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보장’이 담아내야할 핵심 가치는 ‘주체’로서의 ‘선택권’이다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권리보장’이 담아내야할 핵심 가치는 ‘주체’로서의 ‘선택권’이다

장애인권리보장법?

본문

 
장애계는 새로운 법률 제정을 통해 「장애인복지법」을 대체하여, 장애인이 존엄성과 자기결정권을 바탕으로 장애의 특성과 욕구에 적합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받고 완전한 사회참여와 자립생활을 누릴 수 있는 근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제18대 대선부터 논의되어 오던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핵심 대표공약이자 100대 국정과제로 채택했지만, 현 정부 말기에서야 기본법적 성격의 제정 방향을 발표(2021.8.2.)하고 정부안을 발의(2021.10.14.)한 상황으로 새로운 논의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우리는 정부의 각종 정책의 시범사업을 경험하면서 제한된 프레임에 갇혀 법, 제도 설계의 취지와 본질을 놓치는 우를 범해온 경험이 있다. 현재 시점은 법 제정에 대해 의미부여가 가능한지와 제정 이후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오히려 법 제정 자체의 이슈보다 법 제정 필요성과 핵심가치에 더 주목해야 할 때이다. 
 
왜, 「장애인권리보장법」인가?
장애인복지 패러다임의 변화 요구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1981년 제정된 「심신장애자복지법」에서 출발하여 지난 40년간 60여 차례의 개정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장애등급제 폐지를 비롯해 탈시설과 통합돌봄 논의와 함께 ‘권리에 기반한 새로운 장애인 지원체계 정립’이라는 시대의 흐름과 필연적 요구를 담아내는 데 있어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즉, 의료적 기준의 개인 능력의 한계에 따라 ‘시혜’와 ‘동정’의 패러다임으로 구축된 「장애인복지법」의 획일적이고 공급자 중심적인 복지제도는 이를 해결하기 힘든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비준 국가로서 협약 이행을 위한 종합적 계획 수립과 법적 토대 마련 등의 실질적 조치가 미약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개인 외 사회・환경적 요인이 반영된 장애 정의의 재정립, 서비스 지원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의 권리보장,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완전한 지역사회 참여와 평등실현, 장애인의 최소한 소득보장 실현, 개인의 욕구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 등 장애인의 권리를 신속하고 강력하게 옹호할 수 있는 선진적 법안 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뤄둔 숙제마냥 4년 만에 응답한 정부.
장애계 바람 담아낼 수 있을까

장애등급제 폐지 운동을 통해 「장애인복지법」의 전면적 개정, 즉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후 2012년 및 2017년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장애인정책 공약으로 「장애인 권리보장법」 제정을 약속한 바 있으며, 현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기에 이르렀다.
2021년 8월 2일, 정부는 제23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 심의・의결을 통해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장애인권리 보장법」 제정과 탈시설 로드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장애인 권리 주체성을 명확히 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성 강화, 장애인 관련 개별 법률과 유기적 체계를 아우르는 기본법 성격을 지니되, 현행 「장애인복지법」을 복지 서비스지원 총괄법 형태로 개정하는 것으로 지난 10월 14일 각각의 정부안이 발의(김민석 의원 대표발의)되었다.
정부는 「장애인권리보장법」을 통해 장애를 개인적, 환경적 요인과의 상호작용 개념으로 정의하고,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근간한 장애인의 권리를 조항별로 묶어낸 것으로 법 제정 방향을 밝히고 있다. 이는 장애의 정의와 권리는 외면한 채 서비스 수혜 대상으로서 장애인을 정의한 「장애인복지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이다.
 
