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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임대주택은 못사는 사람, 정신질환자는 격리의 대상?

정신장애와 사회통합

본문

 
 
 
 
 
지난 6월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6·1 지방선거 당선자 대회 및 워크숍’ 강연 중 성일종 의원은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임대주택에는 못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임대주택에서) 정신질환자들이 나온다. 그분(정신질환자)들을 격리하는 조치들을 사전적으로 하지 않으면 국가가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성일종 의원의 이와 같은 발언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먼저 ‘임대주택에 못사는 사람들이 많다’라는 발언을 통해 못사는 사람들에 대한 비하·혐오 발언을 했고,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을 사전적으로 격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아래 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는 성일 종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고 성 의원의 발언을 규탄했다. 연구소가 성명서에서 성 의원의 발언이 장애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법적 근거는 다음과 같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차별행위) ① 이 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이라 함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1.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 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 제32조(괴롭힘 등의 금지) ① 장애인은 성별, 연령,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에 상관없이 모든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진다.
② 괴롭힘 등의 피해를 당한 장애인은 상담 및 치료, 법률구조, 그 밖에 적절한 조치를 받을 권리를 가지며, 괴롭힘 등의 피해를 신고하였다는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아서는 아니 된다.
③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학교, 시설, 직장, 지역 사회 등에서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집단 따돌림을 가하거나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사적인 공간, 가정, 시 설, 직장, 지역사회 등에서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유기, 학대, 금전적 착취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⑤ 누구든지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거나 수치심을 자극하는 언어표현, 희롱, 장애 상태를 이용한 추행 및 강간 등을 행하여서는 아니 된다. ⑥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에 대한 괴롭힘 등을 근절하기 위한 인식개선 및 괴롭힘 등 방지 교육을 실시하고 적절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③ 모든 정신질환자는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지 아니한다.
⑤ 정신질환자의 입원 또는 입소가 최소화되도록 지역사회 중심의 치료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고, 강제 입원이 아닌 자신의 의지에 따른 입원 또는 입소가 권장되어야 한다.
 
정치인은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 보장과 복지 증진을 통해 이들을 포용하고 사회적으로 포함하기 위해 정책과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사회적 약자를 잡아 가둠으로써 사회적으로 격리하고 배제하자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위에 언급한 법적 규정들만 봐도, 성일종 의원의 발언이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증오, 배제와 차별을 조장하는 혐오 발언의 범주에 정확히 해당한다.
 
이렇게 정치인의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적이면서 혐오 발언에 대해 그 특정 집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한다.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박종언 센터장과 임광순 활동가, 그리고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의 인터뷰를 준비했다. 먼저 성 일종 의원이 했던 발언에 대해 당사자 또는 관계자로서 들었던 느낌을 들어본다.
 
임광순 “우선 ‘격리’라는 단어가 제일 크게 와닿았는데요. 정신장애인의 권익옹호운동을 하고 있는 저희들에게는 너무나 상식 밖의 얘기였습니다. ‘아직도 저런 지식을 갖고 있구나’.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종언 “전 그 내용을 기사로 처음 접했는데, 기사를 읽고 ‘미친’이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미친’이라는게 정신적으로 올바른 건 아니거든요. 나 또한 정신장애인으로서 그래서는 안 되는데, 화가 나니까 제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이 성일종이라는 국회의원이 정신장애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의 삶을 한 번도 이해해보지 않은 그런 기득권층의 인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정말 기분이 안 좋았어요.”
 
 
▲ 박종언 센터장
 
 
이원호 “성 의원의 발언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혐오 표현이기도 하지만, 최근 강화되고 있는 공공임대 주택에 대한 님비(NIMBY, 공공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롭지 아니한 일을 반대하는 이 기적인 행동)와 혐오이기도 합니다. 집값 수호를 위해 ‘우리 동네 임대주택 반대’를 외치는 아파트 소유주들과 이에 호응하는 지역구 정치인들, ‘월세 소작농 만든다’며 공공임대가 아닌 분양아파트 소유 중심의 정책을 강조하는 건설·부동산 세력들의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심각합니다. 공공임대주택은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전망으로 기능하는 가장 중요한 주거복지 정책이기도 합니다.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왜곡에도 불구하고 임대주택 거주민들의 만족도가 높고, 공공임대주택 청약 공고 때마다 수십 대 일에서 수백 대 일의 높은 경쟁률을 보입니다. 그만큼 더 많은 무주택 시민들이 공공임대주택을 원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삶을 위하는 정치인이라면 공공임대주택을 ‘못사는 사람들이 산다’고 왜곡하고 혐오를 키우기보다는, 더 많은 시민들이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 주거 안정을 누릴 수 있도록 더 많은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성일종 의원은 지난 6월 23일 연구소가 주최한 “정신장애인의 인권 보장과 사회통합을 위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공식 사과했다. 성 의원은 “제가 부족해서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부분을 잘 살피지 못했다”라고 하며 “여러분의 정서에 동화하지 못하고 무심하게 (‘격리’라는 단어를)썼는데 여러분들이 양해해 주시고 앞으로 그런 표현을 자중하겠다”라고 했다.
 
