장협의 1년 농사라고 불릴 만큼 고정적인 주 수입원이 돼갔고, 그 발판을 마련해 준 인물이 바로 양 아무개 전 의원이라는 것이다. 양 전 의원은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도움을 줬다기 보다 지장협을 내가 거의 만들다시피 했다"고 표현 할 정도였다.
그러나 양 전 위원이 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에 낙선하면서 지장협과의 관계는 소원해지고 그 전후로 지장협의 뒤를 봐준 대표적인 구 여권 정치인은 노원구가 지역구인 현 한나라당 국회의원인 백 아무개 위원이다. 백 의원은 93년부터 현재까지 지장협의 후원장을 맡고 있다.
장 회장이 구 여권 국회의원들과 밀착해서 따낸 대표적인 수확물로는 북부장애인복지관 위탁운영이 꼽히고 있다. 98년 2월 장 회장이 북부복지관 이사장으로 선임될 당시 장애계에서는 장 회장이 백 의원과 밀착돼 있어서 위탁자 선정이 가능했다는 설이 파다했다. 이에 대해 백 의원의 보좌관 김 아무개 씨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백 의원은 지장협이 북부복지관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와 내무부의 예산을 따내 주었고 복지관을 위탁 운영할 단체를 선정하는 과정과 당위성 면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지장협이 위탁운영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고 당시 장애계 내에서 돌던 소문이 단순히 추측이 아니고 사실임을 확인해 주고 있다,
또 백 위원은 96년 9월 국회 건설교통 위원장으로 재임하면서 동아그룹으로부터 인천 매립지의 용도를 변경한 사실과 관련해 문제 삼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1억5천만원을 받았는데 이 돈을 전부 지장협에 후원했다고 주장한 사실도 지난 해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바 있다.
장 회장, 국회의원 선거 때 개입
그렇다고 구 여권 정치인들은 장 회장을 위해 아무런 대가도 없이, 그리고 장애우의 권익을 위해 지장협을 순순히 도와줬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 배후로 뭔가가 오고 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백 의원의 경우 지역구인 노원 갑 지역은 대표적인 영세민 밀집지역으로 서울에서 지체장애우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백 위원이 표를 의식해 지장협 위원장을 맡고 장 회장을 지원해 왔다는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백 의원 선거운동을 지원했냐는 질문에 "지장협의 우리 지역 선거 때 도움을 줄만큼 영향력이 있는 단체가 아닐뿐더러 우리 지역 장애우들은 각기 성향이 달라 화합이 안 된다"며 지장협이 백 의원의 선거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무장관 재임 당시 장 회장에게 도움을 주었던 김 아무개 의원의 비서관도 "김 의원이 정무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업무와 관련이 있어 행사 때 후원을 해준 것이지 특별히 도와준 것은 없고 지장협으로부터 선거 때 도움을 받은 바도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장협을 후원한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장 회장이 선거에 개입했느냐는 질문에 한결같이 그런 일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장협이 설립될 당시부터 현재까지 장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현 지장협 서울시협회 박 아무개 씨는 "지장협이 법에 위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장협을 후원한 의원들의 선거 운동에 개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장 회장 문제가 언론에 제기되면서 전과 9범으로 대표되는 장 회장의 과거 전력에 대해서도 시비가 일고 있다.
현재 지장협을 후원하고 있거나 과거에 후원을 했던 의원들은 장 회장의 전과가 9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또 그가 지장협을 창립한 이후 13년 동안 단 한번도 회장직을 물러나지 않았다는 것과 최근 국고 보조금을 전용한 혐의로 3백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는 사실을 과연 알고 있을까?
만일 구 여권 정치인들이 이 모든 내용을 알면서도 지장협을 장애우의 권익을 알면서도 지장협을 장애우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라고 판단하고 후원을 했다면 구 여권 정치인과 그의 보좌진의 도덕성을 의심해 봐야 할 것이고 사실을 모르고 후원을 한 것이라면 향후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목해 볼 일이다.
그러나 취재 결과 지장협을 후원한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장 회장의 전과를 모르고 있었고 다만 백 의원의 보좌관만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전과 사실을 알면서도 지장협을 계속 후원을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보좌관은 "장 회장의 전과 중 두 가지는 개인적인 것이지만 그 나머지는 지장협을 창립한 후 조직을 키우는 과정에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장 회장이 정치인에게도 자신의 전과 내용을 거짓으로 말했음이 드러났다.
공인으로서 특정 정치인의 선거에 개입한 점 해명해야
한편 장기철 회장은 지난 해 "장애인의 회정치대학"을 개강했다. 현 여권의 핵심인사인 장 아무개 국민회의 부총재를 학장으로, 국민회의 부총재 김 아무개 의원, 남 아무개 의원, 한나라당의 이 아무개 총무와 김 아무개 의원 등을 강사진으로 초빙했다. 이를 두고 장애계에서는 장 회장이 정권이 바뀌면서 그 동안 도움을 줬던 구 여권 정치인들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되자 현 여권의 핵심 정치인에게 접근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회정치대학 1기 학생회장이며 서울시 지장협 회장인 박 아무개 씨는 "우리는 86년 창립이래 줄곧 장애우의 정치세력화를 주장해 왔다. 91년부터 지난 해 6월 치러진 지자체 선거 때도 장애우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선거 후에는 장애우 당선자 축하파티도 열었다. 의회정치대학을 지난해에 개강한 것은 장소가 마땅치 않아 물색하던 중 북부 장애인복지관을 위탁 운영하게 되면서 실시한 것"이라며 의회정치대학이 현 여권 정치인에게 접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그는 의회정치대학 강사진 섭외를 중앙회 장 회장이 했다고 밝혔는데, 장 회장이 그 동안 지장협에 도움을 준 백 아무개 의원 등을 포함한 구 여권 정치인을 강사진으로 섭외하지 않고 현 여권 정치인을 학장으로 추대한 것은 눈여겨볼 일이다.
1기와 2기 의회정치대학의 학장을 역임했던 장 아무개 의원의 비서관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장 회장이 먼저 찾아와 장애우의 복리 증진을 위해 이제는 장애우 자신들도 정치적인 각성을 해야 한 다며 의회정치대학의 학장을 맡아 줄 것을 요청했는데 뜻이 괜찮은 것 같아 학장직을 맡은 것으로 알고 있고 다른 강사진도 소개를 시켜줬다. 그러나 장 회장의 전과 사실은 전혀 몰랐고 2월에 학장 임기가 끝나는데 재임할 지에 대해서는 의원님과 상의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동기야 어떻든 장 회장이 장 의원에게 접근한 방법은 구 여권 정치인에게 접근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내년 4월 16대 총선에서 장 회장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출마하는 특정 정치인의 선거를 지원해 주고 또 다시 후원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깊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막강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장애 단체의 중앙회장인 그가 자신이 속해 있는 단체의 조직력을 이용해 특정 정치인과 결탁, 선거 운동을 해주고 만약 그 대가로 후원을 받은 것이라면 이것은 공인으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이다.
장기철 회장은 이런 구 여권 국회의원들과의 결탁 의혹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지금이라도 장애우들에게 해명을 해야 할 것이다.
글/ 노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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