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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야기① 우리 부모 노릇 어때요?

축복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결혼, 그리고 불임수술
집안의 중매로 결혼한 송상구 성윤희 부부

본문

수입 70만원으로 저축도 하고 

▲가정

  송상구(45) 성윤희(33)씨는 결혼 8년째인 부부다. 남편은 직장에, 부인은 전업주부로 이제 초등학교 1학년생인 아들 민수군과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간장이나 고추장 등을 만드는 식품회사에 다니고 있는 송씨의 한 달 수입은 70여 만원으로 넉넉하지는 않지만 저축도 하면서 아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워내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이 유일한 바람인 그저 평범하기만 한 부부일 뿐이다.

  이들이 여느 가정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아들 민수군의 숙제를 봐주고 가정통신문이나 준비물을 챙겨서 돌봐주는 일을 엄마 아빠가 아닌 친정어머니인 양윤자씨가 도맡아 한다는 점이다. 이유는 이들 부부가 모두 정신지체인이어서 한글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송씨는 결혼 당시 37살의 노총각으로 윤희씨와 12살 정도로 나이 차이가 많았다. 경미한 언어청각장애와 정신지체장애를 갖고 있긴 하지만 체격 좋고 성격 좋은 데다 장남인 송씨가 결혼을 못하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여동생이 인근 장애복지관등의 관계자들에게 마땅한 배우자를 수소문하다가 마침 엠마우스복지관에서 가사와 직업훈련을 받고 있던 윤희씨를 복지관 직원들로부터 소개받게 됐다. 처음 만남을 갖고 한 달여 데이트를 즐기다가 양가의 부모님도 서로 만나보고 다른 가족들의 사람됨에도 서로 만족해서 결혼을 서두르게 됐다.

  이들 부부는 결혼 직후 송씨의 여동생네와 함께 살다가 출산 후부터 친정어머니네와 바로 담 하나를 두고 옆집에 살고 있다. 그래서 수시로 딸네를 둘러보는 일은 양씨가 빼놓지 않고 하고 있는 중요한 하루 일과다. 그것은 윤희씨를 결혼시킬 때부터 내심 각오한 일이기 때문에 크게 부담스러운 일은 아니다. 다만 윤희씨의 시댁에서도 이들의 살림살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윤희씨는 결혼 전에 집에서 생활할 때까지는 밥이나 반찬 만드는 일에 전혀 흥미도 보이지 않았고 어머니 양씨도 그런 딸에게 굳이 집안 일을 가르치려고 하니는 않았었다. 그런데 지역복지관에서 직업훈련을 받고 또 그룹홈에서 2년 동안 생활하면서 착실히 밥짓고 반찬 만드는 기본적인 가사훈련을 받은 데다 시집을 가더니 나날이 요리 솜씨가 늘어 친정아버지는 엄마보다 음식 만드는 솜씨가 낫다고 칭찬하곤 한다. 윤희씨는 약간의 언어장애가 있지만 결혼 후 어휘력이나 표현력도 놀라보게 늘어났다는 점도 어머니 양씨를 기쁘게 하는 점이다. 

"빨리 한글 배워야죠" 

  결혼과 거의 동시에 윤희씨가 임신을 하게 됐을 때 양가 가족들 모두는 반가운 마음뿐이었다. 송씨가 장남인데다 나이가 많아 빨리 들어선 아이소식은 그저 경사였고 출산을 손꼽아 기다려졌을 뿐이다. 기대대로 건강한 아들 민수가 태어났고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 미술대회에 나가 상을 받을 정도로 미술에 재능을 보이는 한편 친구들에게 인기도 좋아 마을부녀회장인 외할머니 양씨의 마르지 않는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둘째 아이에 대해서는 더럭 걱정이 앞섰다. 아이들 많이 낳을수록 엄마 아빠와 같은 정신지체아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 양가의 어른들의 합의 하에 불임수술을 받았다.

  민수군이 어느 날 "우리 엄마 아빠는 왜 말을 잘 못해?"라고 물어와 양씨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일이 있다. 그때 양씨는 "엄마 아빠가 미국에서 온 지 얼마 안돼서 한국말을 아직 잘 못한단다"라고 설명해주어야 했다. 민수의 초등학교 입학식에는 윤희씨도 함께 갔지만 앞으로 매년 학년초에 있을 학부모모임은 양씨 자신이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지 사위인 송씨에게 불만은 전혀 없지만 결혼 전 양씨도 더 나은 조건의 신랑을 원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녀의 행복을 위한다고 부모의 생각만 앞세우다가 결국 자녀에게 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만든 경우를 주위에서 직접 봤기 때문에 그 욕심을 접은 것은 백 번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지체아들을 둔 어머니 중에 한 분이 장애를 갖지 않은 아가씨를 며느리로 들이겠다고 해서 일반 상고까지 나온 아가씨와 어떻게 혼인을 시키긴 했는데 한 1년만에 남편에 대한 불만으로 그 며느리가 도망을 갔고 그 충격으로 그 아들은 정신질환증세까지 보인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그저 처지가 비슷한 사람과 결혼시키는 게 제일"이라는 것이 같은 정신지체인 부모들에게 양씨가 해주고픈 조언이다.

  학교에 보낼 때는 결국 포기하고 말았지만 윤희씨를 조만간 학원에 보내 한글을 다 깨치도록 하는 것이 올해 양씨의 숙제다. 얼마나 시일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다 배우고 나면 여전히 서툴긴 해도 딸 윤희씨와 엄마노릇은 그럭저럭 완성되어갈 것도 같다. 그리고 얼마 안 있으면 민수는 때로는 엄마 아빠를 보살피는 집안의 든든한 기둥이 되리라 믿는다.

작성자한혜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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