박종언 “그 사람(성일종 의원)이 한 발언을 보면 사과한다는 말은 없어요. 대신 ‘앞으로 주의하겠으며 양해를 바란다’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거든요. 그런데 다른 언론에서는 소극적으로 사과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서 사과했다고 기사화된 거예요. 그러니까 그 사람은 실제로는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임광순 “여당이라서 국민들에게 잘 보이려고 소통하는 것처럼 보여주기식의 ‘쇼’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이나 권익옹호는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생각이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 임광순 활동가
 
 
인터뷰를 하면서 박종언 센터장이 그동안 국회의원들의 정신장애인에 대한 비하 또는 차별 발언 예를 몇 가지 들었다. ‘집단적 조현병’, ‘정신적 병을 앓고 있다’, ‘정신적 병자’ 등이다. 연구소에서도 지난해 4월 20일, 국회의원들의 반복 되는 장애 비하 발언에 대응하여 그동안 장애 비하 발언을 쏟아낸 6명의 국회의원과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을 상대로 장애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박종언 “사실 5년 전까지는 정치인이 이 같은 발언을 해도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당시엔 정신장애인단체 운동도 없었으니까 정치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이나 스포츠 등 모든 부분에서 광범위하게 정신장애가 타인을 모욕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동하고 그게 또 정신장애인들에게는 트라우마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사과를 요구하지 않으니까 이것이 당연한 것으로 지금까지 관행의 연속선상에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이상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면?
정치인들에게서 장애에 대한 비하와 차별·혐오하는 발언은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정치인들의 발언 하나하나에 민감해질 수 있는 뉴미디어 시대에서는 정치인이 사용한 단어 하나에도 왈가왈부할 수 있다. 이러한 사태가 계속된다면 장애에 대한 인식개선은 커녕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가야 할 장애인이 낙인화되거나 비장애인 주류사회가 더욱 굳어지게 될 뿐이다. 이러한 상황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이젠 정말 강력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임광순 “요즘은 초등학생들에게도 인권교육과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하잖아요. 그런 교육을 정치인들에게도 반드시 하되, 정신장애에 대한 교육을 좀 더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종언 “앞으로도 이 같은 혐오발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인식개선을 하는 게 중요하지만, 인식개선이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TV에 정신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공익방송을 내더라도 사람들은 그냥 지나가버리는 의미로 생각하거든요. 영화 ‘범죄도시 2’도 그래요. 영화 초반에 정신병원에서 탈출했다는 설정으로 환자복을 입은 사람이 슈퍼에 가서 주민을 위협하죠. 그 사람을 향한 ‘미친놈’, ‘또라이’라는 발언도 등장하고요. 또 정신병원은 탈출을 위한 공간이 아니거든요. 아프기 때문에 치료를 받는 곳인데, 영화에서 그렇게 표현을 하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정신장애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요?”
 
이원호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구지만, 정작 국회의원들의 사회·경제적 신분은 사회 기득권 세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장애인과 청년, 여성, 이주민, 세입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정치참여를 배제하고 ‘그들만의 리그’로 구성된 국회 구조에서 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발현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회가 더 다양하게 구성되어야 이런 문제도 개선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러한 발언이 혐오 발언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문제제기하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준 세 사람만 해도 정신장애와 빈곤이라는 특정 집단의 인권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이 무색해지지 않고, 그 어떤 사회적 소수자도 배제 가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할 수 있기 위한 방법은 이미 나왔다. 망언을 한 뒤 사과한답시고 고개를 숙이는 행동으로 얼버무리기보다, 더 이상 그런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이번 문제제기가 강력한 메시지로 전달될 수 있길 <함께걸음>도 지켜볼 것이다.
 
 
 
작성자글과 사진.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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