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과 피임, 스스로 결정하는 또 다른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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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아는 20살의 정신지체여성은 3번의 중절수술 경험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피임을 하지도 않고 성에 대한 이해도 없다. 지금도 임신의 위험 속에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고 있고,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22살의 나이에 중학교 특수학급 1학년에 입학한 어느 정신지체남학생을 보고 학교관계자들은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담임교사에게 누차 당부했다. 그 부모는 대를 잇기 위해 신부감을 중신해 달라는 부탁을 입학초기부터 하셨다. 유전적 가능성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신지체성인의 결혼과 성에 대한 책임은 부모, 전문가, 사회복지가, 행정당국인 보건복지부 등으로 떠밀리고 있다. 그동안 우리의 자녀들은 원치 않은 임신과 불임수술로 죽어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정신지체성인들의 결혼에 대한 욕구는 통계상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대규모 시설이 아니라 공동체생활이나 그룹홈의 증가와 더불어 예측할 수 있다. 다만 오랜 동안 시설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사회에서 수용되는 이성에 대한 표현 방법을 알지 못하고, 성에 관한 잘못된 정보로 인한 두려움, 성적인 욕구의 억압들로 인해 밖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 알면 알수록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하며, 결혼해 자녀도 키우고 싶어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을 위한 성교육프로그램에 피임, 불임들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자녀를 출산하는 권리까지도 포함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정신지체수용시설 뿐만 아니라 정신지체를 둔 가족들에게도 회피해서는 안될 의무인 것이다.
만약 정신지체자녀가 아이를 양육하는 능력에 대해 걱정이 된다면 우선 효과적으로 피임하는 방법을 알려줌으로써 그녀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물론 출산, 피임 등은 남성과 함께 공유해야하는 문제이므로 모든 교육프로그램에 남성들도 포함이 되어야 한다. 때때로 부모들이나 보육사들은 정신지체성인들이 성에 대해 완전히 알기보다는 성에 대해 두려움이 있는 상태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성관계가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거나 잘못 이해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피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자녀를 24시간 동안 감시를 한다는 것도 불가능하고 임신도 될 수 있는 성폭행 등의 위협으로부터 자녀를 완벽하게 보호한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단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아는 모든 정보를 제공해 그녀가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출발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피임, 다양하게 할 수 있다
정신지체커플이 선택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피임방법은 그들이 결혼이나 동거같은 형태로 살고는 있고 아직은 자녀를 갖기에는 어리고 걱정이 되지만 언젠가는 그들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성폭력이나 강간 등으로 딸을 보호하고 싶은 부모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우선 콘돔(condom)을 이용한 방법은 성관계시 삽입을 하기 전 남성의 성기에 씌우는 고무주머니이다. 이것은 성관계 동안 벗겨지지만 않도록 잘 씌우기만 한다면 효과적인 피임방법이다. 그리고 AIDS 등 성과 관련된 질병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다. 따라서 정신지체남성에게 콘돔을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은 다른 피임방법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피임에 관해 지도할 경우에는 발기한 성기모양의 플라스틱 기구를 사용해서 씌우고 벗기는 것을 실제로 해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콘돔을 사는 과정에 대한 실제적인 학습도 필요하다. 거주하고 있는 동네약국 중에서도 정신지체인에 대해 이해를 하고 친절한 곳을 미리 선정해 둔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콘돔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통해 알려줄 수 있다. 콘돔에 대한 완전한 이해 속에서만 정신지체인들은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콘돔을 만든 재료 등을 고무풍선 등과 비교하는 실험을 해보면 좋다. 그래서 터지게 될 때와 터지지 않을 때, 안과 속을 구별하는 법 등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콘돔과 고무풍선에 물을 넣어 피임이 되는 원리를 알려준다.
유의점으로는 콘돔을 사용할 때에는 성관계 도중에 하는 것보다는 성관계 시작 전에 사용하도록 한다. 또 일정한 장소에 보관하도록 한다. 현장학습용 플라스틱성기와 실제는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고, 성관계 후 콘돔을 깨끗이 처리하는 법도 알려준다.(예 : 묶어서 휴지로 싸서 버린다)
피임을 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매일, 같은 시간에 약을 먹는 것이다. 그렇게 피임약을 먹는 것은 정신지체여성의 지적능력에 따라 매우 다양하지만 단순히 지적능력에 의존하는 것 같지는 않다. 다양한 요인 중에 정신지체여성이 아이를 갖기를 결정하게 되면 피임약을 먹는 것에 지장이 생기게 된다.
피임약의 이점은 임신검사를 자주 할 필요가 없고, 피임기구와 관련된 직접적인 불쾌감이나 고통이 없다는 점이다. 매일 약을 먹는다면 믿을 만하고, 다른 피임도구와 달리 성행위시 분리되어 있다. 약을 먹는 것에 익숙해진 여성이면 더 쉬울 것이다. 생리양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
반대로 단점은 정신지체여성이 자녀를 갖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갱년기 전까지 피임약을 먹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무엇보다 규칙적으로 약을 먹고 약을 사는 방법에 대해 배워야 한다.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임신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때때로 다른 약물복용은 피임약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한편 자궁 내 피임장치(IUD)는 자궁 안에 피임장치를 하는 것인데, 대체적으로 수술시간은 짧다. 자궁 내 장치는 모양과 크기가 다양한데, 모양과 크기에 따라 루프, 코일, 코퍼로 불리운다. 자궁 내 장치를 삽입한다는 것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고통스럽고 우울해질 수도 있다. 자궁 내 피임장치를 삽입한 후에 이물질이 있는 듯한 느낌은 몇 주일이 지속될 수도 있다.
생리양이 많아질 수도 있고 때때로 생리주기 동안에 출혈이 있을 수도 있으나 최소한 3개월 정도 지나면 이러한 증상은 사라진다. 자궁 내 장치를 한 경우에는 생리기간 동안에 제 위치에 있는지 확인을 수시로 해보아야 한다.
자궁 내 피임장치의 장점으로는 약을 먹을 필요가 없고, 지적능력이나 남성파트너와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또 성행위와도 무관하다. 그러나 때때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반면 단점으로는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거나 검사가 되어야 하고, 자궁 내 검사 등에 두려움이 있는 정신지체여성인 경우 삽입시에 예민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기구 삽입과정이 고통스럽고 삽입 후 약간의 출혈이 있을 수도 있고, 다른 세균에 감염될 수도 있다. 임신이 될 위험성도 있다.
우선 스스로 결정하게 하자
정신지체여성이 피임, 중절 등에 관한 결정을 할 때 적절한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피임기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는가, 얼마나 피임에 대해 이해를 하는지 아니면 이해를 하기를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부터 그녀를 스스로 보호하기를 원하는지를 직접 당사자에게 물어 보아야 할 것이다. 병원, 의사, 간호사, 주사 등에 관한 특별한 두려움들이 있는지, 산부인과의 진료를 받아본 적이 있는지, 과거에 수술을 받았거나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지, 피임 등에 관한 결정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는지, 그들이 합리적인 태도로 임하는지, 그녀의 미래에 대한 희망은 무엇인지,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지, 결정에 따른 책임, 의무 등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가 하는 점도 고려할 사항들이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성관계를 갖게 된다면 그 자체를 즐거워하는지 또는 자신의 몸을 허락이나 승인 등으로 사용하는 법을 아는지, 또 그렇게 한다면 자신의 몸을 보호할 필요가 있고 자존심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사람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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