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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인의 꿈과 혁명의 대상, 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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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는 많은 뇌상마비장애우에게 꿈의 대상이다.
한 글자를 치는데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일단 문장으로 완성돼 하얀 종이에 출력될 때면 말로 손으로 자신의 의사를 원할하게 표현할 수 없는 처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언어장애우를 대신해 직접 말을 해줄 뿐만 아니라 팔과 다리의 근육의 경직이 심해 일반적인 컴퓨터기기를 다룰 수 없는 사람들을 돕는 다양한 보조장비들이 국내에도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이 뇌성마비인 개인에게 가져다 주는 혁명같은 변화를 들여다본다.

언어장애우를 대신해서 말하는 컴퓨터

  중증 여성뇌성마비장애우의 삶을 그린 "기적의 가비"라는 영화가 있다. 거기에서 주인공 가비는 심한 언어장애로 말을 할 수 없었지만 알파벳이 쓰여진 판을 휠체어에 항상 붙이고 다니면서 그나마 자유로운 한쪽 팔로 알파벳을 재빨리 가리키면 늘 그녀와 동행하는 유모가 대신 그 낱말들을 문장으로 조합해 읽어나가는 방법으로 수업에 참여, 대학교육까지 마치고 작가로 성공해 나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제 그러한 유모는 필요없다. 그 역할을 컴퓨터가 충분히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경복지재단 부설 연구소(소장 김광선, 이하 연구소)가 박지효 군(태릉고 2년)에게 만들어주려고 했던 컴퓨터시스템도 바로 그것이다. IQ147에 성적이 반에서 항상 상위를 기록하고 있는 지효 군이지만 자신의 몸을 스스로 움직여 이동할 수 없다는 것 보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거나 하는 절박한 상황에도 자신의 의사를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그래서 연구소팀은 기본적인 문자배열표를 작성하고 긍정과 부정, 인사말이나 학교생활 등 지효 군이 생활하는 여러 영역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도 함께 수록해 문자나 단어들을 훑어 나가면서 원하는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지효 군 나이또래의 남자학생의 목소리를 입력해 듣기에 거북함이 없도록 하는데도 신경을 썼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자신의 음성이 아닌 첨단 음성합성장치를 활용해 세계 각국을 돌며 강연을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기술을 근간으로 한 것이다.
  연구소는 이와 함께 뇌성마비와 정신지체의 중복장애를 갖고 있는 아동들을 위해 기초적인 언어대체프로그램인 "말동무"를 개발해 선보이기도 했다. 이것은 앞서 지효 군을 위한 프로그램과 같이 화장실 가기나 긍정과 부정의 기본적인 의사표현 외에도 학습교재로서의 측면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각각의 동물이나 새 그림을 화면상에서 지시하면 고유한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어 기본 자연학습도 할 수 있다. 연구소는 특히 키보드를 원할하게 다룰 수 없는 그 아동들의 특성상 다음 작업 전환을 위한 명령어나 원하는 단어를 선택할 때 큼지막한 스위치의 어느 일부분을 누르거나 일반적인 키보드의 어떤 자판을 눌러도 컴퓨터가 다음 작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화장실" 단어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명사 항목의 하위범주에서 장소를 선택하고 명사장소 단어리스트에서 화장실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그 명사들을 훑어내려 갈 때 스위치를 이용한다면 1초 내지 4초 사이에서 몸의 상태에 따라 한 번의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시간간격을 미리 설정해 둘 수도 있다.

 

