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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실태조사의 의미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시청각장애인-⑥

본문

대한민국에 시각장애인이 몇 명이 있고 청각장애인은 몇 명이 있는지, 그리고 이들이 어떤 사회보장제도를 적용받으며 어떤 거주형태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등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어도, 그동안 시청각장애인에 대해서는 그러한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대한민국에는 시청각장애인이 정확히 몇 명이 있는지, 또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워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었다. 
 
그런 와중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지난 2020년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다. 시청각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상 15가지의 장애유형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는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제외되었던 시청각장애인 입장에서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 실태조사의 대상은 농아인협회 회원과 시각장애와 청각장애가 모두 등록된 시청각장애인 총 4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시청각장애인의 주된 의사소통방법(수어, 촉수어, 점자 등)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 결과에 맞추어 수어통역사와 연계하는 등 방문면접조사 방식으로 조사를 실시했다고 나와 있다. 
 
여기서 실태조사의 대상 선정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현재 시청각장애인을 메인으로 하는 전문기관이 전무한 상황에서 시청각장애와 관련한 사업은 시각장애인복지관이나 농아인협회와 같은 시각 또는 청각장애인 관련기관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각 기관마다 등록되어 관리하는 시청각장애인이 달라질 수 있게 되는데, 이 부분에 대한 데이터 공유나 통일이 원활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농아인협회에 등록된 시청각장애인을 실태조사 주요 대상으로 선정함으로써 실태조사에 참여한 시청각장애인의 균형성에서 아쉬움을 남기게 된다.
 
 
▲ 〈표〉 시각 및 청각장애 중 먼저 발생한 장애(출처. 한국사회복지연구원)
 
 
 
개인별로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농아인협회에 등록된 대부분의 시청각장애인은 농인이었다가 나중에 시각장애를 추가로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농인들의 주된 의사소통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수어에 익숙하고, 시각장애를 가지게 됨으로써 수어를 기반으로 하는 근접수어나 촉수어를 주된 의사소통방법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실태조사에서도 자연스럽게 수어통역사를 필요로 하게 된다. 
 
반면 시각장애인복지관에 등록된 시청각장애인은 시각장애를 먼저 가지고 있다가 청각장애를 추가로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는 수어보다는 점자나 필담 등이 주된 의사소통방법이 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수어를 잘 모르는 시청각장애인도 있게 된다. 그리고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동시에 등록하고 있는 시청각장애인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했는데, 시각과 청각이라는 두 감각기관에 장애를 가지게 됨으로서 겪는 가장 큰 불편한 중 하나는 ‘정보에의 접근’이다. 당연히 정보에 접근이 어려워질 수 있고 이 정보에는 ‘장애인으로 등록’도 포함한다. 즉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장애인으로 등록되지 않은 시청각장애인도 분명히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시청각장애인이라도 시각장애인으로, 또는 청각장애인으로만 등록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또 100세 시대에서 아무리 건강하게 살아간다고 해도 결국 신체적 기능의 노화로 시각이나 청각에 장애를 가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시청각장애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조금만 찾아보면 존재를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이야기인 것이다.
 
그래서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실태조사는 분명 의미가 있지만, 실태조사에 참여한 시청각장애인의 대상 선정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실태조사는 꼭 필요하고 앞으로도 게속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태조사의 대상인 시청각장애인이 어떤 특성이 있고 그 특성에 따라 어떤 방법으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파악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이다.
 
대한민국에 시청각장애인이 정확히 몇 명이 있고, 어떤 지원을 받고 있으며 어떤 의사소통을 사용하고 있는지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시청각장애인 관련 사업을 추진 또는 진행 중인 기관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앞으로 시청각장애인이 자립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시청각장애인 실태조사를 시행하더라도 ‘형식적’인 실태조사로 그치는 게 아닌, 대한민국 전역에 숨어있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시청각장애인 한명 한명을 찾고 발굴하여 이야기를 들으면서 ‘실질적’ 의미가 있는 실태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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