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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지원사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지금 우리 제도는-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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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제작. 이은지 기자
 
 
대한민국은 장애인이 살아가기에 얼마나 좋은 나라인가? 장애인에 대한 복지서비스가 정말 잘 되어 있는가? 분명히 장애인에 대한 제도가 있고 게속 발전하고 있다지만, 선뜻 “네”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거의 없을지도 모르는 이 질문에 대해 답하기 위해, <함께걸음>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연재를 시작한다. <지금, 우리 제도는>이라는 연재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분명히 제도는 존재하지만 정작 장애인이 가진 장애에 맞춰진 제도가 아닌, 제도에 장애인이 맞춰져야 하는 현실을 하나씩 파헤쳐 나간다.
 
 
제도에 장애인이 맞춘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이 권리를 장애인이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할까? 일상생활은 물론 근로, 문화예술, 취미 등 모든 영역에 필요한 제도가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일상생활에서는 활동지원, 근로에서는 근로지원인이 있다.
 
하지만 분명히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장애인이 그 제도를 충분히 또는 전혀 제도로부터 적용과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결론부터 드러낸다면,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지만 장애인이 가진 다양한 유형과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장애인은 제도의 적용을 받고 어떤 장애인은 적용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즉 ‘제도가 장애인에게 맞춰지지 않고, 장애인이 제도에 맞추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제도 중에서 가장 많은 논란과 이슈가 되고 있는 게 바로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다. 근로나 취미 등 그 어떤 생활을 하려고 하더라도 결국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필요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제도인데,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몇몇 장애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정리했다.
 
박OO(신장) “처음에 활동지원은 중증장애인만 신청해서 이용할 수 있었고 경증장애인은 그렇지 못했어요. 그런데 장애등급제가 폐지되고 모든 장애인이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기 위한 신청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데 활동지원 신청을 하고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심사를 받았는데, 한 달에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터무니없이 적게 나온 거예요. 아무리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이라고 해도 투석을 받기 위해 이동이나 기타 지원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 시간으로 한 달에 어떻게 서비스를 받으라는 건지, 또 그 시간만큼의 월급을 받으면서 일할 활동지원사가 있기나 할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박 씨에 의하면, 국민연금공단에서 나온 심사를 받을 때의 질문이 지나치게 ‘지체장애’에 맞춰진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혼자 옷 입을 수 있는지’, ‘혼자 화장실 이용할 수 있는지’, ‘혼자 숟가락 사용할 수 있는지’ 등이 그것이다. 박 씨는 대부분 혼자 할 수 있기 때문에 ‘정직하게’ 대답했는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중심으로 심사가 이루어진 결과 박 씨가 한 달에 이용할 수 있는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은 100시간도 되지 않는다.
 
박OO(신장) “물론 혼자 숟가락을 사용하기 어렵고 혼자 화장실에서 신변처리가 어려운 장애인이 있다는 거 알아요. 그래서 활동지원이 필요한 건 분명하지만, 모든 장애인이 다 그런 활동지원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잖아요. 저처럼 병원에 갈 때 이동지원이 필요한 장애인도 있듯이 그 질문의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 장애인도 정말 많을 거예요. 그 질문과 답변에 따라서만 활동지원 필요성을 판단한다면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이 제대로 된 지원을 받을 수가 없어요.”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15가지의 장애유형이 갖는 다양한 특성과 그에 따른 활동지원의 영역을 고려해서 질문과 심사기준을 제시해야 하는데, 현실은 박 씨의 경우처럼 어느 특정 장애유형에 맞춰진 내용으로 구성되어 오히려 장애인이 그 질문에 어떻게든 맞춰야만 많은 시간을 받을 수 있는 ‘이상한 제도’인 것이다.
 
활동지원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김OO(지체) “저는 체위변경을 비롯해 24시간 활동지원을 필요로 하는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입니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되고 모든 장애인이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게 되니까 그동안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하지 못하던 장애인을 생각하면 좋은 점이죠. 하지만 저처럼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은 활동지원사를 구하기가 예전보다 더 어려워지는 문제점이 생긴 것 같아서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것 같아요.”
 
활동지원사의 시급은 서비스를 제공받는 장애인의 유형이나 서비스의 종류에 관계없이 동일하다. 가사활동지원이든, 신체활동지원이든, 사회활동지원이든 어떤 활동지원을 하더라도 시급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모든 장애인이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게 되면서 활동지원사 입장에서는 서비스의 특성이 상대적으로 ‘덜 힘든’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그렇다보니 김 씨처럼 24시간 내내 활동지원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은 활동지원사를 구하기가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김OO(지체) “예를 들어 운전을 통해 장애인의 이동지원을 하는 활동지원사는 운전이 사회활동지원이 되죠. 그런데 저와 같은 경우는 목욕도 지원하고 청소나 빨래 등도 지원해야 하니까 육체적으로 힘이 드는 게 사실이잖아요. 그런데 운전을 하는 사회활동지원과 신체활동지원을 하는 활동지원사의 시급이 동일하다면, 누가 저처럼 심한 장애인의 활동지원을 하려고 할까요? 이런 현행 제도에서는 장애인이 질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기는커녕 서비스를 제공해줄 사람을 구하기조차 어려우니까 너무 불편하고 힘이 들어요.”
 
그래서 활동지원사의 업무 특성에 따라 시급을 달리한다거나,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 혜택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활동지원사도 업무에 대한 정당한 보수를 받으며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장애인도 활동지원사로부터 서비스를 받으며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모든’ 장애인이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면서 정작 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이 서비스를 제공해줄 사람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그 외에도 많은 문제점
 
활동지원사가 되기 위해서는 활동지원사 양성과정과 실습을 이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과 실습은 보건복지부에서 정한 매뉴얼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게 전부이고, 실제로 장애인의 활동지원서비스 욕구가 어떠한지에 대한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양성과정은 장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담고 있을 뿐, 예를 들어 자폐성장애를 가진 장애인을 활동지원할 때 자폐성장애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활동지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활동지원사로서 자격을 갖춘다고 해도, 정작 자폐성장애인의 활동지원을 하게 되었을 때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다.
 
활동지원제도가 정말 장애인의 일상 및 자립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제도라면 누구보다도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이 서비스의 양과 질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활동지원제도가 시행된 지 어느 덧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장애인이 서비스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는 현실이라면, 지금 이 제도가 얼마나 많은 문제와 개선할 내용을 가지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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