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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장애인은 언제까지 비례대표에만 머물러야 하나

장애인 참정권: 피선거권

본문

 
30년이 흘러도 장애인은 일회성 ‘비례대표’로 제한
역량·실적 입증해도 지역구 공천은 하늘에서 별 따기
장애인 ‘비례대표’에서 ‘지역공천’으로 변화 필요
 
올해 4월 10일은 제22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일이다. 이미 각 정당은 공천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후보 적절성을 논의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언론도 이에 뒤질세라 지역별로 어떤 후보가 나오게 되는지, 경쟁 우위 인물이 누구인지 등을 논하며 여론의 분위기를 전달한다.
 
사회 전체가 선거와 후보 공천에 들뜬 분위기지만 장애계는 의외로 조용하다. 어느 정당 후보에게 표를줄 것인가 못지않게 장애인 당사자가 국회 입성을 통해 장애인 인권과 권리 보장을 위한 입법 활동을 전개할 수 있게 피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당 후보 공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비장애인에게 표를 준다고 해서 그들이 반드시 장애인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장애인 당사자가 당선 되면 장애인 문제에 공감하고 같이 고민해 줄 수 있다는 것은 그간의 장애인 비례대표들의 의정활동에서 입증된 바 있다.
 
그런데도 지역구 공천과 같은 피선거권에 관해 관심 갖지 못하는 것은 기본 정당의 무관심과 정당정치의 높은 벽에 기인한다. 장애인 당사자가 국회에 입성한 것은 1948년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생기고 40년만인 1988년이다. 선천성 장애로 ‘어둠의 자식들’과 ‘꼬방동네 사람들’의 작가로 알려진 이철용(현 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 이사장) 전 의원이 서울 도봉구에서 당선되면서부터다.
 
이후 김홍일 전 의원(1996~2004)과 심재철 전 의원 (2000~2020)이 목포와 안양에서 당선되기도 했으나 이들은 고문과 교통사고로 인한 후천적 장애로 집안 배경과 더불어 기자라는 사회적 인지도로 지역공 천을 받은 경우다. 2024년 현재 지역구 장애인의원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유성구 국민의힘 이상민 의원이 유일하다.
 
장애인 당사자의 국회 입성에 대한 염원은 1996년 15대 국회에서 이성재(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상임이사) 전 의원이 비례대표로 선출된 이후 21대 국회까지 총 14명이 선출된 바 있으나 이들 모두 비례 대표다. 국회 입성자가 숫자상으로 1명에서 정당별 1명 정도로 늘어났지만 3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모두 비례대표에 머물러 있다.
 
지역구 위원과 달리 비례대표는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각 정당의 인식과 의지에 따라 장애인 비례대표의 선출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실제 16대와 20대 국회에서는 단 한 명의 장애인 당사자도 비례대표에 선출된 바 없다. 또 의정활동의 역량과 실적이 아무리 뛰어나도 4년 임기를 끝으로 정치 생활의 막을 내리는 일회성 의원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다. 이는 결국 장애인과 관련된 정책의 연속성과 안전성을 유지하는 데 여러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비례대표로 만족했던 지난 30여년 전과는 달리 지금은 고학력 전문직에 종사하는 장애인들이 늘어났고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조연우 씨와 같이 정치에 관심을 보이는 장애인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제 보다 적극적으로 피선거권을 요구해 장애인 당사자들이 지역구 공천을 획득할 기회를 마련 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에 오는 4월 10일에 치러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당의 공천 기준과 지역구 후보자 추천 과정을 검토하고자 각 정당에 공문과 더불어 전화 문의를 요청했으나 뚜렷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이는 각 정당의 지역구 공천의 높은 벽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동시에 표면적으로 장애인 인권과 권리를 주장하지만 그 이면에는 비례대표를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한다는 각 정당의 인식이 자리하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을 갖게 한다.
 
향후 장애 청년 정치인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장애인 당사자들이 공천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각 정당의 지역구 공천 체계와 기준 변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동시에 장애 청년들이 장애인 정책 이외에 지역 현안에 관심을 갖고 지역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장애 청년 정치인 양성 과정을 만들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정치세력화를 위해 이제 ‘누구를 선출할 것인가’ 보다 ‘장애인 당사자가 지역구 후보가 될 수 있도록, 즉 공천권을 획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할 때다.
작성자글. 이미정 편집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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