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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와 뇌전증, ‘다름’을 이해하자

정신장애와 사회통합

본문

 
정신장애인과 뇌전증은 어떤 면에서 보면 비슷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으로 장애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인데, 평상시에는 장애인인지도 모르고 있다가 증상이 나타나면서 알려지기도 하고, 소위 ‘커밍아웃’을 함으로써 주변으로부터 본인이 가진 장애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으로 불편함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정신장애와 뇌전증은 분명히 다른 유형의 장애라는 것을 이번 ‘정신장애와 사회통합’ 코너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뇌전증환우모임 ‘따뜻한 시선’ 심재신 대표가 인터뷰로 함께 했다.
 
 
정신장애와 뇌전증의 의미
 
정신장애
1. 심리면 또는 행동면에 나타나는 마음의 기능부전. 정신의학적으로는 그 원인에서 원인과 유전에 기초되는 것으로 생각되는 내인성 정신장애, 신체적, 기질적 원인에 의거하는 기질성 정신장애, 심인에 기초되는 심인성 정신장애 등으로 구분하지만, 실제로 그 원인은 그다지 뚜렷하지가 않다. 오히려 복수의 생물학적 개체요인과 사회, 심리적 환경요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장애라고 할 수 있다(생명과학대사전, 2014, 강영희)
2. 다음의 장애·질환에 따른 감정조절·행동·사고 기능 및 능력의 장애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정신장애인’이라고 한다.
-지속적인 양극성 정동장애(여러 현실 상황에서 부적절한 정서 반응을 보이는 장애), 조현병, 조현정동장애 및 재발성 우울장애
-지속적인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는 강박장애, 뇌의 신경학적 손상으로 인한 기질성 정신장애, 투렛장애(Tourette's disorder) 및 기면증(보건복지부)
 
뇌전증
뇌의 신경세포가 일시적으로 이상을 일으켜 과도한 흥분 상태를 유발함으로써 나타나는 의식 소실, 발작, 행동 변화 등과 같은 뇌 기능의 일시적 마비 증상이 만성적,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뇌 질환이다.
 
↑​ 뇌전증환우모임 ‘따뜻한 시선’ 심재신 대표 ⊙ 사진 제공. 심재신
 
“제가 의학적·신경과학적 전문가는 아니지만 제 수준에서 이해하기에 뇌전증과 정신장애는 각각의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뇌전증은 뇌 질환이라고 정의내렸듯이 뇌의 일시적인 이상/문제가 진단되었을 때라 할 수 있고, 정신장애는 어떤 약물이나 과 거의 경험이 당사자에게 미친 영향 등이 원인일 때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 어떻게 그 질환이 진단되었느냐에 대해 물어보고 확인하는 것이 뇌전증과 정신장애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신장애와 뇌전증은 장애인복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15가지의 장애유형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사전적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증상도 충분히 다르고 심 대표가 구분하는 것처럼 각각의 원인도 다르다. 하지만 두 가지 장애의 공통점은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 해당 장애에 대해 제대로 이해 내지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일례로 조현병이 있다고 하면 이전에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조현병을 가졌다는 사실부터 떠올리기도 하고, 뇌전증이라고 하면 ‘간질’이나 ‘발작’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 뇌전증으로 인해 정신장애까지 동반하게 된 경우는 많다고 생각합니다. 뇌전증으로 인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발작과 그로 인해 사회·경제적 참여가 어렵다 보니 이로 인한 우울감, 불안감이 대인관계에서 편집증, 투사 등의 증상으로 반복적으로 나타나게 되면 정신질환, 정신장애로 될 수 있습니다. 뇌전증 당사자들은(다른 장애 혹은 비장애당사자 모두) 곁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환경이 어떤지에 따라 충분히 정신질환/정신장애를 갖게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따뜻한 시선은 ‘공병’ 혹은 신경질환에서 정신질환으로 아픔이 발전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차원에서 고립되지 않게 자조모임을 하고, 다른 사회구성원들과 교류하고 있습니다.”
 
