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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교육, 장애학생은 괜찮지 않습니다

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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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고민 끝에 큰 맘을 먹고 도전하게 된 대학원 진학, 다시 공부를 한다는 기대감과 일과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는 걱정이 공존하는 가운데 개강이 하루하루 다가왔다. 그러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개강이 연기된다고 공지하더니, 4월 이전까지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한단다. 그 공지를 접한 순간 가장 먼저 든 생각.

‘그럼 나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기에 매주 일찍 일어나서 학교로 가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은 전혀 없고, 과연 수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만 한가득 밀려올 뿐이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지난 주말에 조교와 학생들이 시간을 정해서 테스트를 해보았다. 카카오톡 내에 있는 그룹콜 기능, 그리고 스카이프를 통한 방법이었다.

솔직히 너무 답답한 시간이었다. 그룹콜은 초대된 사람들이 ‘말’로만 대화를 하니까 듣지 못하는 사람은 전혀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다. 스카이프는 해당 채팅방에 있는 사람들이 말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문자중계가 되는 것 같다. 그런데 돋보기 기능을 통해 컴퓨터 화면의 작은 글씨를 보는 내 입장에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빠르게 말하니까 제대로 대화내용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불가능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조교가 스카이프의 화면 공유 기능을 이용하여 내가 볼 수 있는 크기만큼 큰 글씨로 한글파일에 타이핑을 치는 내용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내가 컴퓨터에서 보기 편한 큰 글씨를 다른 사람 컴퓨터에 해당 크기만큼 크게 해서 내 화면에 공유하면 글씨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상대방의 컴퓨터 화면이 내 컴퓨터 화면에 꽉 채워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 온전한 내 화면이 아닌 ‘남의’ 화면이기에 화면이 계속 흔들린다. 어떻게 해서든지 화면 공유된 글자를 읽기 위해서는 컴퓨터 모니터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야 한다.

코로나19가 아무리 변수라고는 하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장애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장애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은 교육부와 정부의 당연한 의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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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9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한국농아인협회, 한국농아인대학생연합회, 한국농교육연대, 농교육·농학교 바로 세우기 추진위원회,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 원심회, 공유&공익 플랫폼 에이블엄 주최로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교육에 따른 청각장애학생의 학습권 보장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9일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열린 ‘청각장애학생의 온라인 수업 학습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 취재를 다녀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이 꼭 청각장애학생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확신했다. 장애학생이 가진 장애 특성의 ‘속도’를 감안해본다면,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수업은 많은 장애학생들에게 어려움을 가져다 줄 것이다.

예를 들어 수업이 2시 시작일 경우, 비장애학생은 수업시간에 맞춰 컴퓨터를 켜서 수업을 준비하면 된다. 하지만 장애학생은 장애의 특성과 정도에 따라 본인이 선호하는 수업듣는 방법, 통역을 받는 방법에 맞춰 준비하는 시간도 필요해진다. 컴퓨터를 한소네(점자정보단말기)를 연결하거나 문자통역을 받기 위해 노트북이나 속기 키보드 등의 원격장치 연결, 휠체어에서 조금이라도 컴퓨터 화면을 보기 편하도록 책상과 의자의 높낮이 조절 등. 어쩌다 하나라도 제대로 연결되지 않으면 ‘지각’이다.

특히 시청각장애인은 시각과 청각이라는 두 장애를 한꺼번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수가 없다.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문자와 수어를 제대로 ‘보지’ 못하기에 시청각장애인은 ‘직접 만나서’, 즉 오프라인을 통해서 해야 수업이든 대화든 뭐든 조금이라도 원활해질 것이다.

<함께걸음>은 지난 2월호 기획기사로 ‘시각장애교사들의 웹접근성 차별’을 다룬 바 있다. 시각장애교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K-에듀파인’을 추진한 교육부가 얼마나 장애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했는지는 이미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 진행이 언제까지 계속 이뤄질지 미지수인만큼, 또 앞으로 이런 상황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만큼 교육부와 정부에서 장애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그들의 목소리에 꾸준히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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