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릴레이] 1999년 한 해를 창찬으로 이어갑시다!
본문
한 방송 프로그램의 "칭찬합시다"라는 코너를 통해 상대방의 장점을 인정하면서 서로를 격려하는 "칭찬"이라는 행위가 갖는, 잔잔하지만 의외로 강력한 힘이 새롭게 사람들 가슴에 담겨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칭찬 릴레이가 기업체내에 확산되기도 하면서 많은 화제가 만발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칭찬합시다"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월등히 많은 칭찬릴레이 주자를 배출한 분야가 바로 다름아닌 사회복지부문입니다. 워낙 사회복지분야가 서로가 가진 물질과 마음을 조금씩 나누고 베푸는 살아있는 현장이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함께걸음은 신년을 맞아 사회복지계 내에서도 올 한 해 서로를 칭찬만 하는 일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칭찬릴레이를 꾸며 보았습니다.
이종민(25 한국농아인협 회직원)
어. 제가 이 칭찬릴레이를 시작해야돼요? 음, 누구를 칭찬한다? 아, 형수요. 제가 청각장애를 갖고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에바다복지회 사태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 에바다해결을 위한 학생들 모임을 통해서 형수를 유심히 봐 왔어요. 구화를 하지만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우와 말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아도 실제 생활 속에서 같이 지내면서는 일일이 배려하기가 쉽지 않은데 형수는 늘 천천히 또박또박 얘기하고 또 어떤 말들은 직접 써주기도 해서 형수랑 얘기를 할 때는 아무 걸림 없이 맘껏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그리고 예전에 형수가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고 그랬는데 그 말도 참 인상적이었요. 사실 같은 장애우의 입장에서 남의 도움을 받기만 하면서 살게 되는데 그래서 나도 남을 도와야지 하면서도 막상 그렇게 한다는게 쉽지만은 않거든요. 그리고 저한테는 에바다사태 같은 청각장애우 관련 문제에 형수같은 지체장애 친구가 너무나도 열심히 활동한다는 사실이 참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그동안 장애계를 보면 지체장애우문제는 지체장애우들끼리만 또 청각장애우문제는 청각장애우들끼리만 목청 높여 외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형수같은 친구가 있어서 참 든든해요. 많이 배우고 있고요
김형수 (25 연대 국문과)
음, 저는 박지주 누나를 칭찬하고 싶어요. 휠체어 장애우고 숭실대 2학년이에요. 지금 제가 연세대에서 게르니카라는 장애학생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누나도 그런 동아리를 숭실대에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찾아 왔더라구요. 그래서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 그 다음부터 이런저런 장애우운동에 대해서 밤새 토론하기도 하면서 많이 친해졌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운데도 늘 씩씩하게 생활하더라구요. 그리고 물론 자기고집은 있지만 성격이 시원시원해서 남의 의견도 화통하게 받아들일 줄 알고요.
장애 때문에 검정고시를 보고 늦은 나이에 대학에 들어 왔지만 나이만 내세우지 않고 나이 어린 선배들하고도 관계를 잘 풀어 가더라구요. 여성장애우문제에도 아주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요.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이예요.
박지주(29 숭실대 사회사업학과)
어, 형수가 왜 저를 칭찬했죠? 답례로 뭘 줘야하나. 아, 다른 사람 칭찬해주면 된다고요? 음, 저는 저희 같은 과 친구 우재를 칭찬하고 싶어요. 우재를 처음 봤을 때 말이 없이 조용히 앉아있길래 처음에는 눈에 띄지는 않았는데, 저는 다른 친구들 보다 나이도 많고 과에서 유일한 장애우라서 그 친구 눈에 쉽게 띄었나봐요. 아무튼 입학 직후부터 제가 차에서 내릴 때쯤에는 어느 새 달려와서 휠체어 내리는 걸 도와주는 거예요. 수업시간이 돼서 강의실 건물 앞에 가면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다거나 하는데 저랑 미리 약속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렇게 전혀 생색도 내지 않고 그냥 말없이 알아서 도와줘요. 특히 영어회화 수업 강의실이 5층인데 자기 혼자 힘으로 어쨌든 힘들거 아녜요. 그래서 과 친구들하고 제가 계단 올라가는 걸 도와주자고 이를테면 조를 짜는 것처럼 그날 그날 미리 정하는지 자기네들끼리 "오늘은 내가 담당이야"하는 얘기들을 저 몰래 주고받는 걸 듣기도 했어요. 그걸 누가 주도했는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뻔하죠. 한 번은 또 제가 휠체어바퀴가 고장이 나서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척 난감해하고 있을 때에도 열심히 도와줬어요. 그리고 사실 과 친구들 중에는 졸업 후까지 전공인 사회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친구들도 많은데 우재는 어머니가 노인복지를 공부하셔서 그런지 사회복지에 대해서도 정말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어서 저보고도 기초공부부터 같이 하자고 해요. 우제 같은 친구가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 지 몰라요.
