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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출근을 합니다. 그러나…

오늘도 출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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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어쩌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아닐까? 삶에서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결국 필요한 것은 돈이다. 돈은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이 ‘노동’을 통해 ‘보수’를 받는 것이다. 근로를 통해 정당한 보수를 받는 것만큼 보람과 성취를 느낄 수 있는 ‘돈’이 얼마나 의미 있을까? 하지만 비장애인 주류사회에서 장애인은 비장애인만큼 충분히 돈을 벌지 못한다. 그래서 일을 해도 비장애인만큼 충분히 벌지 못하고, 일을 하더라도 노동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함께걸음> 3, 4월호 특집의 주제는 ‘노동권’이다.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의 노동권 현실은 어떠한지, 그리고 장애인이 근무하고 있는 노동권 현장의 사례는 어떤 곳이 있는지, 장애인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개선 방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세 코너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장애인을 채용한다면서 장애는 고려하지 않는다?
척추장애가 있는 A 씨는 2017년 4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장애인 특별채용 절차를 통해 이마트 안동점(아래 이마트)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그런데 이마트에서는 척추장애가 있는 A 씨에게 중량물을 취급하고, 물품 상·하차 작업을 하는 ‘검품 부서’ 업무에 배치했다. 물품 상·하차 작업만 해도 물건을 들고 내리는 작업이라는 것을 감안해 본다면, 척추장애인은 허리를 사용하면서 부상의 위험이 커진다. 즉, ‘장애인’을 채용한다면서 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장애의 유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A 씨는 첫 출근을 한 다음 날부터 허리 등에 통증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일을 시작한 지 26일 만에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되었다. 그렇게 입원-병가-휴직 후 부서 재배치를 위해 나간 자리에서는 ‘자리가 없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A 씨는 그로부터 1년이 넘도록 제대로 된 일을 하지도 못하고 퇴사 처리되었으며, 그 후에는 한동안 재취업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척추에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무거운 물건을 들고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걸 누구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검품 부서에는 장애인을 채용하더라도 척추장애가 있는 A 씨보다 무거운 물건을 들고 나르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는 장애인을 채용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척추장애인을 중량물 취급하고 물품 상·하차 작업하는 물류창고로 가서 일하라고 하는 건 분명히 고용상 차별에 해당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해당 사건을 ‘장애인차별’이라고 하고 업무 재배치 등을 권고했지만, 이마트는 이를 무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마트는 2018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트루컴퍼니’로 선정됐다. ‘트루컴퍼니’는 장애인고용 신뢰기업을 뜻한다. 장애인을 채용했음에도 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근무 배치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장애인 노동자 차별에 대한 권고를 받았음에도, 장애인고용과 관련 신뢰기업으로 선정된 것이다.
이는 ‘장애인을 고용한다’라는 명분만 내세우고 있을 뿐, 실질적인 장애인고용의 내용이나 질보다는 장애인을 몇 명이나 채용했다는 ‘머릿수 채우기’, 즉 수치로만 드러나는 통계에 의지하여 장애인고용의 우수성을 판단하고 있는 현 체계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는 통계를 통해 장애인을 몇 명이나 채용했는지는 알 수 있지만, 채용된 장애인이 장애의 특성에 맞는 업무 배치가 제대로 되었는지, 원활한 근무를 위해 정당한 편의 제공이 되었는지와 같은 수치보다 더 중요하고 세밀하게 다뤄져야 하는 면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A 씨와 이마트 사례를 통해 장애인고용 실태는 겉으로 드러나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장애인을 채용한다는 ‘형식적인 목적’을 달성한다고 해도, 채용한 장애인이 가진 장애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아무 업무에 배치하여 장애인이 더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된다. 드러나지 않은 A 씨와 같은 사례가 얼마나 무분별하게 존재하고 있을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것은 통계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현실
아무리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상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근로자에 해당하여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다만 근로자가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를 채용한 사업체에서 근로자가 가진 장애에 맞는 적절한 업무 배치, 근로자가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 제공을 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했던 A 씨의 사례처럼 장애인을 채용하는 곳조차도, 심지어 트루컴퍼니라고 불리는 곳조차도 이러한 기본적인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접근하는 그 순간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비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장애인 주류사회에서 같은 유형의 일을 하더라도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은 임금을 더 적게 받아야 하고, 비장애인이 장애인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깔려 있다. 현실은 비장애인이 주류인, 비장애인이 우월하게 지배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법체계에서는 장애가 있는 근로자가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데, 「최저임금법」 제7조에 의하면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은 근로계약을 하더라도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 법률조항에서 언급하고 있는 용어 ‘현저히’의 사전적 의미는 ‘뚜렷이 드러나 있는’ 이다. 즉 다시 말해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인해 근로능력이 뚜렷이 낮게 드러나는 장애인은 최저임금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장애인은 얼마나 있고, 얼마나 근로능력이 뚜렷이 드러날 정도로 낮은 걸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곳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들도 장애의 정도와 유형이 다 다르긴 하지만,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자기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등의 장애인이 있다. 이들은 본인이 가진 장애의 유형과 정도에 맞춘 직업훈련을 받으며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고 그에 따른 보수를 받는다. 하지만 장애 정도가 심한, 즉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아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다. 그래서 나타난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최저임금 적용 대상 제외’인 것이다.
아무리 근로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해도, 이렇게 법체계에서 명문으로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도록 하는 게 정말 옳은 걸까? 장애로 인해 근로능력이 떨어진다는 부분에 주목하기보다, 장애인이 가진 장애의 상황을 고려하여 조금이라도 그의 근로 능력을 발휘해 낼 수 있는 직종(일자리)을 개발하는 게 더욱 합리적인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쉽지 않겠지만, 언제까지나 비장애인 주류사회에서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덜 버는, 못 버는 시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에 지난 20대 대선을 앞두고 장애리더스포럼에서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한 장애인정책 공약 중에도 ‘최저임금 적용 제외 폐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새로운 정부에서 얼마나 고려를 하고 반영할지는 미지수지만, 그만큼 이젠 정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하게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장애인들도, 그 어떤 일을 하는 장애인들도 최저임금을 보장받으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비장애인과 비교되는 일이 줄어들어야 할 것이다.
 
오늘도 출근을 합니다. 그러나…
앞서 소개했던 A 씨는 이마트에 채용되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출근을 했을 것이다. 다음날도, 그리고 그 다음날도 출근했을 것이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는 매일 출근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마트는 A 씨가 마음껏 근로 능력을 발휘하면서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고 오히려 A 씨의 건강만 악화되었다. A 씨가 병원에 입원하기까지 출근하면서 느낀 심정은 어땠을까?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 있는 근로자도 직업재활시설로 출근을 한다. 보호작업장인 경우도 있다. 어쩌면 직업재활시설에서 제공하는 숙소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출근길’이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 다음으로 빠를 것이다. 이들은 출근해서 일을 하지만, 대부분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되고 있기 때문에 월급이 정말 적다. ‘오늘도 출근한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장애인의 노동권 현실이 이렇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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