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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기후위기와 인권, 그 담론장으로의 초대

기후위기와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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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국경을 넘어선 전 지구적 문제다. 지구촌 곳곳에서 폭염과 한파, 감염병 등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이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한 침범은 인권에 대한 위협으로 다가온다. 기후위기로 인한 책임은 모두가 동등하게 짊어지는 반면, 자원을 덜 사용하는 사회적 취약계층일수록 그 피해에 더 노출된 채 살아가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기후위기 대응은 재난 대비 수준을 넘어 기후위기가 초래하는 사회적 불평등을 적극적으로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이에 <함께걸음>은 기후위기라는 큰 담론 안에 장애인의 입장과 목소리를 담아보고자 ‘기후위기와 장애인’을 주제로 기획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인권, 지금까지 제대로 다뤄진 적 없는 그 과제를 논의의 테이블로 이끌어내고자 환경운동가 출신이자 사단법인 ‘이주민과함께’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정지숙 이사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주민과함께’는 이주민 인권 운동 단체다. 초기에는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산업상의 구제 및 노동상담을 돕는 자선 모임에서 출발했다. 결혼이민자, 유학생, 난민 등의 유입으로 국내 이민자 정체성이 다양해지면서 한국 사회의 이주민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키고 제도권 밖의 사각지대를 발굴해내는 시민단체로써의 역할을 해왔다.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단체 인권증진 활동에 선정된 ‘부산 기후인권회의-기후변화와 인권의 지역 의제화 및 활동가 네트워킹 사업(이하 프로젝트)’도 그러한 활동 중 하나이다. 이주민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뒤로하고 기후위기와 인권에 대한 안건을 제시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졌다.
 
△사단법인 ‘이주민과함께’ 정지숙 상임이사
 
정지숙 “소비자에게 싼값에 좋은 물건을 제공하기 위해 기업은 노동을 착취하죠. 어떻게 보면 이런 노동 착취가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생태계 착취와 닮아있다고 생각했어요. 조금 폭을 넓혀서 기후위기의 시대에 ‘우리 활동은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겨났어요. 기후위기와 관련된 담론 속에는 수많은 아젠다가 섞여 있는데, 어떤 것을 이해하고 소화해서 이것을 활동으로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죠. 이러한 고민을 다 같이 논의하고 공부해보자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어요.”
 
지난해 ‘이주민과함께’는 어선원 이주노동자의 인권실태조사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인권을 생각한 밥상·먹거리’에 대한 논의를 나누기 위해 부산지역 생협 단체들과 한자리에 모였다. 각 단체의 주 관심사가 달라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접점을 고민하다가 이 문제가 단순히 이주노동과 먹거리 문제만으로 접근해서는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정 이사의 부연 설명에 따르면, 기후위기는 거대한 전환을 야기하는 불확실성에 대한 문제다. 과학적 예측을 통해 도출해낸 대전환에 대비해 우리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담론 속에서 소수자 인권 운동을 이끄는 단체가 형식적인 접목이 아닌, 실질적으로 힘이 있는 의제를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였다. 그에 대한 고민이 담론의 필요성을 이끌었다.
 
지금까지의 기후위기 운동은 시민 개개인의 실천이 모인 ‘행동 변화’에만 초점을 뒀다. 우리가 인권을 느낄 수 없는 것처럼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도, 환경운동을 통한 변화도 피부로 느끼기 힘들다. 그래서, 시민의 참여도는 미비하기만 했다.
 
그럼에도 개인의 참여는 기후위기 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다. 에너지의 최종 소비자인 시민의 행동이 얼마나 빨리 바뀌느냐에 따라 정부와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 이사는 관념 속에만 존재해 왔던 ‘인권’을 인류가 역사적으로 발전시켜 왔듯,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도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다만, 그것이 과학적 근거나 수치로만은 설득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위기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와 이주민, 닮아 있는 재난불평등
기후위기 속 이주민과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은 그 피해 양상이 매우 닮아 있다. 이주민은 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언어, 정보접근성, 사회적 관계망에 취약성을 보인다. 이러한 취약성은 코로나19와 같이 준비되지 않은 재난에 더욱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주민과 장애인은 코로나19 상황 속 공적 마스크의 배제, 당사자를 고려하지 않고 전달되는 재난 정보, PCR 검사나 확진자 치료, 백신 접종 등 방역 행정 시스템에서의 소외를 당했다.
 