즉 정신장애와 뇌전증은 분명히 다른 유형의 장애다. 하지만 심 대표의 말처럼 뇌전증만 가지고 있다가 정신장애를 추가로 가지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특별하다고 보기 어렵다.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잠재적인 장애인인 만큼 비장애인이었다가 장애인이 될 수 있듯이 이미 장애를 가지고 있다가 다른 장애를 추가로 가지는 것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의 우열 비교보다는 그저 ‘다름’으로 이해 필요
 
“예전에 ‘투렛장애’ 당사자들이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이분들과 뇌전증 당사자들이 조금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발작이 일어나는데 그 발작의 빈도나 정도가 다를 뿐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에 대해 당사자도 불편함을 느끼지만 주변 사람들도 불편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사람이 많은 곳에 가기 어려운 그런 심리적인 상태가 비슷하다고 생각되어 많은 공감이 되었습니다.”
 
정신장애의 한 유형에 포함되는 투렛장애가 뇌전증과 비슷하게 여겨진다는 것만 봐도 각각의 장애를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한 건 아닐까? 이젠 장애등급제도 폐지되었고 장애에 대한 개념도 의료적 모델에서 사회적 모델로 그 패러다임이 변화했다. 각각의 장애를 법적·사전적으로 정의한 것은 장애인에 대한 정책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형식적 틀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뜻한 시선에서도 다른 질환이나 장애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본인의 장애가 조금 더 낫다 혹은 더 힘들다와 같은 식으로 대화가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이런 대화와 의식의 흐름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환/장애는 모두가 겪는 것이고 상대적인 것입니다. 비교보다는 함께 이겨내기 위한 공감과 방법을 추구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진 장애가 어떤 뜻을 지니고 있고 어떤 증상이 있는지를 명확히 파악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그 장애에 대해서 분명히 알아두는 것은 중요하다. 뇌전증 당사자가 발작을 일으켰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몰라 팔과 다리를 주무르는 행동을 함으로써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야기하기보다는 어떤 장애이고 그 장애로 인한 증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알아두는 게 훨씬 좋다. 하지만 일부러 다른 장애와의 비교를 통해 어떤 장애가 더 낫고 더 힘든지를 판단하려고 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그래서 정신장애와 뇌전증도 그 정의와 원인, 증상과 대처 방법만 분명히 알아두어도 충분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질환이나 장애의 명확한 구분이 당사자의 삶에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가진 질환/장애에 대해 공부하고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봐주고 대해줬으면 하는지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만 뇌전증이든 정신장애든 질환/장애라는 것을 명확히 구분해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지점에 머무르게 되면 결국 고통을 비교해서 우열에 있다고 느끼거나 오히려 자신이 더 힘들다는 식으로 상대의 존중은커녕 자신을 점점 더 고립시킬 수 있습니다. 각 질환과 장애의 차이에 대해서도 왜 다른지,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 어떻게 존중해줬으면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심 대표가 ‘다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예로 든 것이 MBTI다. 이 검사 결과에 따라 어떤 사람이 잘 맞고 어떤 성격인지 미리 알고 존중해주는 것처럼 질환이나 장애도 차이를 두고 비교해 우위를 따지거나 배제하고 피하는 것이 아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 따뜻한 시선을 나누는 것이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구성원 모두가 언젠가 겪어야 할 고통을 지혜롭게 나누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 우리 사회도 정신장애와 뇌전증을 어렵게 보고 혼란스러워하기보다는 각각의 장애가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증상이 있는지, 그리고 그 증상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장애는 절대 남의 일이 아니다. 언제, 누가, 어디서, 어떻게 정신장애나 뇌전증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모두가 사회의 한 구성원인 만큼 서로의 우열을 가리려고 하기보다는 서로가 가진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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