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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장애와 국적, 이중의 차별을 경험하는 자들

제도 밖의 사람들

본문

 
 
<함께걸음>은 장애뿐 아니라 국적에 대한 차별까지 이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주목하며 이들이 최소한으로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을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제도적 한계를 짚어보고자 한다.
 
부모 따라 한국에 거주하게 된 자폐 아동,
기류샤와 진후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들의 이야기
2010년에 ‘고려인동포 합법적 체류자격 및 정착 지원을 위한 특별법(약칭 고려인동포법)이 제정된 이후 국내에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키스스탄, 우크라이나 국적을 가진 동포들이 한국으로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고려인 엘레나 씨 역시 ‘한민족 역사’ 안으로 들어와야겠다는 생각으로 2017년 가족과 함께 F-4(재외동포) 비자를 받고 한국에 들어왔다.
 
당시 엘레나 씨의 자녀들에게는 F-1(방문거주) 비자가 주어졌다. 그중 첫째 기류샤(가명, 12세) 군은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다. 보이는 것마다 물어뜯으려는 성향과 더불어 자해가 심해 종종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기도 한다. 한 번은 기류샤 군이 치과에 가야 할 일이 있었는데 발작을 일으켜 위험할 수 있으니 장애인 치과병원에 가보라는 지인의 조언을 얻었다. 그러나 그 치과에 가니 장애인 복지카드가 없으면 이용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지역의 이주민센터 도움을 받아 기류샤 군의 장애등록을 고려했지만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받은 체류자격(F-1)으로는 등록이 어렵다는 소식을 접해 난감해하고 있었다. 다행히 법무부에서 2022년 1월부터 중국·고려인 동포의 미성년 자녀에게 재외동포(F-4) 자격을 부여하는 ‘재외동포 포용 정책’을 추진하여 한국에 온 지 5년 만에 기류샤 군의 장애등록을 신청하게 됐다.
 
그러나 그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기류샤 군에게는 어릴 때부터 받은 진료기록 등이 있어 장애진단 과정이 크게 어렵지 않았으나 문제는 보호자인 엘레나 씨였다. 한국어가 서툴러 통역 지원이 필요했지만 병원은 통역 지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엘레나 씨는 그동안 모아놓은 돈을 기류샤 군의 장애진단을 위한 통역비에 쓸 수밖에 없었다.
 
장애인 복지카드를 받으면 기류샤 군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으나 복지카드를 받기 전과 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엘레나 씨는 기류샤 군 외에도 두 자녀를 키우고 있어 가장 먼저 기류샤 군을 돌봐줄 거주시설을 알아봤다. 그러나 그곳으로부터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은 시설 입소가 불가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엘레나 씨는 하는 수 없이 아들이 자해하지 않도록 테이프로 입을 막아서 보호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외출할 때는 기류샤 군이 다치지 않도록 아이를 침대에 눕혀 팔다리를 꽁꽁 묶어 두었다.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되어 방 안에 카메라를 설치해 지켜보곤 했다. 정신과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기도 했으나 어린 나이의 기류샤 군에게 약은 너무나 독했다.
 
자녀의 입을 테이프로 막고 침대에 팔다리를 묶어 놓는 것은 학대행위지만,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는 한국 사회에서 엘레나 씨는 그 이상의 대안을 찾을 수 없었다. 기류샤 군의 가족들은 대한민국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는 없으니 비슷한 상황의 장애인 가족들이 모여있는 ‘고려인장애인가족모임(대표 최마리아)’에 상황을 알려 경제적 지원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자폐성장애 아동 진후 군(가명, 12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후 군은 몽골 국적을 가진 어머니와 몰도바 국적을 가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출생지는 한국이다. 진후 군의 부모는 유학 비자로 한국에 입국해 진후 군에게는 가족으로서 체류할 수 있는 비자(F-1)가 주어졌다.
 
진후 군의 부모는 아들의 장애를 처음부터 인지하지는 못했다. 부모가 한국어를 못해 아이가 말이 늦고 표현을 거칠게 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가정방문을 온 지역의 이주여성상담소 직원이 진후 군의 행동을 보고 장애진단을 권유하여 알게 되었다.
진후 군은 밖을 너무 좋아해 집 안에 있는 것을 힘들어한다. 부모가 잠시 한눈을 팔면 혼자 집 밖을 나가 지하철과 기차를 타고 멀리 떠나기도 한다. 진후 군을 찾기 위해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벌써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진후 군의 모든 옷에는 부모의 연락처가 적힌 이름표가 붙어있다.
 