 
그러나 정부의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에 담긴 장애인의 모습은 여전히 수급자격과 양,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서비스지원종합조사의 대상에 머물고 있다. 또한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발굴의 대상이자 사례관리를 ‘실시할 수’ 있는 대상으로 정의되어 있다. 그 기준과 절차도 모호한 사례관리가 필요하다고 결정된 사람에 한해서만 개인별지원계획이 수립되어질 수 있는, 서비스의 수혜 대상자인 것이다. 한마디로 기존 「장애인복지법」의 답습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통합 돌봄 사업과 장애인 탈시설 정책, 장애인주치의 시범사업 등의 추진과 관련,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장애인의 욕구를 담아낼 그릇이 마련되는가’. 즉 ‘지역사회 내 장애인의 삶이 또다시 분절된 서비스와 자격심사, 선택권 배제로 인해 힘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실효성을 담보한 서비스 연계 청사진 을 담아낼 수 있을까’를 살필 수 있는 내용을 여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예산 마련 방법의 실효성과 범위에 대한 논의는 물론, 구체적 소득보장 방안 도입, 법 제・개정에 따른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역할과 기능 논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개인별지원계획수립과 서비스 선택권 보장, 그를 위한 새로운 전달체계 도입 등 현재 존재하지 않는 개념과 서비스에 대한 논의 역시 필요하다. 현재 대상으로 객체화 되어있는 장애인서비스 신청 및 지원(전달)체계의 한계 극복의 시점과 방법, 범위에 대한 끊임없는 담론 형성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은 핵심가치에 주목할 때

그렇다면 장애계가 수년간 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위해 주장해온 권리보장법에 담겨야할 ‘권리보장’의 핵심가치는 무엇일까? 그를 통해 향후 법 제정 과정에서 가져야할 명확한 ‘프레임’을 만들어 보자.
 
하나.   장애인의 ‘권리’와 권리 ‘주체’로서의 존재가 법적으로 보장되는가.
둘.     장애인 개인이 복지서비스의 내용과 수준을 선택할 수 있는가.
셋.     복지서비스의 소비자로서, 평가하고 개선에 반영할 수 있는가.
 
장애인을 사회적 무능력자로 간주하고 복지수혜자로서만 접근하는 프레임을 완전히 바꿀 때만이 장애인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가 된다. 장애인권리협약에 담긴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실현의 제약으로서 규정된 장애를 해소하기 위해 촉진, 보호, 보장, 존중받아야 할 권리의 주체로서 정의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를 통해 내게 필요한 서비스를 안내 받아 그 내용과 수준을 선택하고, 그 효과성에 대한 평가와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나아가 침해받은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명확한 절차를 보장받는 권익 강화가 ‘권리보장’이 담아내야할 핵심 가치이다.
개인의 욕구와 환경을 살펴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계약을 통해 서비스와 제공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 그 목표와 지향점이 지역사회에서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이 되는 사회. 실효성이 떨어지는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차일피일 미뤄지는 선택의정서 비준과 달리 단체소송과 같은 권리구제 절차를 보장하는 사회. 장애계가 바라는 권리보장법안은 제20대 국회에서 폐기된 후 이제 새로운 논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의 국정과제 성과 달성에 함께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고 냉철하게 새로운 법안 제정의 필요성과 핵심가치를 살펴야할 시기인 것이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는 이미 사회구성원의 삶과 국가의 책무에 대해 새로운 아젠다를 만들어내고 있다. 바로 전국민재난지원금과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이다. 국가의 사회구성원 간 불평등과 양극화의 조정기능에 더해, 자원의 집행・배분에 있어 ‘국민’으로서의 ‘권리’ 개념 도입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장애인 개인의 욕구는 언제까지 정해진 복지서비스 자원과 전달체계 안에서 수용돼야만 하는 ‘대상’에 머무를 것인가? 현재 정부의 장애인권리보장법(안)은 ‘권리보장’의 핵심가치를 담고 있는가? 
 
장애계가 원하는 ‘권리보장’의 모습을 그려가기 위한 핵심과제이자, 명제이다.
장애계의 폭넓고 진전된 논의와 의견 수렴은 말할 것도 없다. 
 
* 정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방향과 주요 내용, 장애 계 우려와 쟁점 등 자세한 사항은 한국장총 정책리포트 제410호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언제(When)보다 무 엇(What)이 중요하다!”를 참고하기 바란다. (한국장총 홈페이지 (www.kodaf.or.kr) 발간자료실)
작성자권재현/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홍보국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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