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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2] 지뢰 피해자는 국민 아닌가요?

발목지뢰로 오른쪽 무릎 아래를 절단 당한 이덕준 씨

본문

 

[초점2]

 

“지뢰피해자는 국민아닌가요?”


발목지뢰로 오른쪽 무릎 아래를 절단 당한 이덕준 씨

 

 

▲이덕준씨

 

경기도 파주군 금파리. 겉보기에는 농사짓고 가축을 사육하는 보통 농촌마을이지만 이 마을에는 6.25 한국전쟁 당시 파묻혀 있던 지뢰로 장애를 갖게 된 사람들이 6명이나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단 한 명도 국가로부터 피해보상을 받지 못했다. 그들 중 이덕준(69) 씨는 발목지뢰로 오른쪽 무릎 아래를 절단해야 한다.
  이북이 고향인 그는 전쟁통에 가족과 헤어지고, 경기도 파주군으로 피난 와서 미군부대에서 군속생활을 하며 살았다. 농사지을 땅도 없고, 가진 것이라고는 몸밖에 없었던 이 씨는 79년 미군부대가 철수하자 근처 산에 올라 마초를 캐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이 씨가 마초를 베러 다니던 산은 3년 전부터 민간인 출입통제가 해제된 곳이어서 무성한 나물을 캐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았었다.
  어느 비가 많이 오는 날, 생활이 어려웠던 이 씨는 그 날도 마초를 베러 산에 올랐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마초를 묶기 위해 다리를 모으는데 그 때 펑하는 광음이 들렸고 곧 정신을 잃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정신을 차려보니 그의 오른쪽 발목이 잘려 있었다. 왼쪽 발도 지뢰 파편이 박혀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아 생명을 건졌지만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이 씨는 수술 후에도 통증이 심해 거의 1년 간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그가 1년 동안 벌이를 못하게 되자 아내와 아이들의 말못할 고생을 해야 했던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 무렵 옆집 사는 김아무개 씨도 마초를 캐다 지뢰를 밟아 발목을 잃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마을 사람들이 연이어 사고를 당해 한때 이 마을은 일명 지뢰마을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지뢰 피해자가 계속 늘어나자 주민들은 국가에서 책임지고 보상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계속 회피했고, 결국 마을 사람들은 포기하고 말았다. 정부가 마을 사람들에게 해준 조치는 마을 일대에 지뢰지역이라는 표시를 하고 그물망을 설치한 것이 고작이었다.
  그때 마침 국제적십자위원회에서 1980년부터 빈민국가 중 지뢰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의수족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씨도 이때 의족을 받을 수 있었다.
  "의족 덕분에 절룩거리면서라도 지금까지 돼지사육이라도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살이 빠지니까 전에 맞춘 의족이 잘 맞지 않아 자꾸 흘러내려요. 그래서 여름에도 양말을 다섯 켤레씩 신고 일을 하죠. 다리에서 땀이 나서 절단 부위가 곪고 피가 흐르기도 합니다. 그 고통이란 아무도 모르죠."
  이 씨처럼 군 당국의 책임이 명백한데도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은 과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강원도 양구읍으로 낚시를 하러 갔다가 지뢰사고를 당한 한재영 씨 역시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대수술을 두 차례나 받았음에도 군 관계자로부터 한 통의 위로전화도 받은 일이 없다. 결국 작년 11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그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도 한 씨는 정부의 답변을 기다려볼 참이다.

 

글/ 함께걸음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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