어머니가 첫째와 막내를 돌볼 때면 아버지는 밖을 좋아하는 진후 군과 함께 나가 있다 해질녘에 들어온다. 생계를 책임지는 아버지가 일터로 나가는 것도 진후 군이 잠이 든 이후 늦은 밤부터 비로소 가능하다. 진후 군에게도 우리나라 장애아동들이 받는 돌봄서비스가 절실하지만 진후 군의 체류자격으로는 장애인 등록이 불가하여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다행히 기류샤 군과 진후 군은 학교에는 다닐 수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19조에 따르면 재외국민의 자녀 등 외국 국적의 아동도 학교 입학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류샤 군과 진후 군 모두 지역 내에 있는 특수학교에 재학 중이다.
 
 
기류샤 군과 진후 군은 비록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또는 인생의 절반을 한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본국보다 한국문화에 훨씬 익숙할 것이다. 장애로 인해 비록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지만 간단한 의사표현을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이들은 외국 국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나라 장애아동들이 받는 기본적인 복지서비스에서 배제되고 있다.
 
대한민국 장기체류자격 32가지 중 4가지만 장애등록 가능해
체류자격 주어져도 가족, 유학생 등 장애인 복지 혜택 못 받아
우리나라는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와 지원 정책의 적용 대상을 개별 사업마다 달리 적용하는 외국과 달리, ‘장애인등록제도’를 통해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이다. 장애인복지사업을 중심으로 국내 장애인정책 및 서비스 대상자 선정기준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107개의 전체 사업 중 약 91%에 해당하는 사업이 장애등록을 해야만 이용이 가능하다(권영실, 2023; 조윤화 외, 2022 재인용).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별표1에 따르면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대한민국에 장기 체류할 수 있는 비자는 영주권을 포함해 총 32가지이다. 이 중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는 외국인의 체류자격은 장애인복지법 제32조의 2에 규정되어 있다. F-4(재외동포), F-5(영주), F-6(결혼이민), F-2-4(난민) 비자를 가진 외국인만 장애인 등록이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애인복지법 제32조의2 (재외동포 및 외국인의 장애인 등록)
① 재외동포 및 외국인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제32조에 따라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다. <개정 2015. 12. 29., 2017. 12. 19.>
1.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라 국내거소신고를 한 사람
2. 「주민등록법」 제6조에 따라 재외국민으로 주민등록을 한 사람
3. 「출입국관리법」 제31조에 따라 외국인등록을 한 사람으로서 같은 법 제10조제1항에 따른 체류자격 중 대한민국에 영주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진 사람
4.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제2조제3호에 따른 결혼이민자
5. 「난민법」 제2조제2호에 따른 난민인정자
 
본 법에 따르면 사실상 국내 체류 중인 각국 대사관 직원의 장애인 자녀나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장애인, 그리고 기술 습득을 위해 한국에 온 외국인 자녀들은 장애인 등록이 불가능하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자격을 부여하고도 장애인 등록에 따른 복지서비스 제공을 제한하는 차별적이고 모순적인 상황으로 설명된다.
 
국내에서 장애가 있는 외국인 및 재외동포에 대해서도 장애인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2008년 “사회복지서비스는 국적에 따라 대상이 확정되기보다는 사회통합 차원에서 상시 거주지 중심으로 적용되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면서 외국인의 장애인 등록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보건복지부에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 권고가 내려진지 4년이 지난 2012년에야 외국인과 재외동포에 대한 장애인 등록 허용이 담긴 장애인복지법 제32조의 2가 신설되었다. 당시 개정 이유에 대해 “다문화ㆍ국제화 시대에 국내 거주 재외동포 및 외국인의 증가와 외국인 장애인 등의 복지욕구 확대 등에 따라 재외동포 및 외국인의 장애인 등록을 허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난민까지 장애인 등록이 가능하도록 범위를 확대하긴 했으나 여전히 장애인 등록이 가능한 체류자격을 네 가지로 한정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이에 재외동포 및 외국인의 장애인 등록 조항 신설과 관련된 2011년 장애인복지법 제32조의 2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찾아본 결과, 정부는 “재정 여건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으며 영구 체류가 아닌 취업, 유학, 관광 등 일시적인 거주인 경우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재단법인 동천 권영실 변호사는 “체류자격별 체류기간의 상한을 고려할 때 장애등록이 가능한 체류자격자가 더 장기적으로 체류한다고 볼 수 없어 차별취급의 합리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 장애인복지사업은 단순히 시혜적 성격의 정책이 아닌 국가의 책임이고 일정기간 삶의 터전을 마련한 공동체 내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을 권리가 헌법과 지방자치법(제16조, 제17조)에서 보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와 같이 동양문화권인 일본은 국민건강보험을 비롯해 법령에 국적조항이 없는 사회보장제도는 원칙적으로 외국국적자도 일본국적자와 동등하게 제도의 적용 대상이 된다. 
 