한우재(20 숭실대 사회사업학과)
제가 전화를 받고 과연 누굴 칭찬할 것인가를 한참 고민해 봤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저희 어머니밖에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이 없어요. 어머니는 올해 마흔 일곱 되셨는데 저랑 같이 대학교 2학년이세요. 방송통신대요. 거기는 사회복지학과 없어서 제일 비슷한 교육학을 선택하셨어요.
사실 어머니 나이 정도 되셨으면 이제 안정과 여유를 찾으실만한데 어려운 공부를 다시 시작하신 점이 우선 존경스러워요. 근데 오랜만에 공부를 손에 잡으셔서 아무래도 영어 같은 과목은 좀 힘들어 하시긴해요.
사회복지에 대해서도 원래 저보다 엄마가 먼저 관심이 많으셨어요. 몇 년 전에 이대 평생교육원에서 2년간 노인전문지도자과정을 수료하시고요. 호스피스로 자원활동도 하고 계세요.
제가 사회사업으로 전공을 정할 때 오히려 친척분들은 남자애니까 그것보다 다른 전망 좋은 과가 좋지 않겠냐고 하셨지만 부모님은 사람이 돈만 많이 벌어서 뭐 하느냐고 너하고 싶은 공부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어머니랑 전공인 사회복지에 대해서도 얘기 많이 나누는데 이런 저런 말씀 많이 해주세요.
김만석 (47)
아들아이한테 잠깐 설명을 듣긴 했는데 좀 얼떨떨하네요. 사회복지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냐구요?
전 원래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좋았어요. 그래서 전 교회에 가서도 아이들 보다 어른들 옆에 앉은 것이 더 좋았어요. 그래서 언젠가 부터는 양로원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처음엔 구청에서 하는 이런 저런 자원활동자 교육에 참여하다가 이대 평생교육원에 다니게 됐고, 또 노인분들을 대하다보면 임종도 어쩔 수 없이 지켜봐야 하고 그때 심정을 더 깊게 이해 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아 강남 성모병원에서 2개월 과정으로 실시하는 호스피스교육을 받았어요. 지금은 한 2년 정도 그 병원에서 호스피스로 자원활동을 하고 있죠. 공부도 좀 체계적으로 하고 싶어서 비교적 제가 진학하기 쉬운 방송대에 들어갔고요.
그런데 사실 양로원을 차린다는 것이 단순히 마음만 있어도 안되고 재력이 많이 뒷받침돼야 된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에 이제 양로원을 직접 운영을 하겠다는 생각은 접었어요. 그냥 내가 10년쯤 후에 어려운 노인 몇 분 돌봐드리고 싶다 하는 생각은 아직 있죠. 그분들이 그냥 편안하고 즐겁게 저랑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회가 되면 노인분들을 제가 좀 즐겁게 해드리고 싶어서 장구를 중급 과정까지 배웠고, 북유럽의 노인복지관련 공부를 하다보니까 수영이나 댄스 같은 유익한 오락거리를 즐긴다고 하길래 그 두 가지도 배웠어요.
호스피스봉사는 일주일에 하루 두세 시간하고 있는데, 한 번 빠지면 이 주일만에 가게 되는 거니까 반드시 약속을 지키려고 해요. 그래서 큰아이 대학입학 시험날에도 전 봉사하러 갔었어요.
봉사를 좀 하다 보니까 그렇더군요. 봉사한다는 것이 사실은 사랑을 오히려 받는 것이고 내 삶을 좀 더 여유롭게 만든다는 걸 알겠어요.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한테 굳이 봉사 다니는 걸 알리고 싶지 않아서 아주 가까운 사람 아니면 말 안해왔어요. 그래서 함께걸음에 나가는 것도 좀 그러네요.
나보고 또 누구를 칭찬하라고요? 에유, 주변에 훌륭한 일 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괜히 그 분들한테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아요. 저 안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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