더욱이 이주민은 고질적으로 제기되던 고용·의료 지원 혜택의 불평등 문제를 이중으로 겪었다. 코로나19로 기업이 폐업하여 실업자가 되거나 해고를 당해도 대한민국의 국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재난지원금도 받지 못 했다.
 
의료 안전망의 붕괴도 문제였다. 2019년 정부는 모든 외국인에게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문제는 의료보험료였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비자의 종류가 무엇인지에 따라 이주민의 분포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의료보험료는 소득 편차에 대한 고려 없이 모든 외국인의 의료보험 금액의 평균치로 측정된다. 그 금액은 월 11만 4천 원으로, 한국 국적 가입자의 2~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마저도 이주민은 부양가족 등록을 할 수 없다. 소득 활동을 하지 않은 이주민의 미성년자 자녀가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개별 등록을 해야 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 그 문제는 더 심각하죠. 이들은 체류자격이 없어 보험 가입의 길도 막혀있어요. 사실은 이 사람도 한국에서 노동을 통해 오랜 시간 한국 사회에 이바지해 온 사람이거든요. 이런 사람을 병에 걸렸다고 해서 죽게 내버려 둘 순 없는 문제예요. 재난적 의료비 때문에 삶을 포기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2005년에 외국인 근로자 등 의료비 지원사업이 만들어졌죠. 해당 사업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유일하게 기대고 있던 사업이에요.”
 
문제는 해당 사업의 지정 병원들이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대거 전환되면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제때 치료를 못 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일상에 깔린 차별과 배제는 재난 앞에서 쓰나미처럼 밀려와 문제를 일으킨다. 고용노동부의 2021년 이주노동자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농어업 이주노동자 99%는 사업주가 제공한 숙소에 거주하며, 이 가운데 69%는 집이라고도 부르기 어려운 비닐하우스 내 임시건축물에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열악한 환경에 처한 이주노동자는 기후위기의 직격탄을 맞는다. 2020년 48일간 지속된 역대급 장마에 축구장 2배 크기의 이천시 산양 저수지 둑이 붕괴되면서 10여 가구가 침수되었다. 수해민 173명 중 118명이 이주노동자였다. 지난해 12월에는 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 비닐하우스에 거주하는 캄보디아 여성이 영하 18도의 한파에 건강이 악화돼 급사하는 일도 발생했다. 기후위기는 이러한 재난을 몰고 다닌다.
 
 
 
인권적 문법으로 시작하는 ‘연결과 상상’
‘이주민과함께’ 부산 기후인권회의 프로젝트는 크게 2가지 활동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는 기후위기와 인권에 대한 학습을 기반으로 한 컨퍼런스다. 4회기에 걸친 컨퍼런스 동안 이주민 활동가와 함께 기후위기로 인해 위협받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를 이론적으로 들여다보고, 장애인, 이주민, 여성농민, 도시빈민 등 기후위기와 사회 불평등에 대한 당사자 입장과 기후위기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후 부산에서 해결해야 할 기후위기 관련 현안을 포함하여 각각의 지역 의제를 모아 기후위기와 인권에 대한 새로운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기후인 권선언문을 시민의 입장에서 작성해 보고자 한다.
 
두 번째는 인권단체와 환경단체가 만나 기후위기에 관한 의제를 확장할 수 있도록 네트워킹을 형성하는 것이다. 기후와 인권 문제를 여는 데 있어서 연결 맺기는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각 단체가 모여 새로운 의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적 발판은 부족한 실정이다. 기후위기, 환경, 인권과 관련된 각각의 단체는 많았지만, 영역별로 접점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권과 환경·생태의 권리 사이에는 묘한 긴장 관계가 존재한다. 그러한 긴장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특수한 상황이 생기면 서로 부딪히게 된다. 정 이사는 이번 프로젝트가 서로의 접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새로운 실험이고 상상이죠. 나 혼자만의 상상을 공유하고 연결 지을 수 있는 장을 펼쳐주는 거예요. 마당놀이처럼(웃음). 사람들이 자신만의 생각과 색을 가지고 그 장에서 놀다 보면, 새로운 상상들이 펼쳐지고 창조적인 것이 만들어지면서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일단 시작을 하는 것에 의미가 있겠죠.”
 
‘이주민과함께’의 부산 기후인권회의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인 상황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이주민과함께’가 만들어갈 새로운 담론의 장이 앞으로의 기후위기 대응에 어떠한 유의미한 발자국을 남길 수 있을지 기대를 가져본다.
작성자이은지 기자  lonely_long_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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