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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제되는 이유에 ‘정신장애’는 사라져야 한다

정신장애인의 인권과 복지

본문

▲ 사진제공. 청계종합사회복지관
 
 
「장애인복지법」 제15조로 인해 그동안 정신장애인이 장애인복지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장애인복지법」 제15조의 폐지와 「정신건강복지법」 전면 개정을 강력히 요구해 왔던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소외되지 않도록 꾸준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모범적인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폐지됨에 따라 정신장애인 대상 사업이나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을 관계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 배명수 청계종합사회복지관 주무관과 주희정 희망나래장애인복지관 팀장의 이야기를 지면에 담는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
정신장애인은 ‘정신장애’로 등록하면 법적으로 ‘장애인’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다른 법과의 중복 수혜를 금지하고 있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의 존재로 인해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한 복지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정신장애인은 ‘다른 법’에 해당하는 「정신건강복지법」으로부터 복지서비스를 받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복지법」의 적용을 받지 못 했던 것이다.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청계종합사회복지관과 희망나래장애인복지관은 이러한 제도적인 문제 속에서도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장 종사자들이 마을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지역사회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어떤 개선이 필요한지 의견을 실제로 반영하고 실천하며 기관명처럼 ‘복지’를 하는 기관인 모범적인 곳이다.
 
배명수 “저희가 정신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따로 없어요. 다만 작년에 의왕시 각 동별로 마을복지계획이라는 걸 수립하게 되었는데 그때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스마트폰과 키오스크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면으로 주문이 어렵다 보니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죠. 그래서 올해 의왕시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서 정신장애인 15분 정도가 오셔서 스마트폰 이용 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고, 이마트에 가서 키오스크로 직접 장을 보고 점심도 먹는 활동을 했었습니다.”
 
그것도 정신장애인 15명을 대상으로 한명의 강사가 교육을 하는 게 아니라, 당사자 당 일대일로 매칭을 하여 교육했다고 한다. 단순히 교육에 그치지 않고 직접 주문을 하는 등 실습을 통해 실제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덕분에 참여한 정신장애인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게 나온다고 한다.
 
주희정 “정보화교육은 저희도 다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정신장애인만 대상으로 한다기보다 ‘장애인복지관’이니까 모든 유형의 장애에 대해 오픈이 되어 있어요. 누구나 이용 가능해요. 한글, 엑셀, 스마트폰 자격증반 등 강좌가 많은데, 장애인이나 그 가족, 정보 소외계층인 분들이 오셔서 무료로 이용하실 수 있어요. 그 수업은 정신장애인들도 오셔서 들을 수 있어요.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일대일로 잘 봐주고 있어요.”
 
결국 두 기관 모두 ‘정신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교육이나 프로그램에서 배제하거나 차별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충분히 이해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일대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정신장애인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하는 게 아니라, 어떤 프로그램이든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열린’ 기관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주희정 “저희는 사실 그 「장애인복지법」 제15조랑 크게 관련이 없다고 봐야 할까요? 영향이 없습니다. 복지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저희 희망나래장애인복지관은 정신장애인이라고 해서 이용에 제한을 두는 일이 없습니다. 15가지의 장애유형에 대해 모두 오픈이 되어 있고, 모든 지역주민에게 개방되어야 한다는 인식개선 과정에 있기 때문에 이 규정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제가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는 19년 동안 정신장애인이라고 해서 이용에 제한을 둔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배명수 주무관(청계종합사회복지관)
 
 
실제로 희망나래장애인복지관에서는 위에서 소개했던 정보화교육사업 외에도 평생교육, 노래, 영어 문화 교실, 직업상담, 직업훈련, 장애인일자리사업, 직업 전 훈련반, 사물놀이 스마트교육 등 다양한 사업과 프로그램에 정신장애인들도 참여하고 있다. 당연히 정신장애인만 참여하는 게 아니라 복지관을 이용하는 모든 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다.
 
주희정 “정신장애가 있으니까 못한다고 한 적이 없고 본인의 욕구와 의지만 확고하면 언제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교육 특화사업에서 바리스타 양성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은 장애유형이 섞여 있으면 진행에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지역주민반, 발달장애인반, 정신장애인반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정신장애인 다섯 분이 이 과정을 수료하시고 자격증을 취득 후 취업해서 활동하고 계시고, 올해도 정신장애인 다섯 분이 참여해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계십니다.”
 
배제되는 이유에 ‘정신장애’는 사라져야 한다
냉정히 보면 「장애인복지법」 제15조는 정신장애인이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존재하는 규정이 아니다. 다른 법률과의 중복 수혜를 금지하기 위한 내용인 건 맞지만, 실제로 정신장애인이 「정신건강복지법」의 적용을 받더라도, 「정신건강복지법」에는 ‘의료’적인 내용이 중점이고 ‘복지’에 관한 내용이 전반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중복 적용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기관마다, 사람마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에 대한 해석을 하는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면서 이러한 오해와 차별의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던 게 아닐까?
 
 
 사진제공. 희망나래장애인복지관
 
 
주희정 “사실 장애유형이 다양하게 섞여 있지만 몸이 불편한 것은 눈으로 보여도 정신장애는 그렇지 않죠. 본인이 말하지 않는 이상 잘 모르거든요. 그래서 굳이 본인의 장애를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본인의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세요.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거나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복지관 담당자와 소통을 해서 풀기도 하고, 오기 싫으면 그냥 오지 않으시죠. 그래서 그동안 정신장애인의 참여로 크게 문제가 되거나 그랬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배명수 “솔직히 저도 15년 동안 종합복지관에서 근무를 하면서 이런 문제에 대해 크게 체감하지는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장애인복지법」 제15조의 존재로 인해 다른 지역에서는 정신장애인이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던 것은 정말 안타까운 부분이죠. 그래서 다른 지역에서 그런 제한이 있었고 문제가 있었다면 정신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폐지된 것은 잘 된 일인 것 같습니다.”
 
주희정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의 존재와 어떻게 해석하는지와는 별개로 장애인복지관이라면 모든 장애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오해의 소지나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하루빨리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폐지되어서 앞으로 정신장애인들 이 지역사회에서 조금 더 많이 활동할 수 있게 되는 시 기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주희정 팀장(희망나래장애인복지관)
 
 
어떤 지역에서는 정신장애인이 거주하는 지역에 있는 장애인복지관을 이용하려고 했는데 「장애인복지법」 제15조의 존재로 인해 이용에 제한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그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관이 아닌 종합사회복지관을 이용했다. 그 종합사회복지관은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관은 아니지만, 「장애인복지법」 제15조의 존재로 인해 지역 내 정신장애인들이 장애인복지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하여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정신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운영했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폐지됨에 따라 이젠 정신장애인도 당당히 장애인복지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애초 장애인복지관을 이용하는 것은 ‘장애의 유무’가 중요할지 몰라도 ‘장애의 유형’을 이용 제한의 기준으로 판단할 부분은 아니다. 그렇기에 내년부터 어떻게 달라지게 될지 기대가 된다. 정신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이용에 제한을 받는 지역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지역의 구성원으로 만족하면서 프로그램에 참여 하고 복지관을 방문 및 이용할 수 있는 모습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경기도 의왕시의 두 기관처럼 말이다.
 
 
작성자글과 사진.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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