컴퓨터 앞에 안정되게 앉도록 하는 것이 먼저

  연구소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각 학교에 무료로 배포해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이것이 얼마만큼 교육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계속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현재 삼육학교를 비록한 서울 인근의 지체장애특수학교 10여명의 교사들은 매달 연구소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 이미 연구소가 각 학교별로 한 명 정도씩을 선정하여 각 학생의 장애상태등에 맞는 완벽한 컴퓨터보조시스템을 구비하도록 지원했지 때문에 각 사례별 활용상황과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김광선 소장은 "지체장애학생을 위한 컴퓨터와 주변 보조기구 보급사업은 계속해 나갈 방침이지만 우선적으로 이러한 사례별 성과가 많은 부모님이나 교육정책관련자에게 보다 널리 알려져 현재 전무하다시피한 교육지원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또 "교사 중에 전문가가 있어 장애학생들의 각각의 장애유형에 맞는 컴퓨터 보조기기를 선택하도록 전문적으로 조언하고 지원해주는 전문가가 절시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에도 가끔 자녀에게 적합한 컴퓨터관련기기가 무엇이 있는지 상담이 들어오고 있지만 해당 학교의 교사사 그러한 조언을 수시로 해줄 수 있는 교육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광선 소장을 비롯한 연구소팀의 고민은 정작 컴퓨터프로그램 개발에만 머물 수 없다는데 있다. "사실 중증 뇌성마비장애아동에게 있어 이러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개발 보다 컴퓨터 앞에 안정된 자세로 앉아서 동일한 위치에 있는 키보드를 비롯한 기기를 다룰 수 있도록 몸을 지지해 줄 수 있는 특수의자나 특수휠체어를 우선 마련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특수휠체어 보급사업에 보다 주력할 방침이다.
  뇌성마비로 인한 척추기형으로 누워 지내야만 했던 사람이 재활기기를 통해 앉는 자세가 가능하면 시야나 사고체계도 넓어질 뿐만 아니라 컴퓨터를 비롯한 학습을 보다 원할하게 할 수 있다. 또 손이나 발근육의 경련이나 경직때문에 오타가 나기 쉽다면 불필요한 미동은 줄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편안하게 몸을 받쳐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특수휠체어나 지지의자는 공방오픈마인드(0343-26-0421)라는 업체가 전문적으로 제작, 공급하고 있다.


뇌성마비인의 절대다수 컴퓨터교육 원해

  각종 재활기기에 대한 필요성은 다른 장애우 보다 뇌성마비인에게 더욱 절실하다. 지능은 정상이지만 손상된 신체기능이 다른 장애우들에 비해 보다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 줄 재활기기에 대한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장애우부모들이 "클로징 더 갭"(Closing the Gap)이라는 대규모 재활기기 관련 전시회와 세미나 등을 개최하기도 한다. 거기에 참여하는 업체의 물품들은 4천여점이 넘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국내에서도 대전의 "인간과 컴퓨터상호작용연구회"와 같은 곳에서 컴퓨터공학을 장애우의 재활에 접근시키기 위한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 그 결과 얼굴근육마저도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장애우의 경우 눈동자의 움직임으로 컴퓨터 명령을 인식하도록 하는 등의 기술개발에 이미 성공하기도 했다.
  국내외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것 중에는 손의 떨림 때문에 인접한 다른 키보드를 건드려 오타가 나는 경우 다른 자판으로의 필요없는 접근을 막을 수 있는 플라스틱 키보호대(키가드)가 있다.
  키보드 자체를 고정시키는 장치도 있다. 또 발가락을 이용하는 경우 조금 큼지막한 자판들이 장치된 키보드가 있고, 발 보다 얼굴근육이 자유롭다면 얼굴 가까이에 변형된 스위치 형태의 기기를 부착하여 얼굴 근육으로 원하는 글자판이 나왔을 때 스위치로 선택하는 방법으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코나 혀를 이용해 컴퓨터를 사용 할 수 있는 장치가 개발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성과물이 개개 장애우들의 손에 쥐어지기 까지는 정말 요원할 뿐이다. 이러한 재활기기를 개발하고 장치하는데 있어 현재로서는 국자적인 지원이 하나도 없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삼육재활센터 한창완 대리는 "현재 뇌성마비장애우들이 가장 원하는 취업분야가 컴퓨터관련 전산직종이지만 컴퓨터 뿐만 아니라 여러 보조기기를 갖추는데 막대한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장애우기관도 엄두를 못 내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으면서 컴퓨터의 매력에 빠져든 뇌성마비장애우들은 전산직종을 가장 희망한다. 92년 뇌성마비복지회가 6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컴퓨터 관련업종은 단연 첫손 꼽히는 희망교육분야였다는 사실은 이를 입증한다. 따라서 일단 컴퓨터를 통해 자신의 폭넓은 잠재력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더욱 체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점은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한혜영 기자

작성자한혜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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