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3] 자막방송, 접근권 차원에서 활성화 해야 한다.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초점 3] 자막방송, 접근권 차원에서 활성화 해야 한다.

국내에서 시작된 자막방송에 시급히 보완돼야 할 몇 가지

본문

  지난 2월부터 TV자막 방송이 시작되면서 청각장애우들이 지식정보에 접근하기 쉬워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관련 법률 개정문제와 정책 문제를 주관할 관련 부처가 없어 자막 방송이 공중에 뜬 상태다. 그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을 살펴본다.

 

 

  현대 사회는 지식정보시대라 한다. 또한 통신과 방송이 융합되는 앞으로의 시대는 더욱 더 지식정보의 기능이 강화되어 지식정보가 우리의 삶의 모두를 지배할 것이다. 지식정보의 수용 여부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지식정보 사회에 지식정보의 매체로서 TV는 아주 중요한 미디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TV는 오늘날 지식정보의 전달체로서만이 아니라 오락이나 개인, 가족 등 소속된 집단간에 유대 관계를 맺어 주는 중요한 매개체로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자막방송의 시작과 105만원짜리 자막TV

  청각장애우들은 현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미디어인 TV에 원천적으로 단절되어 왔다. 오히려 TV라는 미디어의 발달로 인하여 청각장애우들은 개인과 가족 등 소속된 집단 내에서 고립되고, 문화의 지체까지 유발시켜 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영국 등 유럽지역에서는 1970년 대 부터 WST(Word System Teletext) 방식으로 TV의 부가 기능으로서 자막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유럽지역과는 다른 방식으로 방송 전파에 자막 신호를 실어 보내는 형태로 자막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자막방송에는 일반시청자가 제약 없이 TV수상기를 통하여 시청이 가능한 개방자막(Open Ca ption)과 자막 신호를 해독할 수 있는 수신 기능이 부가된 TV를 통해야만 자막 수신이 가능한 폐쇄자막(Closed Caption)이 있는데, 이 글에서 자막방송은 폐쇄자막(Closed Caption)방송을 의미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1988년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사용하는 문자방송 서비스의 하나인 NABTS 방식으로 자막방송을 실시하였으나 기술상의 문제와 수신기 보급의 저조로 실패를 하였다. 그러다 1996년 이후 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자막방송 표준에 대한 연구가 계속 진행되어 현재는 미국처럼 방송 전파인 Line-21에 자막 신호를 실어 보내는 방식을 사용하여 자막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이 방식의 자막방송은 일반 TV 수상기로는 시청이 불가능하고 자막 신호를 해독할 수 있는 수신기가 있어야 자막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지난 1월 MBC에서 자막방송을 시험 송출하며 방영 프로그램에 "자막방송 시험 중" 이라는 문구를 띄운 적이 있었는데, TV를 본 시청자들이 자막방송을 실시한다면서 왜 TV에 자막이 안 뜨냐고 MBC에 항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이러한 오해는 자막방송에 대한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일들이었다.
  자막방송의 실시는 일반인과 동등한 위치에서 청각장애우의 존재를 인정하고 정보와 문화를 공유하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구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OECD에 가입했고, 한때는 1인당 국민소득 1만불 시대를 맞았던 우리 나라의 경제력으로 볼 때 청각장애우나 방송 소외계층에 대한 자막방송의 실시는 늦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국가나 방송사, 방송 관련 업체들이 청각장애우의 방송에 접근하지 못하는 문제를 "접근권"차원에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청각장애우를 자선의 대상으로만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7일은 이런 입장에서 보면 청각장애우들에게는 큰 의미를 갖는 날이었다. 그 동안 청각장애우들의 끊임없는 요구로 올 2월부터 지상파 방송사 일부 방송프로그램에 자막방송 실시를 성사시켰고, 청각장애우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국무조정실에서 처음으로 자막방송과 관련하여 관계 정부 부처, 방송사, 농아인협회 실무자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2월 자막방송을 실시하면서 TV를 생산하는 대기업에서 1백5만원짜리 자막TV를 생산하여 생활고에 쪼들리는 청각장애우들의 가슴에 못질을 하였다. 설상가상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부착용 수신기가 생산이 되지 않아 대부분의 청각장애우들은 자막방송을 시청 할 수 없어 자막방송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그리고 관련 법률 개정 문제라든가 정책 문제를 주관할 주무부처가 없어 자막방송이 공중에 뜬 생태였고, 예산 확보의 불투명으로 인하여 일부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자막 송출을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자막방송에 대한 관리·감독의 기능을 관장할 기관이 없어서 자막방송이 방송사들의 경쟁 대상으로 변질되는 모습까지 보였었다.