 
어렵게 장애인 등록 신청했지만 산 넘어 산...
활동지원 등 주요 서비스 신청 제외대상
허울 좋은 반쪽짜리 제도에 장애 외국인 어려움 가중돼
 
“엘레나 씨가 진짜 어렵게 아들 장애등록 시킨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검사할 때 통역사도 직접 고용하고 돈도 많이 들었을 거예요. 근데 옆에서 보면 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하나도 없어서 말짱 도루묵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어서요. 기류샤에게 최소한 활동지원서비스라도 제공되서 엘레나가 조금이라도 쉬고 또 일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면 좋겠어요.” - 기류샤의 가정을 지원하는 김현 사회복지사
 
기류샤 군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장애인 등록이 되어도 지원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전기·가스 요금 할인 등 매우 극소수로 제한되어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은 장애인 등록을 하면 연금·수당, 보육·교육, 의료·재활, 서비스, 일자리·융자 지원, 공공요금,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외국인은 장애인 등록을 하여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23년 보건복지부 장애인복지 사업안내에 따르면 장애인 자동차 표지 발급을 제외한 대부분의 서비스에 대해 ‘외국인’을 제외대상으로 두고 있으며 아주 극소수의 서비스에 대해서만 ‘난민 인정자’에 한정해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발달재활서비스, 방과후활동서비스 등 장애인복지 서비스 지원대상에 장애등록한 외국인이 제외되는 이유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문의한 결과, “예산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외국인까지 대상을 확대하면 모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라고 응답했다.
 
실제로 재외동포 및 외국인의 장애인 등록을 규정하고 있는 장애인복지법 제32조의2의 2항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에 따라 등록한 장애인에 대하여 예산 등을 고려하여 장애인복지사업의 지원을 제한”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재단법인 동천 권영실 변호사는 “관련 보건복지부의 지침은 행정청의 사무를 위해 정한 내규일 뿐”이라며 “난민은 난민법 및 난민협약에 의해 내국인과 동일한 처우가 보장되고 결혼이주민은 이미 다수의 사회보장법령에서 국민에 준하는 처우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재외동포들은 관련 서비스에서 철저히 제외되어 있는 것인데 이것은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사회권규약위원회, 장애인권리협약 등 국제인권규범의 권고사항과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또 대한민국 정부는 2014년 제1차 유엔장애인권리협약 한국 심의 최종견해에서 ‘장애를 가진 이주민이 기본적 장애 지원 서비스 이용에 제한받지 않도록 장애인복지법 제32조를 폐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2022년도 제2·3차 병합심의 때도 정부는 “이주 장애인이 장애인 등록을 마친 후에도 장애인 연금 등 필수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며 장애를 가진 이주민과 난민이 기초생활보장이나 장애수당 등과 같은 사회보장 및 사회복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즉각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받았다.
 
지역에서 장애가 있는 외국인 가정들을 지원하는 충남이주여성상담소 이지영 팀장은 “국내에 점차 외국인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체류자격은 삶 전체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복지, 특히 긴급복지 서비스는 꼭 포함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에 대한 권리보장은 보편적인 인권으로 국적의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 기간 이상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은 경우라면 최소한의 장애인복지서비스를 제공,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이를 통해 외국인들이 체류 목적에 맞는 활동에 전념하고 자녀들의 장애도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서비스 등을 제공받음으로써 장애가 심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따라서 재외동포 및 외국인의 장애등록을 규정한 현행 장애인복지법 제32조의 2에 대한 규정을 전향적으로 재검토하는 한편, 외국인 장애아동들에게 적절한 치료와 돌봄의 기회가 제공될 수 있도록 장애인복지사업 안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장애 외국인, 언어적 장벽과 정보 격차로 인한 어려움 많아
장애인 정책과 서비스 등 필수 정보 다국어로 안내 필요
장애인 등록을 위한 무상 통역 지원 및 실태조사 필요
제도적 문제 이외에 기류샤, 진후 군과 같은 장애 외국인들이 겪는 어려움은 다양하다. 특히 장애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많은 외국인 부모들은 ‘정보 부족’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따라서 자녀를 둔 외국인들에게 아동의 발달단계에 대한 정보는 물론 장애등록과 관련된 서비스 등을 다국어로 제공하고 한국 사회에서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제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보건복지부는 물론 비자 신청에 관여하는 법무부, 외교부 등이 협력하여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한국어에 대한 언어적 장벽으로 외국인들은 장애등록 신청과정은 물론 서비스 이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장애등록과 서비스 신청과정에서 통역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현실적 어려움을 해결해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외에도 기류샤, 진후 군과 같이 외국인 중 장애를 가진 자녀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 통계조차 없는 상황이다. 통계청이나 장애인 실태조사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항목을 추가하여 장애 외국인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작성자글. 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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