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 맞춰 지원해야지, 제도에 장애인이 맞춰야 된다니? > 기획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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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게 맞춰 지원해야지, 제도에 장애인이 맞춰야 된다니?

[기획]정말 장애인의 정당한 편의제공인가?-②

본문

 
저시력 시각장애가 있는 A 씨는 공무원시험에 응시하면서 장애인 편의제공을 신청했다. 확대문제지와 확대답안지, 그리고 시험시간 연장을 신청했다. 
 
그런데 확대문제지는 기존 문제지의 ‘150% 또는 200% 확대 중 하나만을 선택’하도록 제시되어 있을 뿐, 문제지의 글자가 얼만큼 확대되는지, A 씨의 저시력으로 충분히 읽을 수 있는지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A 씨는 일단 가장 큰 비율인 200% 확대문제지를 신청했다. 
 
그런데 시험 당일 확대문제지를 받아든 A 씨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200% 확대문제지는 A 씨의 저시력으로 읽으면서 문제를 풀 수 있을 정도로 글자가 충분히 확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험시간 연장의 편의제공을 받으면서 시험에 응시해도, 글자가 작기 때문에 읽는 데에 많은 시간이 투자되어 시험을 보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A 씨는 1년동안 준비했던 시험에서 ‘폭망’했다. 장애인 수험생으로서 ‘장애인 편의제공’이라는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A 씨가 가진 장애에 맞는 편의제공을 받지 못한 것이다. 
 
A 씨는 시험 후 시험주관부처에 문의했다. 저시력으로 200% 확대된 확대문제지로는 충분히 글자를 볼 수가 없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저시력에 맞는 글자크기와 글자체로 문제지를 확대해서 제공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주관부처에서는 장애인 편의제공은 해당 매뉴얼에 제시되어 있는 사항 중에서만 선택해야 되고, 그 외에는 추가로 신청할 수 없다고 했다. 즉 현재 있는 시스템(제도)에 맞춰서 시험에 응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 씨는 결국 다음 시험부터 장애인 편의제공을 신청할 때 ‘200% 확대문제지’ 외에 ‘보조공학기기 지참 허용’을 추가로 선택했다. 보조공학기기인 휴대용 독서확대기로 200% 확대된 문제지에 다시 확대해서 보며 시험에 응시했다. 
 
A 씨는 “장애인이 시험에 응시할 때 장애로 인한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있는 제도가 편의제공일 텐데, 장애인이 가진 장애유형에 맞춰진 편의가 제공되지 않는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장애유형이 다양하고 같은 유형의 장애라도 그 안에서 또 특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내용으로 지원을 해주는 게 편의제공이지, 이미 갖춰져 있는 내용에 장애인이 맞춰라고 하는 것은 편의제공이 아닌 것 같다”라며 현 시스템의 개선 필요성을 주장했다. 
 
실제 모 대학의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저시력 시각장애학생이 확대도서제작을 신청할 경우, 원하는 글자크기, 글자체 등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그에 맞춰진 확대도서를 제작 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장애인 편의제공’이 이름뿐인 형식적인 제도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고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기존의 편의제공 항목들을 그대로 두지 않고, 다양한 유형의 장애에 맞춰진 편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융통성 있고 탄력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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