 

 

TV에  디코너 내장 의무화해야

  이러한 난제들 때문에 최근에는 자막방송이 오래갈 수 있겠느냐 하는 회의론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 문제에 개입함으로써 자막방송에 대한 예산확보와 이해 관계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를 정부가 조율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은 남아있다.
  자막방송 서비스가 잘되어 있는 나라 가운데 대표적인 나라인 미국에서는 1972년에 자막방송을 처음으로 실시하였다.
  그 후 교육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으며 꾸준히 발전해 오다가 1990년에는 "TV 디코더 법"의 제정을 통하여 13인치 이상의 모든 TV 수상기에 디코더 기능의 내장을 의무화했다. 

  그리고 1990년 미국 ADA를 통하여 청각장애우들의 접근권을 강화했으며, 1996년 초를 기점으로 미국 4대 네트워크 방송프로그램의 70% 이상이 자막방송을 실시하고 있으며, 황금 시간대에는 거의 대부분 자막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2001년까지 모든 방송프로그램에 자막방송 실시를 목표를 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자막방송은 지금 걸음마단계다. 하지만 국무조정실에서 있었던 자막방송 회의를 계기로 하여 미국같이 자막방송이 활성화된 나라들을 목표로 앞으로 방송 서비스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문제들은 정부나 방송사들이 선결 과제로 삼아 해결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첫째, 자막방송 주무기관을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수신기의 보급과 관련 예산의 확보가 절실히 필요하다.
셋째, 미국의 NDI와 같이 정책과 연구 기능 등 자막방송의 전반적인 사항을 담당할 비영리 기구를 빨리 구성해야 한다.
넷째, 자막 입력과 자막 입력에 필요한 인력의 교육·양성 등을 주 사업으로 하는 전문 자막입력기관이 세워져야 한다.
다섯째, 자막방송 운영 예산 확보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
여섯째, 미국처럼 일정한 크기 이상의 TV에 디코더 내장을 의무화할 수 있도록 법률로써 규제하여야 한다.
일곱째, 개정되는 방송법에 청각장애우의 방송접근권 조항 삽입과  지난 1월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에 자막방송과 청각장애우들의 정보접근에 대한 내용을 별도로 묶어 종합법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등의 자막방송 관련 법률의 제·개정이 이루어져야한다.
여덟째, 자막방송이 청각장애우만을 위한 서비스가 아닌 보편적인 서비스라는 인식을 일반 국민들에게 홍보할 전략도 세워야 한다.

 

 

막혔던 귀가 뚫린 것 같다는 청각장애우들

  마지막으로 지금 실시되는 자막방송이 청각장애우들도 지식정보 사회의 일원으로서 동참할 수 있는 환경 변화의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 MBC에서 국내 처음으로 자막방송을 시험 송출하던 지난 1월 한국농아인협회에서 자막방송을 시청한 청각장애우들이 보여준 감동이 섞인 수화들을 간추려 적으며 마칠까 한다.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서 왜 배우들이 웃고 우는지 잘 몰랐었는데, 이제는 나도 TV를 보면서 웃고 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V를 볼 수 없어서 이방인처럼 살았는데 나도 이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TV는 나와 관계없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자막을 통해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을 알 수 있어서 너무 좋고, TV를 통해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어 좋습니다." "막혔던 귀가 뚫리는 듯한 기분입니다. 정말 시원하고 TV를 보는 재미를 더하게 합니다."

 

글/ 김철환 (한국농아인협회 기획과장)

 

작성자김철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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